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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힌 恨 좀 풀리려나…文, 세월호 유족들과 '눈물 소통'



대통령실

    맺힌 恨 좀 풀리려나…文, 세월호 유족들과 '눈물 소통'

    "이리 쉽게 (청와대에) 들어올 것을...응어리가 모두 터지는 것 같다"

    16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207명은 청와대에서 그토록 바랐던 대통령을 만났다. (사진=청와대 제공)

     

    "미수습자 수색을 기한을 정해놓지 말고 수습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 수색해주세요. 그래야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아이를 만나도 '너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아이에게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이들을 허무하게 떠나보낸지 1219일째 되는 16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207명은 청와대에서 그토록 바랐던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날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은 안산까지 직접 내려가 유가족들을 안내했고, 이들을 태운 버스는 안산을 출발해 일반 방문객 출입문이 아닌 청와대 정문을 당당하게 통과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3년여간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던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 광장 앞 천막농성장, 그리고 청운동 동사무소를 차창밖으로 물끄러니 내다보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1시30분에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과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은 약 1시간 50분간 진행됐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는 행사 시작 직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너무 억울했고 분통도 터졌는데 지금은 너무 감동스럽다. 이렇게 쉽게 (청와대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애를 썼나. 3년이나 노숙하고 단식하고, 분수대 앞 광장에서 시위하고, (대통령에게) 만나달라고 정말 빌고 또 빌었다. 지금은 그 응어리가 모두 터지는 것 같다"고 끝내 눈물을 보였다.

    이어 "그렇게 우리 말 좀 들어달라고. 아픈 사람 목소리 좀 들어달라고 했는데…이렇게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겐 큰 위로가 된다. 참 감격스럽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은 문 대통령이 강력하게 원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세월호 미수습자들에 대한 수습이 끝나면 만남을 가지려 했지만, 예상보다 수색기간이 길어지면서 문 대통령이 유가족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에도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예고도 없이 보좌관 한 명만 데리고 나타나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꼼꼼이 들으면서 "국격도 함께 침몰했다"고 전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가장 큰 공간인 영빈관에 모인 유가족들은 22개의 테이블에 흩어져 앉았고 각 테이블에는 청와대와 정부관계자들이 1~2명씩 앉아 함께 얘기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 자신들의 요구사안을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됐다.

    영빈관 연단 좌우 대형 모니터에는 '304명 희생된 분들을 잊지 않는 것,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의 사명입니다'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오히려 유가족 앞에 선 문 대통령이 더 침울하고 목소리도 떨렸다.

    테이블 앞에 선 문 대통령은 코끝이 빨개지고 눈시울도 붉혔다.

    긴 한숨과 함께 어렵게 입을 뗀 문 대통령은 "세월호를 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미수습자들 수습이 끝나면 세월호 가족들을 청와대로 한번 모셔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는 중에 이렇게 모시게 됐습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선체 수색이 많이 진행됐는데도 아직도 다섯 분의 소식이 없어서 정부도 애가 탄다"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이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을 언급할 때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3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세월호를 내려놓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났던 것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는 사고 후 대응에 왜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것인지,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청와대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당연한 진상규명을 왜 그렇게 회피하고 외면했던 것인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분명한 것은 정부는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체 침몰을 눈앞에서 뻔히 지켜보면서도 선체 안의 승객을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을 정도로 무능하고 무책임했다"며 "유가족들을 따듯하게 보듬어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국민들을 편 가르면서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줬다. 정부의 당연한 책무인 진실규명마저 회피하고 가로막는 비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이어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서 머리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진심으로 사과했다.

    유가족들의 앉아 있던 테이블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찬호 아빠' 전명선 세월호 가족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3년 넘도록 함께 한 국민 여러분께 가장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불법 부당하게 자행한 수사방해와 은폐조작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그 어떤 영향도 받지않는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 누구도 유가족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종자 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고 싶다는 게 한 달이 다 돼가던 2014년 5월 무렵 찬호를 기다리던 나의 소원이었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만남에서 유가족들은 문 대통령에게 ▲세월호의 선체를 안전체험 교육관으로 활용 ▲세월호 피해자 지원 특별법 조속 처리 ▲신체·심리 지원 장기로드맵과 트라우마센터 건립 ▲ 2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에 피해 당사자들 참여 보장 등을 요청했다.

    유가족들의 말을 묵묵히 듣던 문 대통령은 "'우리도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절규하셨는데, 이것보다 더 절망적인 소원이 어디 있겠느냐. 정부가 끝까지 미수습자의 수습을 위한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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