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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모르는 무대 뒤…어떤 모습일까?



공연/전시

    관객들은 모르는 무대 뒤…어떤 모습일까?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백스테이지 투어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관람 후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한 관객들이 무대 위에 올라 김상훈 무대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의 명대사 중 하나인 이 말은 이때 사용하는 게 적합하지는 않지만, 무대에 오르자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늘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다, 무대 위에 서서 객석을 바라보니 마치 뮤지컬 배우나 스태프가 된 기분이었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관람 후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한 관객들이 무대 위에 올라 김상훈 무대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관객들에게 ‘백스테이지 투어’라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낮 공연 이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대감독과 배우가 직접 무대 뒤의 세트와 소품에 관해 설명해주며 관객들이 뮤지컬 한편이 제작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연 내용이 뮤지컬을 만들고 공연하는 극 중 극 형태인 만큼, 백스테이지투어는 공연의 콘셉트와도 잘 맞아떨어져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연을 보고 난 뒤 곧바로 무대 뒤를 구경하니, 방금 본 공연이 자연스레 연상되며, 내가 그 현장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을 안긴다.

    무대 앞에는 배우들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숫자가 적혀 있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로 쓰인 0-2-4-6-8 등의 숫자이다. 배우들이 군무를 선보일 때 열과 오를 맞추는 기준선이다. 김상훈 무대감독은 “공연마다 기준선을 표시하는 방법이 다르다. 라이선스 공연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미국 연출자가 가르쳐 준 방식으로 이같이 표시한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인치(inch)로, 배우들 간격을 표시한다”고 설명했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공연을 마친 출연배우들이 무대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이어 무대 양옆쪽에 위치한 배우들이 옷을 갈아입는 남녀 퀵체인지룸(탈의실)을 설명했다. 입구에는 천이 내려져 있고, 남녀라고 표시돼 있다. 한 어린아이가 “목욕탕이야?"라고 할 정도로 탈의실은 일본의 목욕탕 입구와 닮았다.

    4~5평 크기의 탈의실에는 무대 의상 수십여 벌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방금 공연을 마쳐서인지, 옷은 배우들의 땀으로 축축하다. 150분간 배우들이 보여준 열정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관람 후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한 관객들이 무대 위 퀵체인지룸에서 배우들의 의상 및 소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백스테이지 투어’를 신청한 관객이 30여 명 중 절반도 탈의실에 안 들어갔는데 비좁게 느껴질 정도이다. 김 감독은 “배우와 의상·분장 스태프 등이 옷을 벗겨주고 입혀주는고 분장까지 해줘야 하기에 정신이 없다” 했다. 김 감독과 함께 투어를 인솔한 빌리 역의 배우 에녹은 “가끔은 빨리 의상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남녀 탈의실 구분을 못할 때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관람 후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한 관객들이 무대 위에 올라 김상훈 무대감독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배우들이 사용하는 소품들도 눈에 띄었다. 무대 위 술병은 떨어져서 깨지지 않게 병 밑에 자석을 붙였다. 김 감독은 “병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깨지면 진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들이 2층이나 3층으로 세트로 오르는 계단도 있었는데, 직접 올라가보니 생각한 것보다 매우 부실하고 많이 흔들려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김 감독은 “공연에서 보는 계단이나 난간이 튼튼해 보인다면, 그건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라며, 배우들을 칭찬했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관람 후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한 한 어린이 관객이 세트 위에 누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무대장치 등을 설명하는 20여 분이 지난 뒤 배우 에녹이 관객들에게 탭댄스에 대해 설명했다.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탭댄스’인 만큼, 에녹은 탭댄스의 유래와 탭댄스 구두에 대해 설명한 뒤 탭댄스를 선보였다.

    에녹은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탭댄스가 가장 중요한 만큼, 이 소리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탭 선생이 수많은 나무를 갖다 놓고, 가장 좋은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지 실험을 했다"고 했다. 나무를 고른 뒤 무대를 보호하기 위한 특수 코팅 처리를 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42번가’에서 빌리 로러를 연기한 배우 에녹이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공연 후 백스테이지 투어 관객들과 만나 탭댄스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이어 관객에게 탭댄스를 시연하던 에녹의 스텝이 살짝 꼬이자, 관객들은 웃으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에녹은 멋쩍게 머리를 만지며, “사실 배운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됐다. 지난 공연 때 배웠는데, 다른 뮤지컬 무대에 오르며 잊어버렸다. 배우로서 아쉬운 점이 얕게 배운다는 것”이라며 “그래도 앙상블 중에는 전문적으로 배운 분들이 많다. 저는 그 친구들 덕에 제 신에서 멋지게 보이는 것뿐이다.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달라”라고 했다.

    뮤지컬 ‘42번가’에서 빌리 로러를 연기한 배우 에녹이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공연 후 백스테이지 투어 관객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또 에녹은 "배우가 약 35명, 무대 뒤 스태프가 약 80명이다"며, "여러분들 앞에 서는 것은 배우뿐이지만, 진행요원까지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 인원이 뮤지컬을 위해 안 보이는 곳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그러니 배우들 말고도 스태프들에게도 박수를 보내 달라. 저희(배우)만 박수를 받아 미안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 ‘42번가’에서 빌리 로러를 연기한 배우 에녹이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공연 후 백스테이지 투어 관객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큐트아트센터에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관람 후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한 어린이 관객들이 무대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이날 백스테이지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전주에서 왔다는 김은정(45) 씨는 "좋은 경험이었다. 배우와 이야기하고, 무대감독의 설명도 들으니, 내가 공연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또, 단체사진도 좋지만 가족 단위로도 찍어준다면 더욱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국내 초연 21주년을 맞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지난 5일 오픈해 10월 8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김석훈, 이종혁, 최정원, 배해선, 전수경, 에녹, 김경선, 오소연, 전예지 등 실력파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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