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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토끼 잡으려다 '용두사미'된 수능개편안



교육

    세 마리 토끼 잡으려다 '용두사미'된 수능개편안

    인재육성, 과목 선택권, 학습부담 완화…한꺼번에 기대는 무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융복합형 인재육성과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 학습 부담 완화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정부의 수능개편안이 '용두사미'가 되는 형국이다.

    교육부는 10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수능 과목을 현행 7개 과목으로 유지하되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의 2과목 선택을 1과목으로 줄이고 대신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을 포함시키는 것.

    이와 함께 절대평가 적용범위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1안은 영어와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과 제2외국어·한문에만 적용하는 것이며 2안은 전체 과목에 적용하는 방안이다.

    우선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는 현행 7개 과목이 8개 과목으로 늘면서 적지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21 수능에서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을 한 교시에 한꺼번에 보기 때문에 수능 7개 과목은 현재처럼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배점과 출제유형 등을 조절하면 학습부담을 줄일 수 있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 자체가 중3과 고1을 잇는 교량의 개념인데다 절대평가가 적용되면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능에서는 두 과목을 한 시간에 몰아 보더라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두 과목은 엄연히 분리돼 한 학기에 각각 8단위를 이수해야 한다. 영어와 동일한 이수단위로, 결코 학습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시업체인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여러 과목이 결합된 형태인데다 선택과목에 제2외국어·한문까지 응시한다면 공부해야 할 수능과목이 현행보다 늘어나게 된다"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문이과를 통합해 융복합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도 흐릿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수학의 분리출제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현행 수능에서는 수학의 경우 이과생들은 가형, 문과생들은 나형을 주로 응시한다.

    그런데 문이과 구분을 없앤다는 2021학년도 개편안에서도 여전히 수학은 가형과 나형으로 분리출제된다.

    교육부는 "단일출제도 한때 검토했지만 학생들의 진로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문과생들에게 과도한 학습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분리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수학을 단일출제할 경우 '이과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문과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 선택과목을 기존 2개 과목에서 1개 과목으로 줄인 것에 대해서도 통합교육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은 "수능 과목 가운데 사회탐구 및 과학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을 계속 줄여왔는데 융복합 인재육성의 취지를 살리려면 오히려 '2+1' 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사회탐구 2과목+과학탐구 1과목'이나 '사회탐구 1과목+과학탐구 2과목'으로 교차선택을 의무화해서 통섭하자는 제안이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도 많이 후퇴했다. 교육부는 수능 과목과 관련해 애초에는 두가지 안을 고려했다. 이날 발표된 7개 과목(국·영·수·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선택1과목· 제2외국어/한문)안 이외에 공통과목 6개안(국·영·수·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이 그것이다.

    6개 과목안은 고교1학년 때 문이과 구분 없이 배우는 '공통 과목'인 6개 과목만 수능을 보게 하면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남는 시간에는 선택과목을 확대해 학생들의 희망과 진로에 맞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6개 과목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와 연계하기 용이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안은 이날 발표에서는 아예 빠졌다. 이와 관련해 박춘란 차관은 "고1때 배우는 공통과목만 수능을 볼 경우 수능시기를 앞당겨야 하고 고2~3학년 수업이 파행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배제 이유를 설명했다.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형태라면 내신 절대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13명 미만의 소인수 과목의 성적을 평가할 수 없는데다 보다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 자신의 진로와 적성 대신 쉬운 과목 위주로 선택할 수 있는 맹점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내신 절대평가에 대해서도 이날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박 차관은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연계해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지만,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성취평가제를 대입에 반영하지 않는) 현행대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과제들이 학교 현장과 대학의 우려 속에 '속도조절'에 들어가면서 두루뭉술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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