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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도, 이재영도 ‘피해자’…근원은 배구협회



농구

    김연경도, 이재영도 ‘피해자’…근원은 배구협회

    대표팀 정원도 못 채우는 부실지원…선수들만 '피멍'

    최근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은 이재영을 향한 김연경의 일침은 사실 까마득한 후배가 아닌 부실한 지원이 계속됐던 대한민국배구협회를 향한 불만이다. 이 때문에 최근 배구협회의 회장으로 선출된 오한남 회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황진환기자

     

    결국 김연경(상하이)도, 이재영(흥국생명)도 피해자다. 대한민국배구협회의 부실한 지원이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멍들게 했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여자 배구대표팀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제19회 아시아 여자배구 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2017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를 마치고 귀국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실상 두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구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주어진 휴식은 단 이틀이 전부였다.

    결국 ‘에이스’ 김연경(상하이)이 폭발했다.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재영(흥국생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여자배구대표팀 구성의 열악함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사실 김연경은 2016~2017시즌을 마친 뒤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소속팀을 옮겼고,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전을 시작으로 FIVB 그랑프리와 아시아 선수권에 출전했다. 다음달에는 일본, 태국에서 열리는 그랜드 챔피언스컵과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예선까지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쉴 새 없는 일정에 비즈니스석 논란까지 겹치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극심한 피로가 쌓였다. 결국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렸다. 이번 여름 내내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후배 이재영을 언급하며 대표팀 정원도 채우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을 지적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기둥' 김연경은 2016~2017시즌 종료 후 제대로 된 휴식 없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대표팀 구성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 선발조차 최소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부실한 지원을 겨냥한 불만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비난의 화살은 배구협회가 아닌 이재영을 향했다. 부상 관리 차원에서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은 이재영을 향한 다수의 배구팬의 지탄이 쏟아졌다.

    현재 이재영은 2016~2017시즌을 마친 뒤 부상 후유증으로 부족한 훈련을 뒤늦게 채우고 있다. 소속팀 흥국생명에 따르면 이재영은 7월 휴가도 반납한 채 재활에 매진했고, 8월에야 공을 활용한 훈련을 시작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7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재영이의 불참은 홍성진 대표팀 감독과 협의된 내용”이라며 “재영이가 무릎과 어깨, 발목이 좋지 않았다. 이제 몸 좀 회복해서 볼을 만지기 시작했다. 대표팀에 가서 재활할 수는 없으니 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대표팀에 뽑힌 어느 선수도 (몸 상태가) 완벽한 선수는 없다”면서 “대표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본인도 (대표팀에) 가겠다고 예정보다 일찍 훈련을 시작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코트에 복귀하려는) 재영이의 노력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김)연경이도 답답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만큼 (이)재영이가 대표팀에서도 필요한 선수라는 의미로 생각한다. 걱정은 되지만 본인도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책임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은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다. 이번 아시아 선수권대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 도전의 첫 걸음이나 다름 없다. 도쿄 올림픽의 지역 예선이 될 내년 대회의 시드 배정이 달렸기 때문이다.

    이재영은 2016~2017시즌 종료 후 무릎과 어깨 등 부상 치료를 위해 제대로 된 새 시즌 준비가 늦어졌다. 이 때문에 대표팀 합류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소속팀 흥국생명의 설명이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그럼에도 배구협회는 14명 정원에 12명만 출전한 FIVB 그랑프리에 이어 아시아 선수권도 14명이 아닌 13명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두 대회 모두 출전하는 김연경 등 일부 선수의 불만은 당연했다.

    그러는 사이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던 김연경은 조금씩 지쳐갔고, 결국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이 터지고 말았다. 까마득한 후배의 실명을 거론한 김연경이나, 예상 못한 비난에 시달리는 이재영이나 모두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한국 여자배구의 ‘현재’와 ‘미래’의 갈등은 배구협회의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처리가 시발점이다. 국제대회 선수단 구성은 이미 예비 엔트리 구성부터 삐걱대기 일쑤였다. 소집훈련 도중 부상 선수가 발생해도 대체 선수를 원만하게 데려오지 못하는 것이 2017년 현재 대한민국 배구협회의 현실이다. 숨돌릴 틈 없이 잇따르는 구설과 논란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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