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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휴대폰에 찍힌 제 몸, 정육점 고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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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친 휴대폰에 찍힌 제 몸, 정육점 고기 같았어요"

    몰카범죄 피해자들 "찾아서 보지 말아주세요, 제발…너무 무서워요"

    (사진='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1. "예전 남자친구가 휴대전화 앨범을 볼 때 어쩌다 눈길이 갔는데, 제 다리 사진이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핸드폰을 빼앗아 확인해 보니까 제 엉덩이, 다리, 이런 신체 부위를 찍었더라고요. 동영상도 있고. 그 사진 자체가 정육점에 부위별로 걸린 고기 같은 느낌이었어요. 항상 그 순간이 생각나는 거예요. 내가 고기처럼 느껴졌던 그 충격적인 순간이 계속 자다가도 생각나고 밥 먹다가도 생각나고…. 제 몰카 찍는 것 외에는 저에게 정말 잘해 주던 사람이었고, 주위에서도 다 칭찬하는 남자친구였죠."

    #2.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그 남자친구가 '소라넷에 네 여자친구 영상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얼굴이 정면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제가 보면 제 몸을 알잖아요. 머리 스타일, 살집, 몸의 형태를요. 그걸 알고 난 뒤 계속 찾았죠. 어디에 또 내 영상이 있고 누가 이걸 봤을까. 누군가 알아보면 어떡하지? 친구들도 문제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밖에 나가면 모두가 저를 쳐다보는 것 같아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 같고, 속으로 다들 욕하고 있는 것 같고, 잠도 못 자고 계속 그 사이트만 찾아다니면서 보고…."

    #3. "저는 실제로 고소를 해 봤는데, (변호사가 말하길) '가해자 학생들이 너무 어리지 않냐' '네가 이러면 그 사람이 사회에 나가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가해자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가해자들이 학력이 괜찮고 어리기 때문에 선처 받을 것'이라고도 했어요."

    '내 몸이 떠돌고 있다'는 주제로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논한, 지난 31일 밤 방송된 EBS 1TV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 용기를 내 출연한 몰카 범죄 피해여성들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들은 "그 영상 속에 있는 사람이 되게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 줬으면 좋겠어요. (몰카 속 여성이) 자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생각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걸 보는 것도 범죄니까… 직접적인 범죄는 아니지만,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직접적인 행위라는 걸 알고 그냥 (몰카 영상을) 내려주시면 좋겠어요." "찾아서 보지 말아주세요, 제발… 너무 무서워요"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 "몰카 보는 행위도 피해자에게 상처 될 수 있겠다는 인식 정도는 누구나 했으면"

    (사진='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한 문화평론가 손희정은 "몰카 범죄의 해결책은 형량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는 너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그러니까 사람들이 '별 것도 아닌데 몇몇 여성들이 유난스럽게 구니까 해준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손희정은 몰카, 강간모의 등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소라넷의 폐쇄를 언급하며 "사실 소라넷을 폐쇄시킨 것은 '이것 하나 없어서 신난다' '우리 이제 깨끗한 곳에서 살 수 있어'가 아니라, 상징적인 싸움이었다"며 "지난 16년 동안 여성단체에서 '소라넷을 없애야 한다'고 계속 경찰에 신고했지만, '(IP가 미국에 있어서) 단속이 안 된다'고 경찰이 발뺌을 하고 있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모여 있는 여성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경찰에 정보를 주면서 16년 만에 폐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시대를 살아 왔다는 것"이라며 "이제 드디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기기 시작했고, 얘기를 더욱 많이 해서 줄여나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특히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를 권장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한쪽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너희들은 해도 돼'라는 또다른 쪽이 있다. 예전에 친구들끼리 에로비디오 돌려 본 것과 소라넷의 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남자 아이들은 당연해 경험해야 되는 것이라고 얘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 소라넷에 몰카를 찍어서 올리는 사람이 받는 '작가'라는 추앙과 야한 비디오 구해 왔던 친구가 받았던 추앙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MC 박미선은 '최근에는 '시청 강간'이라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패널로 출연한 레이디제인은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면서 등장한 신조어"라며 "몰카를 찍어서 유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불법적인 영상이나 사진을 즐기는 행위 역시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하는) 시청 강간으로 정의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희정은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을) 클릭해서 계속 소비되도록 하는, 그것을 봄으로써 강간 문화에 참여하는 것도 '강간'이라는 말로 이야기해 경종을 울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레이디제인 역시 "보는 행위 자체도 피해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겠다는 인식 정도는 누구나 했으면 좋겠다"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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