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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직권남용 무죄 판결의 미스터리



법조

    조윤선 직권남용 무죄 판결의 미스터리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월 27일 오후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블랙리스트 판결과 관련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전 정무수석)에 대한 무죄 선고 후폭풍이 거세다. 일부에서는 "촛불이 녹아내린다. 내가 이럴려고 촛불시위를 했나"라는 탄식이 터져나온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 등 불랙리스트 관련 7명의 피고인에 대한 판결문은 무려 4백 페이지 분량에 달한다. 조윤선 전 장관은 국회 위증죄만 인정돼 집행유예 선고가 내려졌다..

    핵심 쟁점인 직권남용죄는 무죄가 선고됐다. 블랙리스트 집행 당시 '주력 엔진'가운데 하나였던 정무수석에게 어떻게 무죄 선고가 내려진 것일까.

    판결문을 아무리 읽어도 무죄 판결의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블랙리스트 관련 업무
    얘기를 듣고 "(정무수석이)이런 일까지 해야 하냐"며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던 조윤선이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보고 받거나 지시한 일이 없다"는 조윤선 진술을 백퍼센트 받아 들였다.

    아무리 읽어봐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정리해 본다.

    *미스터리1- 정무수석 조윤선은 무죄인데 교문수석 김상률은 왜 법정구속됐나

    조윤선은 2014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뒤 박준우 당시 수석으로부터 업무인수.인계를 받는다.

    박준우는 후임자인 조윤선을 만나 정무수석이 하는 일들을 설명해 준다. '세월호, 4대악 척결,건전TF운영(블랙리스트)' 등 너댓가지를 중심으로 얘기했다. 처음엔 조윤선은 웃으면서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가 나중엔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윤선은 "이런 일을 다해야 하냐'고 물었다. 박준우는 "대통령께서 여러가지 것들을 직접 챙기십니다"라고 전달했다.

    조윤선은 이어 신동철 당시 정무비서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신동철은 조윤선에게 "보조금 좌파지원 배제는 비서실장(김기춘)의 관심사항이고 문화예술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역시 비서실장과 대통령까지 보고된 사안"이라고 설명햇다.

    신동철은 특히 "(문화.예술지원 배제는)비서실장까지 보고가 됐으니 혹시 비서실장이 물을 수 있으니 알고 계시라"는 취지로 보고했다. 심지어 "'지원배제'는 교문수석실이 해야할 일인데 정무수석실로 책임을 미룬다"는 불만까지 전달했다..

    신동철의 후임인 정관주 비서관(2014년 10월 교체)도 "어떻게 내가 비서관인데 정무수석도 모르게 할 수 있냐"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다만 그는 "(이미 내가 비서관이 됐을 당시에는) 지원배제가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며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는데 위에서 시켜서 하고 있는 일을 매일 가서 보고를 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 번 정도 조 수석에게 보고를 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된다"고 한탄했다.

    재판부는 위 진술들 가운데 정관주의 "후회가 된다"는 진술에만 오직 주목했다. 그리고 조윤선은 잘 모르고 "개략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윤선이 박준우로부터 업무인수를 받고 얼굴 표정이 어두워졌다는 진술도 있었지만, 재판부는 이것도 "개략적으로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불구속 기소됐다가 이번 재판에서 법정구속된 김상률 전 교문수석은 조윤선과 완전히 대비된다. 김상률은 조윤선보다 5개월 뒤인 2014년 11월 교문수석에 임명됐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은 2014년 초 김기춘의 지시를 받은 박준우 수석이 TF를 만들어 출범시키면서 시작됐다. 그해 6월 조윤선이 정무수석이 됐을때는 '청 정무수석실→문체수석실→문체부'가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에 들어간 시기이다. 박준우가 지원배제의 '1차 엔진 역할'을 했다면 조윤선은 '2차 엔진'과 같은 역할을 했다.

    더욱이 김상률이 교문수석으로 임명된 그해 10월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와 문체부에서 완전히 정착돼 시스템으로 돌아가던 시기이다.

    김상률도 교문수석이 되자마자 문체비서관 김소영에게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소영은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10월 21일 김기춘에게 보고한 지원배제 보고내용을 김상률에게 중점적으로 보고했다"고 판결문은 적시하고 있다.

    김소영은 "정무수석실 검토 통해 지원배제 대상자 선별하는 시스템에 대해 김상률에게 설명했고,김상률은 기존 시스템대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진술했다.

    김상률과 조윤선 모두 임명초 해당 비서관으로부터 지원배제 문제를 보고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상률은 법정 구속했고 조윤선의 직권남용죄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상률 또한 조윤선과 같이 재판 내내 "(지원배제 문제에 대해) 모르고 관여도 하지 않았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왜 유독 조윤선에게만 무죄를 선고했을까?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결국 이 판결대로 하자면 조윤선은 투명인간"이라고 말했다.
    '형평성'이 무너진 판결에 김상률이 가장 억울한 인물이 됐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 미스터리2 -재판부는 왜 조윤선에게 온정주의 판결을 내렸을까?

    판결문은 그에대한 명확한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조윤선은 '개괄적'으로 보고받았을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판결문의 결론이다. 여러사람의 관련 증언이 있는데 그것들은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앞서 밝힌대로 조윤선은 재판내내 '발뺌 전략'으로 일관햇다. 그는 "내가 정무수석에 취임하자마자 세월호 문제때문에 때로는 청와대 실수비(비서질장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도 못들어갈 정도로 바빴다"며 블랙리스트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던 것처럼 진술했다..

    그러나 비서관들의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 수석의 지위와 권능은 절대적이다. 문체비서관 김소영은 청와대 수석의 권위에 대해 "식당 메뉴까지 수석님께 일일이 물어보고 결정한다"며 "수석에 대한 보고를 뺀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빠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부인했지만, 조윤선은 문체 장관 시절엔 박 전 대통령에게 '월화수목금'에 볼 TV프로그램을 빼곡히 적어 문자를 전달했던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님 시간 있을 때 ‘혼술남녀(월.화 밤 11시)’,‘질투의 화신((수.목 밤 10시)’이라는 드라마나 예능 ‘삼시세끼 세 번째 시즌(금 밤 9시 15분)' 한번 보시죠"라는 문자를 보냈다.

    대통령의 과외 시간까지 각별히 챙긴 조윤선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알지도 못하고 관여도 안했다"는 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단 말인가.

    박근혜 정권은 블랙리스트에 관한 신상필벌이 엄격했다. 제대로 못한 사람은 좌천되거나 잘렸다. 유진룡 전 장관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잘한 사람은 반드시 영전됐다. 대표적으로 영전된 사람이 두명인데 한명은 조윤선이고 나머지 한명이 정관주이다. 조윤선은 나중에 문체부 장관이 됐고 정관주는 문체부 차관으로 승진했다.

    블랙리스트의 최대 수혜자 중 한명인 조윤선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유가 뭘까? 진짜로 남편과 부인이 법정에서 함께 펑펑 울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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