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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여름나기"…어느 시인 '미담'에 왈칵



문화 일반

    "가난한 사람들 여름나기"…어느 시인 '미담'에 왈칵

    류근 "자그마한 영감님 한 분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사진=시인 류근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독거노인들의 고독사를 전하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요즘, 시인 류근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여름나기를 자신의 경험에 빗댄 글로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류근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 달쯤 전이던가. 아침부터 내 맘대로 동네 술친구들을 끌어모아서 또 동네 24시간 설렁탕집에 앉아 본격적으로 해장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며 "웬 초면의 자그마한 영감님 한 분이 곁에 와서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저… 제가 지금 배가 많이 고파서 그러는데 미안하지만 밥 한 그릇만 사주시면….' 내 귀로 분명히 들었는데도 왠지 비현실감이 느껴지는 시추에이션이었다. 걸인이라면 보통 입구의 카운터쯤에서 용건을 해결하는 게 '상도'였을 텐데 하필이면 아침부터 술판이나 벌이고 있는 자리까지 찾아와서 밥을 구하는 시추에이션이라니…. 그러나 영감님은 많이 늙고 야위긴 했으나 입성이 초라할 뿐 더럽거나 추한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깨끗하게 잘 늙은 동네 어른으로 보여질 지경이었다."

    당시 류근은 "아, 그러시지요. 이리 앉으세요. 따로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뭐든 편하게 말씀하세요"라고 말했다며 "영감님은 아주 느리고 또렷한 말투로 '아닙니다. 아무거나 사 주시면 고맙게 먹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또 그 와중에 나 군대 간 사이에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까지 겹쳐서는 그 집에서 고기 빼고 젤 비싼 돌솥 꼬리곰탕을 주문해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순간에 발생하였다. 삽시간에 서너 명의 종업원이 달려와서는 영감님의 팔짱을 끼며 대단히 강압적인 태도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눈치챈 종업원들이 걸인 하나를 밖으로 쫓아내려는 장면이었다. '이보시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이분은 지금 내 손님인데 당신들이 왜 함부로 몸에 손을 대고 그러는 거요? 내가 돈 낼 거니까 어서 꼬리곰탕이나 가져오시오! 곱배기로 가져오시오!' 나는 모처럼 비분을 강개해서는 목소리에 뼈를 세웠다. 그리고는 민망하고 당황했을 영감님을 다시 옆에 앉게 하고는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또 술을 마셨다."

    그는 "그러면서도 속으론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했다"며 글을 이었다.

    "대부분 북방에서 고향을 등진 채 내려와서 어렵게 일하는 게 분명할 종업원들이 왜 그렇게 더 험악한 표정으르 완력을 써야 했을까.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좀더 부드러울 순 없었을까. 물론 그 식당은 케이블TV 광고에 등장할 만큼 대형 식당이기도 했고 내가 모르는 나름의 사정이 있기도 했을 테지만, 거기서 그 영감님의 모습이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성 싶지도 않았다. 형편 아는 사람들끼리 그냥 두어두고 보는 게 더 어려웠던 것일까. 카운터에서 상황을 뻔히 지켜보고 있던 사장은 국물 한 그릇 내어주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일까."

    시인은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겨울나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의 불우이웃돕기가 그래서 겨울에 행해졌다"며 "그러나 요즘 들어선 점점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여름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좁은 방에서 선풍기 하나로 이 미친 더위를 피하기 난망이다. 틈나는 대로 물난리까지 쳐들어온다. 한마디로 재앙이다. 여름이 지옥이 되고 있다. 부디 이웃을 돌아보자. 돌아보면 하루 한 끼를 먹기 위해 폭염 속을 걸어가는 노인이 있고, 습식 사우나 같은 쪽방에 누워 앓고 있는 실직자가 있고, 홍수에 한 해 농사를 다 망친 육촌 형님이 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희 부모님처럼 나이 들어가는 어르신들을 생각해봅니다" "배고픈 것처럼 서러운 것도 없죠" "세상의모든 아버지, 고맙습니다" " 등의 댓글을 달며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밥보시가 가장 큰 보시라 생각합니다. 어르신 부끄럽지 않게 해주셔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라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겨울보다 여름나기가 더 어렵다는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생각나네요. 감옥이 따로 있지 않은 현실이 슬픕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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