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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공격·강제 근무…로켓배송 위해 쿠팡은 '모르쇠'



대구

    인신공격·강제 근무…로켓배송 위해 쿠팡은 '모르쇠'

    [쿠팡의 민낯②] '로켓배송' 지키려 할수록 열악해지는 노동 환경

    최근 쿠팡 덕평 물류센터는 노역장을 방불케 하는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노동 인권 사각지대'라는 질타를 받았다. 경북 칠곡에 위치한 쿠팡 대구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배경에는 주문 받은 물품을 하루 만에 배송해야하는 '로켓배송' 마케팅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BS 노컷뉴스는 칠곡 쿠팡 물류센터의 근로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쿠팡, '로켓 배송'의 이면…노동자들의 고달픈 하루
    ② 인신공격·강제 근무·찜통 더위…로켓배송 위해 쿠팡은 '모르쇠'"
    (계속)


    (사진=자료사진)

     

    저녁 7시에 시작해 해가 뜰 때쯤이 돼서야 퇴근하는 쿠팡 대구물류센터 야간 근무자들.

    이곳에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계약직, 아르바이트생이다.

    이 때문에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 끊임없는 채찍질에 지쳐가는 노동자들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근무한 사람들은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작업 환경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작업반장은 '로켓배송' 때문에 그날 주문받은 물량은 빠짐없이 트럭에 실어야하고 마음이 급하니 노동자들을 재촉한다.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A(39) 씨는 "작업반장이 목청도 좋다. 6시간 내내 소리를 지른다. 더 빨리하라고 압박하는 거"라며 "마음에 안 드는 작업자한테는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라고 소리치곤 한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A 씨는 "우린 그냥 소모품이다. 마감시간을 맞춰야 고객들에게 로켓배송이 가능하니까 하도급업체가 우릴 쪼아대는 거다. 쿠팡은 그걸 묵인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김모(25) 씨 역시 "정말 별 거 아닌 걸로도 얼굴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을 전부 모아두고 한 명에게 인신공격을 했다"며 "말만 존댓말이지 대놓고 사람 깔보고 무시하고 그랬다. '이런 것도 못하면서 학교는 어떻게 나왔냐'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간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만 2만보를 넘게 걷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코 편히 일하지 않는데도 이들에게는 항상 '더 빨리'하라는 채찍질이 가해지고 있는 셈이다.

    3개월간 이 곳에서 일한 유모(26) 씨는 "로켓배송은 해야겠고 인력은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정규 근로 시간이 새벽 3시까지였던 때 한 근로자의 근태 일지. (사진=독자제공)

     

    ◇ 반강제적인 연장 근무

    쿠팡 대구물류센터는 야간 근무의 경우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한다.

    물량이 많은 날은 당일 마감 1~2시간 전 잔업 여부를 알려주는데 잔업은 보통 오전 5시나 5시 반까지 이뤄진다.

    유 씨는 "잔업을 못하겠다고 하면 이유가 뭐냐고 캐묻는다. 요즘은 작업반장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무조건 잔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100%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연장근무는 법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받을 때에만 가능한데, 이곳에서는 반강제적인 추가 근무 압박이 버젓이 존재한다.

    게다가 잔업을 하지 않는 사람은 통근 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

    쿠팡 대구물류센터는 경북 칠곡에 위치하고 있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30분 거리의 대구에서 출퇴근을 한다.

    새벽 3시, 차가 없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에게 물류센터는 벗어날 수 없는 외딴섬과 같다.

    ◇ 제품 터지기까지…찜통 속 8시간 근무

    유 씨는 지난달 물류센터 맨 위층에서 더위를 눈으로 목격했다.

    비닐에 담겨 있던 섬유유연제가 팽창해 바깥으로 질질 흘러나오고 있었던 거다.

    에어컨이 없는 10층짜리 물류센터의 실내 온도는 한여름 바깥 날씨와 다를 바 없었다.

    3주전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던 날, 그 곳에서 일했던 A 씨는 "그냥 들어가도 '헉' 소리가 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밖이 정말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아무리 멸균제품이라 해도 그렇게 뜨거운 곳에 음식을 두는 건 문제라고 본다. 난 주위사람들에게 쿠팡에서 먹을 건 사지 말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쿠팡 대구 물류센터에는 두유, 간장, 과자, 멸균 우유 등이 보관돼 있다.

    현재 쿠팡에서 근무 중인 B 씨는 "요즘 정말 덥다. 간혹 음식이 담긴 용기가 부풀어 오르는 게 눈에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쿠팡측은 "냉풍기를 추가 구매해 8월에 설치할 예정이다. 제품의 경우 실온 보관 가능한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 상품 변질이나 고객 불만이 접수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작업장에서의 인신공격 등에 대해서는 "하도급업체에서 관리하는 부분이라 파악이 안 된다"고 설명했고 로켓배송과의 연관성을 묻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하도급업체 관계자는 "그런 일이 없는 걸로 안다. 그런데 인간들이 하는 일이다보니 100% 그런 일이 없다고는 말씀 못드리겠다"며 "넓게 보면 쿠팡 책임이다. 제 입으로 (쿠팡 눈치를 보며) '눈치껏'한다고 표현할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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