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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학생 500명 성폭력, 70년 후 밝혀진 까닭



유럽/러시아

    성가대 학생 500명 성폭력, 70년 후 밝혀진 까닭

    레겐스부르크 성당.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카톨릭계에 만연한 침묵의 문화(culture of silence)와 아동권리에 대한 낮은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독일 카톨릭 성가대 학교의 어린 학생들이 과거 50년간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이제서야 밝혀진 데는 위의 두 가지가 주된 이유라는 게 저명한 로마 카톨릭계 인사의 분석이다.

    울리히 베버 피해자 측 변호인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언론을 통해 공개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1945년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돔슈파첸 소년 성가대 학교 학생 최소 547명이 사제와 교사가 포함된 학교 관계자 49명한테 신체적 학대와 성폭력을 경험했다.

    조사대상 547명의 학생 중 500명은 신체적 괴롭힘에 시달렸고, 67명은 성적 학대까지 당했다. 지난 1월 중간발표 때 213명이던 피해자 수는 추가 조사 과정에서 2배 가량 늘었다.

    피해자들은 베버 변호인에게 성가대 시절을 "공포, 폭력, 무기력으로 점철된 생애 최악의 시기"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서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

    교황청이 설립한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 한스 좔라 부교장은 20일 카톨릭 뉴스 에이전시와 인터뷰에서 "70년 만에야 끔찍하고 참혹한 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진실을 알면서도 못 본 체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늦어졌다"며 "교회 지도자 뿐아니라 소년들의 부모와 친척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뉴욕타임즈는 "카톨릭계에 널리 퍼진 침묵의 문화가 수 백 명의 소년들이 학대당하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좔라 부교장은 또 "어릴 적 돔슈파첸 성가대에서 활동했던 친구들이 '학교에서 맞았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했다. 하지만 아동권에 대한 인식이 낮고, 체벌을 정상적인 교육방법으로 여긴 당시 분위기 탓에 그런 얘기를 듣고도 대부분 가만히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1964년부터 1994년까지 30년간 돔슈파첸 성가대를 지휘한 베네딕토 16세 진임 교황의 형인 게오르그 라칭거 신부는 '성적 학대를 눈 감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성적 학대에 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소년들을 가끔 때린 적은 있지만, 그때만해도 체벌이 일반적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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