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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왕후 어보 환수에 보낸 10년…우리 정부는 뭘 했나



사회 일반

    문정왕후 어보 환수에 보낸 10년…우리 정부는 뭘 했나

    "문화재청에 '결정적 증거자료' 모두 제공했지만 진전 없어"

    - '6.25 때 미군에 의한 약탈' 기록된 미국 문서 찾아내
    - '어보' 종묘에 있었다는 기록까지 직접 찾아 입증
    - 문화재 반환, 강제로 빼앗긴 우리 민족의 혼 되찾는 일
    - LA카운티 박물관 측, 신빙성 있는 자료 찾아 내밀자 반환 결정
    - 美측 "한국정부는 어떠한 요청도 한 적이 없지만.."
    - 월스트리트저널 "문정왕후 어보 반환, 한국 시민운동의 승리"
    - 잃어버린 물건 사 온다? 아이들에 그렇게 가르칠 수 있나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7월 20일 (목)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혜문 대표, 구진영 연구원(‘문화재제자리찾기’)

    ◇ 정관용> 6. 25 전쟁 당시에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우리 문화재, 문정왕후 어보. 이게 지난 7월 2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대통령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왔죠. 그 당시 문 대통령이 ‘무엇보다도 국내 시민단체 또 재미동포 사회의 노력이 거둔 결실이다’,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바로 그 국내 시민단체가 ‘문화재제자리찾기’라는 단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참 무진 애를 쓰셨다고 하고요. 심지어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너무 비협조적이라 한국 정부랑 싸우는 게 더 힘들었다, 이런 말을 하셔서 주목이 되는 분들.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초대했습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 혜문> 반갑습니다.

    ◇ 정관용> 또 구진영 연구원 어서 오십시오.

    ◆ 구진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문화재제자리찾기’라는 단체가 언제 만들어졌습니까?

    ◆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2004년도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13년째인데요.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강제로, 불법적으로 외부에 유출된 문화재를 되찾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고요.

    ◇ 정관용> 혜문 대표가 직접 만드셨습니까?

    ◆ 혜문> 그렇습니다. 2004년도에. 그때는 제가 승려로 있었기 때문에요. 봉선사라는 사찰에 거주했는데 그때 불교문화재를 외부로, 강제적으로 가져간 걸 되찾자, 이런 취지로 만들어져서 지금 13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순수 민간단체죠?

    ◆ 혜문> 순수 민간단체입니다.

    ◇ 정관용>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까?

    ◆ 혜문> 그 당시에는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봉선사 스님들, 불교 신도들을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져서 점차적으로 대중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그동안에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애쓰셔서 찾아내고 반환받은 문화재도 많다면서요?

    ◆ 구진영> 예. 일단 2006년에 도쿄대학교로부터 조선왕조실록 47책을 반환받았고요. 2011년에 일본 궁내청으로부터 조선왕실의궤를 포함한 도서 1205책을 반환받았습니다. 그다음에 2014년도에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대한제국 국새 및 조선왕실인장 총 9점을 정상회담을 통해 직접 반환하게 했었고요. 그리고 이번에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온 문정왕후 어보도 반환받은 단체입니다.

    ◇ 정관용> 이런 걸 반환받으려면 어떤 문화재가 어디에 있는지 우선 알아야 되고 그다음에 그것이 불법적으로 약탈된 거라는 걸 입증해야 되고. 그렇죠? 그 과정을 전부 다 하시는 거예요?

    ◆ 혜문> 직접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굉장히 뜨거운 열정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고 굉장히 꼼꼼하고 아주 논리적인 그런 작업들이 선행되는 과정입니다.

    문정왕후 어보 (사진=문화재청 제공)

     

    ◇ 정관용> 이번에 문정왕후 어보를 발견하면서부터 가져올 때까지 과정을 들어보고 싶은데, 먼저 문정왕후 어보라는 게 뭐예요?

    ◆ 혜문> 문정왕후 어보는 문정왕후는 조선 11대왕 중종의 계비입니다. 문정왕후가 아들이 왕이 되고 나서 대비로 추존될 때 그때 실록에 기록에 나옵니다. 옥책과 어보를 성렬대왕대비라는 어보를 올렸다라고 돼 있는데요. 그러니까 문정왕후가 한참 수렴청정을 해서 권력을 쓰고 있었던 때 대비로 추존되면서 성렬대왕대비라는 존호를 받을 때 만들어진, 옥새라고 일반 사람들은 얘기하는데요. 금으로 만들어서 금보, 어보의 일종입니다. 그것이 6. 25 때.

    ◇ 정관용> 금으로 만든 옥새인데 정식 옥새는 아닌 거죠?

    ◆ 혜문> 그러니까 국정에 쓰는 어보는 아니고요. 의전용으로 썼던.

    ◇ 정관용> 어쩌다가 약탈당했어요?

    ◆ 혜문> 저희가 발견한 기록에 의하면 6. 25전쟁 당시 미군 병사에 의한 약탈이었다라고 미국 측 문서에 기록돼 있습니다.

    ◇ 정관용> 원래 어디 있던 걸 약탈한 거예요?

    ◆ 혜문> 종묘에 있었습니다.

    ◇ 정관용> 종묘에.

    ◆ 혜문> 원래 조선시대에는요. 왕이나 왕비, 세자가 사후에 종묘에 신의와 동시에 어보를 같이 모십니다. 그래서 신의와 어보를 같이 모시는 걸 신실이라고 하는데 그 신실에 같이 있어서 6. 25 때까지 보존되었던 것을 6. 25 전쟁 당시에 미군 병사가 가지고 갔던 거죠.

    ◇ 정관용> 종묘, 그냥 방문을 막 열고 들어가서 집어간 거예요?

    ◆ 혜문> 그런 셈입니다. 정확한 시점은 9. 28 서울 수복 때 미국 측 문서에 나옵니다. 9. 28 서울 수복 때 우리 정부는 부산에 가 있고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서 이제 서울에 입성했을 때 일부 일탈한 병사에 의한 약탈이었다고 미국 측 문서에 기록돼 있습니다.

    ◇ 정관용> 그 문서를 어떻게 해서 발견하게 된 거예요?

    ◆ 구진영> 그 문서를 제가 발견한 건 아니고요. (웃음) 2009년에 회암사 유물을 찾는 도중에 대표님께서 직접 발견하신 거거든요.

    ◇ 정관용> 어디서 발견하셨어요?

    ◆ 혜문> 2009년도에 제가 미국 뉴욕 공립도서관에서 한국 문화재 관련된 데이터베이스가 아주 잘돼 있습니다. 그 뉴욕 공립도서관의 내부 데이터시스템을 이용해서 검색하던 중에 당시 기밀에서 좀 해제됐던 것 같아요. 미 국무부 기록 문서를 찾았는데 거기에 6. 25 당시에 미군이 약탈했던 문화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사기록을 찾은 거죠.

    거기에 총 한국 문화재에 대한 게 4개 항목이 나오는데요. 첫 번째는 표범 카펫. 문정왕후 어보는 세 번째에 기록돼 있습니다. '코리안 오피셜 씰(Korean official seal)'이라고 해서 한국에서 이용됐던 행정, 혹은 왕실의 도장이라는 제목으로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돼 있었는데 거기에 미군 병사에 의한 약탈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제 그걸 찾으면서 우리나라 어보에 대한 미군 약탈 사실이 밝혀졌고. 추가적으로 제가 미국 국가기록보존소에 직접 방문해서 마이크로필름을 확인해 보니까 거기에 당시 주미대사였던 양유찬 대사가 ‘볼티모어선’이라는 신문기사 인터뷰에서 ‘분실신고를 하고 돌려줬으면 좋겠다’라는 기록을 찾아낸 거죠. 거기로부터 어보의 한국 귀환의 길이 열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53년 작성된 '볼티모어 선'의 기사. 해당기사에는 분실된 도장이 문정왕후어보이며 미군약탈품이란 내용이 담겼다. (사진=문화재제자리찾기 제공)

     

    ◇ 정관용> 그러니까 미군 병사들이 함부로 가져다가 자기네 나라로 가져갔는데, 그걸 미국 수사당국이 포착을 하고 아마 압수를 하고 그런 모양이군요?

    ◆ 혜문> 압수를 하려고 했죠. 한국 측이 먼저 분실신고를 했고. 그러니까 그것을 조사했는데 그때는 어보가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 정관용> 못 찾았어요.

    ◆ 혜문> 그 상황이 종결됐던 건데 2009년도에 와서 다시 그 문서를 발견하게 된 거죠.

    ◇ 정관용>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 혜문> 그 시점에 하나의 인연이 발동한 게 그 동일 시점에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서 LA카운티박물관에 문정왕후의 어보가 있다는 사실이 거의 동시기에 발견이 됩니다.

    ◇ 정관용> 그러면 그 미군 병사가 박물관에 기증했나요, 어떻게 했나요? 그건 몰라요?

    ◆ 혜문> 그때 문화재청 조사에 의하면 중간에 로버트 무어라는 사람으로부터 LA카운티박물관이 구입했다.

    ◇ 정관용> 구입?

    ◆ 혜문> 네. 그렇기 때문에 구입해서 합법적으로 취득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반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렵다 이런 대화가 당시 2009년도부터 2011년도 사이에 저희하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분실했다는 그 당시 주미대사의 인터뷰, 그리고 미국 수사 당국이 그것을 실제로 압수하려고 했었다는 기록. 거기에 약탈이라고 하는 게 표현이 돼 있고?

    ◆ 혜문> 정확하게 영문으로 ‘루티드 바이 유에스 밀리터리 아미’라고 썼거든요. '루티드' (looted)라는 건 '약탈된'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정확한 문서를 찾았다고 할 수 있죠.

    ◇ 정관용> 그런데 그게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됐고. 그런데 그게 벌써 2009년이면 꽤 오래전인데요?

    ◆ 혜문> (웃음) 꽤 오래전이죠.

    ◇ 정관용>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 혜문> 일단 그것만 가지고 어보를 반환해 달라고 정부가 요청하기는 좀 어렵다, 여기저기 마찰도 있을 수 있고.

    ◇ 정관용> 한국 정부가요?

    ◆ 혜문> 예. 그렇죠.

    ◇ 정관용> 왜요?

    ◆ 혜문> (웃음) 그건 제가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말할 수 없습니다만.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정보를 우리 한국 문화재청에다가 알리셨나요?

    ◆ 혜문> 제가 다 제공했죠.

    ◇ 정관용> 그랬는데요.

    ◆ 혜문> 그때는 움직여지지 않다가.

    ◇ 정관용> 왜요, 왜?

    ◆ 혜문> 아마 외교적인 마찰이 우려되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하는 소극적인 자세였는데. 2013년도가 돼서 제가 그때가 6. 25 정전 60주년입니다. 이 정도 됐으면 우리도 미군의 문화재 약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가 됐다라고 해서 2013년 제가 아주 작정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재미교포 사회에 호소하고 조직을 만들고, 2013년 1월부터 문정왕후 어보 반환도 이제 공식적으로 하게 됐죠.

    그렇기 때문에 2009년부터 13년도까지 문정왕후 어보에 관한 관련 자료들을 더 심도 있게 조사했기 때문에 완전히 이건 약탈품이라는 증거를 저희가 완벽하게 세우고 이걸 반환받기 위한 법률적인 논리도 구성하고 변호사도 선임하고. 그래서 2013년 1월부터 본격적인 문정왕후 어보 반환운동에 들어가게 된 거죠.

    ◇ 정관용> 정부가 안 나서니까 직접 그냥 가서?

    ◆ 혜문> (웃음) 그런 셈입니다. 일단 저희가 세웠던 논리는 다시 달라고 해서 LA카운티박물관이 줄 건 아니니까 일단 법률적인 토대. 미국 연방법에서는 5000달러 이상의 물건이 미국에 들어왔을 때 반드시 세관 기록이 있어야 된다는 그런 규정을 가지고 있어요. 연방법 2314조인데요.

    ◇ 정관용> 그런데 세관 기록이 없어요?

    ◆ 혜문> 세관 기록이 없습니다. 그러면 정부가 압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런 것까지 다 찾은 거예요?

    ◆ 혜문> 제가 다 찾았죠.

    ◇ 정관용> 그래서 직접 LA카운티박물관에 접촉을 하셨어요?

    ◆ 구진영> 예. 2013년도에 그래서 7월하고 9월에 두 차례에 걸친 협상을 저희가 진행했습니다.

    ◇ 정관용> 그 협상하자고 했더니 해 줘요? 정부도 아니고 민간단체인데.

    ◆ 구진영> 저희도 처음에는 사실 2011년도에 저희가 첫 번째 협상을 하겠다고 제출을 했었어요. 면담 제출서를 보냈는데 그때는 사실 거부했거든요.

    ◇ 정관용> 박물관 측에서.

    ◆ 구진영> 네. 그 사이에 2013년도까지 지금 말씀드린 연방법이라든지 또 ‘불융통물’에 대한 주장이라든지 논거를 더 많이 확충해서.

    ◇ 정관용> 자료를 만들어서.

    ◆ 구진영> 자료를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협상하겠다고 했더니 이제 자료가 완성돼 있기 때문에 안 만나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7월에 저희가 이메일로 신청했어요. 저희 만나야 되겠다고. 그랬더니 바로 면담 약속이 바로 잡혔습니다.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좌), 구진영 연구원(우) (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그래서 만나서 뭐라고 해요, 그쪽에서?

    ◆ 구진영> 맨 처음에는 이 주장만 가지고 안 되겠으니 더 많은 근거를 달라, 해서 저희가 7월에 만났을 때 준 자료 이외에 더 자료를 충분히 보냈고. 만약에 이번에 반환을 결정하지 않으면 바로 저희는 행정소송에 들어간다고 통보를 한 상태에서 9월 19일 추석날에 맞춰서 2차 협상이 이제 진행됐습니다.

    ◇ 정관용> 2차 협상에 가니까 그때는 뭐라 그래요?

    ◆ 구진영> 2차 협상 때는 차에서 내렸는데요. 분위기가 벌써 달랐어요. 박물관 전 직원이 거의 나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진짜 반환이 되나 보다 느낌이 묘해서 들어갔는데. 저희가 문서들을 열심히 준비해서 딱 갔는데 자기들이 먼저 이야기를 하고 끝나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먼저 얘기하겠다 해서 ‘문화재제자리찾기’가 그동안 보내준 자료는 신빙성 있는 자료들이라고 판단돼서 하루빨리 한국에 돌려주겠으니 관련 문화재청을 연결해 달라, 그러면 우리가 반환하겠다라고 바로 들어가자마자 얘기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러니까 새로 정리해서 보낸 자료를 보고 자기들도 이건 빼도 박도 못하겠구나. 그러니까 한국 정부한테 공식 요청하도록 나서달라 그렇게 한 거예요?

    ◆ 구진영> 민간에 줄 수 없으니까 공식 통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줘야 되니까 문화재청에 하루 빨리 연락해 달라고 그 당시에 박물관 담당이 말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그 박물관에 제공하는 자료를 우리 정부에도 줬을 거 아니에요?

    ◆ 혜문> 그렇죠. 줬지만 그 당시에는 크게 민간협상으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적극적이지는 않았을 거고. 일단 경로가 있습니다. 반환 과정에. 첫 번째 자료를 정리해서 논리를 세우는 과정은 저희가 했고 그다음에 2013년 1월부터 본격적인 반환 협상에 들어가면서 LA카운티박물관 측이 요청한 두 가지, 입증하라고 저희에게 요구했던 건 첫째 6. 25 때 반출된 것이 맞느냐. 그다음에 이것이 종묘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정할 수 있냐. 이 두 가지를 결정적 증거를 제시한다면 자기들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이 두 가지를 저희가 다 입증한 거죠.

    ◇ 정관용> 입증한 거죠.

    ◆ 혜문> 6. 25 때 문서는 미국 국가기록원의 공문서로 입증했고, 종묘에 있는 그 기록은 1943년도에 일제강점기에 이왕직장관이라는 곳에서 그 종묘를 관리했는데 그때 어보를 전수조사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을 토대로 6. 25 때 분실된 게 맞고 43년도에는 종묘에 있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입증했기 때문에 LA카운티박물관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죠.

    이게 증명된 상태에서 동일한 서류를 문화재청에 저희가 제공했죠. 그러니까 정부도 협상도 진행되고 또 언론 보도도 막 시작되고 미국 측의 움직임도 있으니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해서 내부적인 저희와 만남 속에서 문화재청도 그러면 이 문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라고 해서 그 시점에 미국 검찰에, 미국 국토안전부에 이것은 연방법에 저촉되는 거니까 압수해 달라는 요청을 그때 정부가 하게 되는 거죠.

    ◇ 정관용> 그런 자료를 찾아내는 것부터 사실 문화재청이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혜문> 문화재청이 해야죠, 원래. 문화재청이 예산도 부족하시고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가 하고 있습니다. (웃음)

    ◇ 정관용>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예산이 있어요?

    ◆ 혜문> 저희는 국민들이 지지해 주고 계시기 때문에 예산은 없어도 그 정도 능력은 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문화재청은 민간단체에서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고 이러이러한 건 자료도 찾고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까 반환운동에 나서주세요’ 그러면 이 정도 가지고는 부족해요 이렇게 한단 말이죠?

    ◆ 혜문> 정부의 입장이라는 것이 다소 신중할 수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거겠죠.

    ◇ 정관용> 그리고 ‘이 정도는 부족하니 우리가 더 찾겠습니다’가 아니라 ‘더 찾아올 수 있으면 찾아오세요’ 이런 거예요?

    ◆ 혜문> (웃음) 그 자세한 속사정은 저희가 알지 못했지만.

    ◇ 정관용> 지금 설명을 들어보니까 제가 그렇게 이해가 되잖아요.

    ◆ 혜문> 이 사건에 있어서 하여간 중요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문화재청은 처음 자료조사 과정에서 배제됐었고.

    ◇ 정관용> 그 LA카운티박물관 측에서 그때 2013년 9월인가 협상하러 갔더니 이미 분위기가 달랐다고 그랬잖아요. 그 박물관 측에서 혹시 뭐라고 안 해요? 왜 한국 정부는 가만있어 이런 말 안 해요?

    ◆ 구진영> 그 당시에 반환하겠다는 공식 문서를 저희 영사관에 넘기는데요. 거기에 써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어떠한 요청도 한 적이 없지만 ‘문화재제자리찾기’가 준 자료들이 신빙성 있다고 판단되어 반환하겠다라는 그런 공식문서를 LA카운티박물관이 남겼습니다.

    ◇ 정관용> 아무런 요청을 한 바 없으나, 그러니 이제 요청해 주세요, 한국 정부. 이런 내용이네요.

    ◆ 혜문> (웃음) 결정문 자체의 취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미국 측에서 평가하기를 월스트리트저널의 제목으로 뽑았는데 소제목은 ‘문정왕후 어보 반환운동은 한국 시민운동의 승리다’라고 제목을 뽑을 정도로 한국 시민운동이 주도해서 LA카운티박물관과 협상을 통해서 반환 결정에 이르렀다고 이렇게 못을 박고 있습니다.

    ◇ 정관용> 2013년 9월에 이미 박물관은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또 4년이 걸렸어요. 그거는 또 왜 그런 거예요?

    ◆ 혜문> 그때 문화재청은 반환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미국 검찰에 국토안전부에 압수해 달라고 했는데 그걸 번복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 정관용> 압수 과정 절차를 밟아야 되고.

    ◆ 혜문> 그때 수사가 개시가 안 됐고 LA카운티박물관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반환 결정을 했지만 그것보다 약간 앞서서 문화재청이 미국 검찰에 수사 요청을 했기 때문에 이걸 철회하기 어렵다 해서 LA카운티 입장에서는 우호적으로, 한미관계 우호증진을 위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개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반환 발표를 하고 검찰에 압수당하는 그런 과정을 거친 거죠.

    그래서 좀 불만이 있었던 것 같아요, LA카운티박물관 측에서.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한국 정부의 압수 요청에 대해서 법률적인 저항, 그다음에 같이 문정왕후 어보 반환 과정에서 현종 어보라는 걸 하나 더 발견하게 되는데요. 판매했던 로버트 무어가 가지고 있던 현종 어보도 압수되면서 로버트 무어 역시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결하는.

    ◇ 정관용>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 혜문> 네. 법적으로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렸죠. 저는 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당시에 문정왕후 어보는 LA카운티박물관에 직접적으로 우호적으로 반환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문정왕후 어보는 즉각적으로 받고 현종 어보는 검찰의 수사를 통해서 압수 통해서 반환받았으면 훨씬 모양새가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강제적인 방안을 통해서 했다는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비슷한 자료를 LA카운티박물관에도 주고 문화재청에도 줬더니 문화재청은 기껏 나서서 도와준다고 한 게 압수해 달라는 요청. 그래서 시간만 더 끌게 된 거예요?

    ◆ 혜문> (웃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화재청에서 악의적으로 한 것은 아니겠지만 물론 행정 절차가 진행되다 보니까 반환 결정이 나고서도 4년이나 더 걸리는 그런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던 거죠.

    ◇ 정관용> 혜문 대표 오래 이 일을 하셨기 때문에 문화재청에 아는 사람도 많을 거 아니에요?

    ◆ 혜문> 예. 많이 있죠.

    ◇ 정관용> 그분들 이제는 좀 자세가 바뀌어가고 있어요, 어때요?

    ◆ 혜문> 별다르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웃음) 저는 이 문화재 반환운동을 시작할 때는 잘 믿지 않습니다. 제가 4번의 성공, 4번의 성공 중에 3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왔거든요. 4번의 성공 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좀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 무슨 돈을 걷기 위해서, 언론에 나가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는 그런 비웃음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 정관용> 한 건, 한 건 성공하는 걸 보고도 똑같은 태도예요?

    ◆ 혜문> 똑같죠. 지금 또 새로운 걸 해도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 정관용> 참 이해가 안 되네요.

    ◆ 혜문> 워낙 신중한 입장을 강조하는 분들이니까. 처음에 제가 하는 게 약간 경솔해 보인다 하는 우려 때문에 그러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신중하게 정부가 나서서 자료조사라도 하든지. 그거는 또 안 하잖아요?

    ◆ 혜문>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저는 문화재 반환운동이라는 것이 한 점,한 점의 문화재를 찾아오는 걸 넘어서 과거에 강탈당하고 빼앗긴 물건을 국민과 함께 싸워서 당당하게 찾아오는 게 중요하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는데 문화재청이나 혹은 국외소재 문화재단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은 상대편과의 우호적인 과정 속에서 잘 시간을 들여서 장기적으로 협상해서 기증받는 것이 좋겠다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입장하고는 대단히 다르죠.

    ◇ 정관용> 입장은 다를 수 있으나 해야 할 일은 같은 거예요. 철저한 자료 조사를 해야 하고 철저한 근거를 찾아야 하고 그거는 마찬가지 아닙니까? 싸워서 되돌려 받든 우호적 협상을 통해서 기증을 받든 우리가 충분한 논거를 가져야 되잖아요. 그 일은 해야죠.

    ◆ 혜문>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그 일을 안 하니까 문제죠.

    ◆ 혜문>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현재 해외 15만 점의 문화재가 있다, 이렇게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는데 저는 더 중요한 것은 15만 점 중에 무엇을 찾을 것이냐. 그중에 정확한 초점을 가지고 그중에 그걸 선정하고 국민과 함께 대대적인 반환운동을 하는 것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마는 유감스럽게도 그 무엇을 찾을까는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불우하게도 제가 선정해서 계속해서 반환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애 많이 쓰셨습니다.

    ◆ 혜문> 감사합니다.

    ◇ 정관용> 구진영 연구원도 마지막으로 정부를 향해 한 말씀하신다면.

    ◆ 구진영>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문화재 반환이라는 것이 단순히 문화재 한 점, 한 점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작업이 아니라 강제로 빼앗긴 우리 민족의 혼을 되찾는 그런 제자리 찾기 운동입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 측에서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소유자에게 잘 보여서 기증을 받는다거나 아니면 해외 경매장에 나가서 우리 문화재가 와 있으면 돈을 주고 사오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문화재 반환운동이란 것은 우리 미래 세대에 어떤 것을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가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데요.

    아이들에게 과연 경매장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물건을 돈을 주고 사오면 된다 이렇게 가르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진정으로 자국민이 승리해서 싸웠던 기록을 평가해 주는, 그래서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민주시민으로 잘 성장할 수 있게 그렇게 해 줄 수 있는 문화재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미래 세대 교육의 의미도 큰 거예요. 물론 강제로 빼앗긴 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이 그 당시에 잘 모르고 아주 싼값에 팔아넘기고 이런 것일 경우도 있어요. 만약 그런 경우라면 사실 돈 주고 사올 수도 있죠. 그러나 빼앗긴 것인데도 돈 주고 사온다? 그건 문제가 있다 그런 말씀이군요.

    ◆ 구진영> 네.

    ◇ 정관용> 다시 한 번 애 많이 쓰셨고요.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구진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 대표님 그리고 구진영 연구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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