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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죠" 무용인 앞길 막는 갑질



부산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죠" 무용인 앞길 막는 갑질

    [지역 무용계 '갑질' 기획④] 갑질악습, 피해는 신인·예비 무용인들에게

    빛나는 조명 아래 화려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박수 갈채를 받는 무용수들. 하지만 이 현란한 무대 뒤에서는 신인 무용가들이 메마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부산CBS는 모두 4차례에 걸쳐 지역 무용계에서 일어난 갑질 횡포에 대해 기획 보도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갑질과 부조리 속에서도 꿈을 위해 숨죽인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신인·예비 무용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기획] 지역 무용계의 갑질 횡포
    ① 무대에는 없는데 명단에는 있다…젊은 무용인의 눈물
    ② "내가 만든 무대인데…" 공연 뺏긴 젊은 무용가의 몸짓
    ③ 지원금 노린 무리한 '실적 쌓기'에 멍드는 지역 무용계
    ④ 갑질악습, 피해는 신인·예비 무용인들에게


    (사진=스마트이미지)

     


    ◇ 부푼 꿈 안고 무용학 전공…돌아온 건 학교 홍보 공연

    어릴 적부터 무용가를 꿈꾸며 땀 흘린 끝에 모 대학 무용학과에 진학한 A씨.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몸짓을 선보일 꿈에 부풀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학과에서 외부 공연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 학생 몇 명과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전공과는 무관한 홍보성 'K-Pop 댄스' 무대였습니다"

    A씨는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무대에 올라야 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돌이켜보면 학교의 필요에 따라 '동원'된 거죠. 큰 무대는 아니었지만, 저를 비롯한 학생들은 원하지도 않는 공연 때문에 며칠을 연습해야 했고, 시간이 겹쳐 아르바이트도 빠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곳곳에 불려 다니며 원하지 않는 무대에 서야 하는 상황은 반복됐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지시에 따라 외부 무대에 동원된 적이 있습니다.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참았지만, 원하지도 않는 무대에 오르는 일이 결코 반가울 수는 없었어요. 결과적으로도 남은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런 현실에 실망한 A씨는 자신 앞에 높인 미래가 무대 위 조명처럼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전공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했다.

    "힘들어도 미래가 보장된다면 노력하고 참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졸업생 중에 전공을 살려 계속 춤을 추는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길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까지 듭니다"

    ◇ '공연 지원비' 기회 필요한 젊은 무용가에게는 먼 이야기

    힘겨운 학교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민 젊은 무용가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무용가 B씨는 경력과 실적이 없는 젊은 무용가들에게 재정적 지원이나 기회는 먼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렇다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선배나 스승의 말에 따르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연비를 지원받고 무대 기회를 얻으려면 경력이나 실적을 증빙해야 하지만 사실상 젊은 무용가들이 이 기회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죠. 결국 각종 지원금을 받거나 큰 무대를 연출하는 무용계 스승이나 선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B씨는 젊은 무용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라도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큰 지원이 아니라도 젊은 무용가들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환경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본인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라도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용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무용가 C씨 역시 부조리를 겪으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는 젊은 무용가가 많다며 제자를 교육이 아닌 소비의 대상으로 보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제자나 후배들은 공연은 물론 연습 일정을 조율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오라고 하면 가야 하고, 일정을 맞추라고 하면 따라야 해요. 선배나 스승에게 의견조차 전달하기 힘든 지금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제자나 후배를 '교육'해 자립시키기보단 자신의 실적과 경력을 위해 '사용'하는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무용계의 뿌리 깊은 갑질 관행 속에서 젊은 무용가들은 지금도 무대 뒤에서 힘겨운 하루를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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