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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전 방불케 한 '정유라 법정 증인 세우기'



법조

    첩보전 방불케 한 '정유라 법정 증인 세우기'

    "오늘 증인 신문 시작하겠습니다. 증인 나오세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21)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 공판에 참석한 기자들이 깜짝 놀랐다.

    원래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재판정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정유라씨 변호인측은 정씨가 재판에 증인으로 등장하기 전까지도 "정씨가 마음을 바꿔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정씨는 재판이 시작되고 예상과 달리 삼성과 삼성측 변호인을 당혹스럽게 하는 폭탄성 증언들을 쏟아냈다.

    재판을 지켜 본 한 방청객은 "마치 정유라가 이재용 부회장을 융단폭격하는 것 같았다"고 재판 소감을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정씨는 "삼성은 정유라씨에게 말을 소유하도록 사주지도 않았고 '말 세탁'(말 교환)을 하지도 않았고 그런 일을 꾸민 적도 없었다"는 삼성측 변론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씨는 "삼성이 모르게 말 교환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증언하거나 "어머니 최씨로부터 '삼성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달지 말고 말 이름을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어머니 최씨로부터 삼성이 사준 말을 두고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특히 정씨는 "검찰 수사를 마지막으로 받은 지난 6월 27일 말 세탁과 관련한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독일에 있는 코어스포츠 CEO였던 캄플라데에게 직접 전화를 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정씨는 "나는 말 바꾼 사실을 모르고 엄마가 독단적으로 바꿨다는데 그게 사실이냐"고 캄플라데씨에게 물었더니 그가 "'말 교환이 이뤄지기 전날 어머니 최씨가 박상진 승마협회장과 황성수 전무를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만났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밝혔다.

    정씨의 잇따른 폭탄성 증언에 삼성측은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였다.

    정유라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변호인들이 증인 출석 한사코 말렸지만 결국 법정에 선 정유라

    정유라씨의 법정 증언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검찰·특검과 정씨 변호인측간에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방해와 설득이 교차했던 5일간이었다.

    정씨가 이재용 부회장 공판 증인으로 확정된 것은 지난 7월 7일 이었다. 증인 출석이 확정된 후 정유라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씨가 증인으로 재판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정씨 증인 출석은 무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검과 검찰이 확인한 결과 정씨는 변호인 의견과 달리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정씨와 특검간 증인출석이 어느정도 조율됐지만 정씨를 상대로 한 변호인측의 증인 출석 반대 설득은 집요하게 계속됐다. 정씨 변호인들은 '정씨가 나가면 안된다'며 정씨가 출석할 경우 엄마(최순실씨)는 어떻게 되겠냐'고 증인 출석 거부를 설득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들은 정씨가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출석하겠는 입장을 고집하자 '더이상 변호를 할 수 없다'는 말까지 전달하며 '압력'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씨 변호인측은 증인 출석을 하루 앞둔 11일 전격적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정씨 증인출석에 쐐기를 박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가운데 '불출석 사유서' 제출 사실을 파악한 특검은 또다시 마지막으로 정씨에게 출석 여부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기로 했다. 특검과 검찰로서는 정씨가 증언대에 서지 않아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변호인들의 증언거부 종용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재판에 나오겠다"는 의사를 거듭 전달했고, 이에따라 특검은 이날 새벽 정씨를 자택 부근에 만난 뒤
    즉각적인 '증인 보호조치'에 돌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젯밤(11일)에 정씨가 증인으로 나오겠다는 의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해 12일 아침 일찍 정씨를 법정에 데려왔다"고 말했다.

    정씨 변호인측은 "정씨가 오늘 새벽 5시이전 혼자 주거지 빌딩을 나가, 빌딩 앞에 대기중인 승합차에 성명불상자들에게 의해 승차한 후 종적을 감췄다. 심야에 21세의 여자 증인을 이같은 방법으로 인치하고 5시간 이상 사실상 구인·신병 확보 후 변호인과의 접견을 봉쇄하고 증언대에 내세운 행위는 위법이자 범법적 수법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특검측은 이에대해 "정유라씨가 이른 아침에 연락이 와서 고민 끝에 법원에 증인 출석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는 뜻을 밝혀오면서 이동에 지원을 해 달라고 해서 정씨가 법원으로 가도록 도움을 준 것이다. 또한 정씨는 오전 8시께 변호인에게 자의로 출석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반박햇다.

    정씨는 특검과 만난 뒤 법원의 증인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증인 대기실'에서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도 이날 9시가 넘어서 특검측으로부터 정씨의 증인 출석 사실을 최종적으로 통보 받았고 이를 변호인측에 전달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 변호인과 검찰·특검측 간 닷새간의 숨박꼭질은 정씨 의사에 따라 증인 출석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정씨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재판에서 증인 가운데 가장 핵심적 증인이다. 정씨는
    어머니 최씨와 달리 삼성측과 직접 협상이나 대화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측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실질적 수혜자이며 또한 문제의 말들을 탔던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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