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가석방된 중국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61)가 미국과 독일 의료진에게 해외치료를 요청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 등 홍콩 매체들이 9일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류샤오보가 입원한 병원 측이 류샤오보가 해외 출국에 적절치 않은 상태라며 사실상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의 간암 전문의인 조셉 M. 허먼교수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의 마르쿠스 W. 뷔흘러 교수는 8일 류샤오보가 입원해 있는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의 중국의대 제1병원을 방문해 류샤오보를 검진했다.
류샤오보는 이들 의료진과 영어로 나눈 대화에서 해외 치료를 받고 싶고, 독일을 가장 선호하고 있으며 미국행도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듭되는 류샤오보 본인의 해외 출국 의사 표시에도 불구하고 출국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병원은 공지문을 내고 중국 전문가들이 류샤오보의 간암 상태가 이미 말기에 도달해 이동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미국과 독일 의료진도 류샤오보가 해외에서 더 잘 치료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과 독일 의료진이 중국 전문가들의 치료에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류샤오보가 방사선 치료를 더 받아야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추가로 MRI 검사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전날 류샤오보의 형제들과 이들의 배우자가 문병할 수 있도록 허락해 류샤오보의 임종이 다가왔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중국 당국에 류샤오보 면담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중국 당국에 유엔의 류샤오보 접촉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탐사 전문 매체가 팩트와이어가 류샤오보의 지인으로부터 입수한 동영상에 따르면 류샤오보는 체포되기 이틀 전인 2008년 12월 6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98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당국으로부터 의료 가석방으로 중국을 떠나라는 설득을 받았지만,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노동교화형을 채우겠다며 거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류샤오보는 1996년 10월 8일 '사회질서교란죄'로 노동교화형 3년형을 선고받은 뒤 1999년 석방됐다가 2008년 말 중국의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선언을 계기로 이듬해 12월 베이징 제1중급인민법원에서 국가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