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동안 장기 기억력을 평균 2배까지 높일 수 있는 뇌파 조절 매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반대로 기억의 회상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는데, 사람에게도 적용돼 기억력 강화와 약화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 연구팀은 수면 중에만 나타나는 세 가지 종류의 뇌파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학습한 내용의 장기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6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수면 중 뇌파 특히 대퇴피질의 서파와 해마의 SWR파, 그리고 수면방추파가 학습 기억 형성에 관계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를 알려지지 않았었다.
신 단장팀의 이번 연구는 보다 구체적인 매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시각으로 6일 자 뉴런(Neruon, IF=14.024)에 게재됐다.
(사진=IBS 제공)
좀 더 구체적으로 IBS 연구진은 수면방추파 외에 대뇌피질의 서파(Slow oscillation)와 해마(Hippocampus)의 SWR파(Sharp wave ripples)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파로 알려져 있는 것에 착안해 이 세 가지 뇌파가 상호작용할 것으로 보고 생쥐를 통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공포를 경험한 생쥐를 공간과 소리 등을 제한해 분리한 뒤, 머리에 꽂은 광케이블을 통해 빛으로 수면방추파 발생시켜 공포를 기억해내는지 여부를 실험했다.
연구 결과 대뇌피질의 서파 발생 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한 생쥐가 다른 생쥐보다 공포에 대한 기억을 2배 가까이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세 종류 뇌파의 분포 양상을 분석한 연구진은 대뇌 피질의 서파가 나타나는 시기에 맞춰 수면방추파를 유도할 경우 해마의 SWR파가 동원돼, 결국 이 세 가지 뇌파가 동시에 발생해 동조하게 되고, 이를 통해 장기 기억력도 약 2배 더 높아진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반대로 공포에 대한 기억 회상을 줄이는 실험도 진행했는데, 서파와 수면방추파, SWR파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게 됐을 때, 즉 이 세 뇌파의 동조현상을 깨뜨릴 때 가장 효과적으로 공포 기억의 회상 정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희섭 단장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뇌에 광유전학 케이블을 삽입해 뇌파를 조정했지만, 비침습적 방법으로 인간의 뇌파를 조정할 수 있다면 언젠가 학습기억 증진을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