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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로 숨가빴던 확대정상회담 '막전막후'

대통령실

    한미FTA로 숨가빴던 확대정상회담 '막전막후'

    회담장 분위기 바꾼 장하성의 영어 공세와 트럼프의 "오, 와튼스쿨!"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오전(미 동부시간) 백악관에서 열렸던 한미 확대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긴장감 어린 설전을 벌였던 뒷얘기를 3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까지 발표한 뒤에도 한미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문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비싼 청구서'를 들고 귀국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적극 해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단독 정상회담 직후 자리를 옮겨 양국의 장관 등이 참석하는 확대 정상회담을 열었다.

    당초 이 자리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예정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작 직전 한미 언론인들을 긴급하게 회담장으로 불러들였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두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북한 문제와 무역 문제인데 북한 문제는 심도 깊은 대화를 이미 나눴고, 무역 문제는 미국과 한국에서 공정한 협정이 돼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한미 FTA 발효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적자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미국에서는 한국차가 많이 팔리는데 한국에서는 미국차가 팔리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월버 로스 상무 장관에게 의도적으로 발언권을 주며 한국 대표단을 압박했다. 기자들 앞에서 윌버 장관 역시 자동차와 철강 등을 예로 들며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들의 주장이 언론을 통해 어느정도 피력됐다고 판단한 듯 기자들을 회담장에서 퇴장하도록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에 따르면 비공개 회의에서는 보다 못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금 말하는 내용은 이미 다 실천되고 있다. 한미 FTA는 양국간 호혜적인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실무 협의를 해나가면 된다"고 응수했다.

    확대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초반에 굉장한 긴장감이 돌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된 뒤에도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 월버 상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교대로 발언하면서 무역 불균형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미국 측은 무역적자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적잖은 주둔비용도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갑갑하던 분위기 속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에서 LNG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을 이미 천명했다"며 "필요한 LNG를 조건만 맞으면 미국이 공급할 수 있다"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이어 "한미FTA 규정이 불합리한 것인지, 아니면 FTA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인지 제대로 스터디를 해봐야 한다"며 "양국 실무진으로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두 나라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분석하자"고 역제안했다.

    미국 측의 방위비 언급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기간에 무임승차론을 말했는데, 한국은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GDP 대비 가장 높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동맹국 중 하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또 "한국은 미국의 최대 무기 수입국이며 주한미군의 주둔 부지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한국에 와 보셨지만 무려 450만평에 달하는 평택기지는 전세계에서 가장 첨단적으로 건설되고 있고, 소요 비용 100억 달러를 한국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역공을 가했다.

    장하성 정책실장 역시 "한국이 세관 통관에서 미국에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 또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 내 독점과 과점의 폐해를 다루는 기관으로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도 "FTA 이후에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이 356%나 증가했고, 시장 점유율도 1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상호 윈윈하고 있다. 중국 철강의 최대 피해국은 오히려 한국 시장이니 공동 대처하자"고 강변하면서 로스 상무장관과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2대1의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사진=청와대 제공)

     

    한국측의 자료를 들이밀며 예상외로 강하게 대응하자 회담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침묵에 가까운 무거운 분위기는 이외로 장하성 실장의 즉석 영어 발언으로 풀렸다.

    회담장에서 양국 정상은 물론 참모진 모두가 시간이 3~4초 소요되는 통역기를 쓰고 상대측의 발언을 경청했지만, 장 실장이 "이제부터 영어로 말하겠다"고 선언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오 와튼스쿨, 똑똑한 사람!"이라고 맞받으며 장내에 웃음이 터진 것.

    장 실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와튼 스쿨을 졸업했다. 두 사람이 동문인 셈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먼저 공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장면이었다.

    장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늦었지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고 인사한 뒤 "제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었는데 사드 때문인지 중단됐다. 중국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다"라고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

    이에 로스 상무장관이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 책이 번역돼 미국에서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더 커진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회담장 안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장 실장의 영어 반격으로 오히려 회담장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상호 호혜성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좋은 친구가 돼서 참 감사하다. 더 많은 성공을 바란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에 문 대통령도 "한국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미국의 안보 동맹이었는데 이제 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까지 발전시키자. 한미 FTA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것이어서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자부심이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 양국 관계가 발전하는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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