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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열' 이제훈은 웃고, '리얼' 김수현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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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열' 이제훈은 웃고, '리얼' 김수현은 울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30대 남성 배우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그들을 각기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가 정반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준익 감독의 저예산 영화 '박열'은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다룬 작품이다.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의 분량도 상당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대담한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청년 '박열'이다. 배우 이제훈이 바로 이 '박열' 캐릭터를 맡아 연기했다.

    지금까지 이제훈의 영화 성적은 '파수꾼', '건축학개론' 등을 제외하면 그리 좋지 못한 편이었다. 지난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로 첫 단독 주연 영화를 선보였지만 15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관객수로 상영을 마감했다. 브라운관 사정도 조금 나았을 뿐 이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시그널'을 제외한 다른 드라마들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탓이다.

    '박열'은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 개봉 4일 만에 118만41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사수하고 있다. 군 제대 후 좀처럼 풀리지 않던 이제훈의 영화 필모그래피는 '박열'로 인해 전환점을 맞게 됐다. '박열'이 보통 상업 영화들과 달리,
    주목받지 못한 독립운동가 박열의 생애를 진정성 있게 다룬 영화라 그 성과 역시 더욱 값지다.

    영화 속 박열처럼 실제 단식하고, 고문 연기를 견뎌내면서 잠시 쓰러지기까지 했었다는 이제훈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빛을 발한 셈이다.

    '박열'의 경쟁작 '리얼'은 저조한 흥행 성적보다 더 좋지 않은 혹평에 휩싸였다. '리얼'은 배우 김수현이 1인 2역을 소화한 영화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전쟁을 그렸다. 실제와 가상 세계를 오가는 이 영화의 표현법은 장편 상업 영화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실험적이다.

    영화만 봐서는 도통 무슨 내용인지 실마리를 찾기 어렵고, 캐릭터와 내용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다채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긴 영화 '곡성' 등과 달리, '리얼'은 처음부터 큰 줄거리의 맥을 잡기 어려워 그 해석이 관객들에게 흥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예술 영화에서나 볼 법한 불친절한 표현에 오히려 '김수현의 상업 영화'를 기대하고 갔던 관객들은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노출을 통한 성적 소비재로 여성 캐릭터들을 다룬 것도 반감을 샀다.

    배우 김수현에게 '리얼'은 충분히 욕심 날 만한 작품이었다. 한 작품 안에서 1인 다역을 맡게 되면 그만큼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탓이다. 혼란스러운 영화 속 김수현의 연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냈다. '리얼'이 최악의 혹평 속에서도 30만 관객을 돌파하고,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는 상황은 이런 김수현의 활약 덕분일 것이다.

    과거 수많은 영화가 그랬듯이,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의 연기는 '흥행'의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그래서 '리얼'이 '20대를 대표하는 마지막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김수현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군 입대를 앞둔 김수현에게는 다시 없을 야심작이었겠지만 이번에 그의 '도박'은 '실패'로 돌아갔다. 비슷한 또래 배우 중 누가 뭐래도 자신의 흥행 파워를 입증하며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이어 온 그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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