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노컷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관계자가 2013년 10월 포스트시즌 기간에 KBO 심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KBO는 2일 한 구단의 고위 관계자가 지난 2013년 10월 중순 심판 A씨에게 현금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의 보도에 따르면 심판 A씨가 급전이 필요해 연락한 관계자는 두산 소속이었다. 전화를 받은 구단 관계자가 현금 300만원을 빌려줬다는 내용이다.
당시는 두산이 포스트시즌 무대에 진출해 경기를 치르고 있었던 시기다. 정확히 금전 거래가 이뤄진 시기는 두산과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민감한 시기에 승부 조작의 빌미가 될 수도 있는 구단 관계자와 심판 사이의 금전 거래는 당연히 규약 위반이다.
두산 관계자로부터 돈을 받은 심판 A씨는 2013시즌을 끝으로 KBO 리그를 떠났다.
KBO는 지난 3월 상벌위원회에서 이와 관련된 사안을 논의했다. 두산 관계자와 심판 A씨 사이의 금전 거래에 대가성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관계자에게는 엄중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앞서 KBO는 지난해 8월 언론의 의혹 제기를 토대로 심판 A씨와 두산 관계자의 금전 거래를 1차 조사한 결과 개인적 일탈이라고 판단했다.
KBO 관계자는 "A씨가 그해에 금전적으로 힘들어 지인들과 선후배들에게 돈을 빌렸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KBO가 10개 구단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두산에서만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조사 내용에 대해 "A씨는 시비가 붙어 합의금이 갑자기 필요하게 됐고 꼭 갚을테니 구단 관계자에게 현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본인이 아닌 제3자의 계좌를 불러줬다. 구단 관계자도 오죽 했으면 전화를 했을까라는 생각에 돈을 보내줬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며칠 지나 또 돈을 빌려달라는 요청에 구단 관계자는 뒤늦게 심판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KBO는 언론의 의혹 제기가 나온 직후 심판 A씨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고 만남을 가졌다. A씨는 KBO에 구단 관계자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편파 판정을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KBO 심판들에게 고개를 못 들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KBO은 심판 A씨가 경기에 투입된 그해 포스트시즌 경기들을 리뷰했다. 금전 거래에 따른 의심될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꼼꼼히 따져봤다.
이 관계자는 "구심을 맡은 경기를 포함해 A씨가 투입된 모든 경기에서 A씨가 내린 콜을 전부 분석했다. 항의가 나오거나 판정 불만, 논란이 된 장면 등 의심할만한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1차 조사를 마친 KBO는 올해 3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 사안을 다시 논의했다. 논의 결과 대가성이 있는 경기 조작 의심 정황이 없는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하지만 KBO는 이같은 조사 과정과 상벌위원회 의결 내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불어 심판의 귄위와 신뢰성에도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RELNEWS: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