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인 일본의 도시바 반도체가 21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나라의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결정했다.
오는 28일까지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고 각국의 반독점 문제를 검토한 뒤 내년 3월까지는 전환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이번 매각이 협상에 직접 선수로 참여해 3-4조 원을 쓰게 될 SK하이닉스는 무엇을 얻고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이번 매각협상에 대해 아무런 공식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주판알을 퉁겨보면 '만세'로 볼 수 있다.
21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낸드플래시 업계의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7%로 부동의 1위이고 도시바는 17.2%로 2위, 웨스턴디지털이 15.5%로 3위이며 SK하이닉스는 11.4%로 4위, 마이크론이 11.1%로 5위였다.
지난해 연간 점유율 10.1%로 5위였던 SK하이닉스가 11.9%로 4위였던 마이크론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선 것 외에 1,2,3위 사이에 순위나 점유율의 큰 변화는 없었다.
글로벌 5위 까지 순위에 없지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무려 10조 원이나 많은 제안서를 써낸 대만의 홍하이나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 중국의 칭화유니같은 중국과 대만계 기업이 도시바 지분을 차지했을 경우 점유율 변화는 시간문제였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잠재적 강적'이 될 수 있는 칭화유니나 TSMC, 홍하이가 배제된 것은 낸드플래시 업계 4-5위권인 SK하이닉스로서는 안도의 한 숨을 내 쉬게 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또 최근까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진입을 막은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SK증권 김영우 수석연구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우리 업체들로서는 중국과 대만의 강적출현을 막았다는 점에서 최선의 딜(deal)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베인캐피털이나 일본의 산업혁신기구, 일본 개발은행 등은 모두 반도체 산업의 직접 경영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투자수익을 내려는 '재무적 투자자'들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투자 등으로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을 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SK하이닉스로서는 현재의 업계 판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힘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됐다.
또 도시바의 경우 D램이 없어 모바일 비즈니스에 취약했는데 이번에 SK하이닉스와 손을 잡음으로써 자사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에 하이닉스의 D램을 함께 가져다 모바일이나 서버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윈윈'이 될 수 있다.
여기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를 처음 개발한 선도업체로서 원천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로서는 기술제휴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SK하이닉스가 내년 3월 출범하는 신규 도시바 반도체에 '임원'을 파견하고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면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의 동향을 입수할 수 있고 기술도입도 쉬워질 수 있다.
물론 도시바의 3D 낸드 생산케파가 15% 밖에 되지 않아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지 않고 투자가 필요하고 지분이 너무 작기 때문에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가능하지만 유무형의 효가는 적지 않아 보인다.
또 지난 4월 출국금지가 풀리자 마자 일본으로 날아가 이번 협상에 깊숙히 관여한 SK최태원 회장으로서는 어려운 것으로 전망됐던 도시바 인수협상을 성공함으로써 경영에 화려하게 복귀하는 신고식을 치르는 부수효과도 거두게 됐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대만이나 중국의 업체에 미국의 업체까지 '새로운 선수'가 투입되는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긍정적이기 때문에 이번 협상 결과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다.
아직 남은 변수는 '독점협상권'을 요구하면서 미국 법원에 소송까지 낸 WD 즉 웨스턴 디지털이지만 적절한 수익성을 담보해 주는 족으로 균형점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도시바 매각은 삼성과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로서는 최선의 딜 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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