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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인물이 심판위원장?' 레슬링협회 인사 왜 이러나



스포츠일반

    '징계 인물이 심판위원장?' 레슬링협회 인사 왜 이러나

     

    대한레슬링협회의 심각한 인사 비리 정황이 포착됐다. 이미 내정된 요직에 대해 공개 채용 공고를 내는 편법은 물론 입시 비리 등으로 징계를 받은 인사들을 임원으로 선임하기 위해 징계를 완화하는 행태도 벌어졌다.

    레슬링협회는 이전부터 대표적인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을 받았던 단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구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문제점이 드러난 것일까.

    ◇ 내정자 있는데 사무처장 공개 채용?

    레슬링협회는 지난해 12월 1일 사무처장 채용 공고를 냈다. 당시 차봉준 사무처장의 임기가 12월 31일로 끝나는 상황이라 차기 사무처장을 뽑아야 했다.

    그러나 당시 공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자격요건은 '채용 후 즉시 근무 가능자'로만 명시돼 있었다. 제출 서류도 최종 학교 졸업증명서와 자격증 사본 각 1부면 됐다. 접수는 게시된 지 하루 만인 2일 18시까지만 진행됐다. 사실상 다수의 지원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미리 아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는 공고였다.

    대한레슬링협회가 지난해 12월 게시한 사무처장 채용 공고.

     

    이마저도 허물뿐인 공고였다. 이미 내정자가 있던 것이다. 현재 협회 김응주 사무처장이다. 김 사무처장은 공고가 나기 이전인 11월부터 이미 실질적인 처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선거인단 투표에서 제35대 협회장에 오른 이정욱 회장은 김 사무처장을 앉히기 위해 차 전 사무처장의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12월 급여를 줄 테니 11월에 협회를 떠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 전 사무처장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 회장의 강한 압력에 결국 11월 15일 김 사무처장에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협회에서 밀려나듯 떠나야 했다.

    차 전 사무처장은 스포츠4대악 센터에 제출한 신고서에 "빨리 인수 인계를 하라면서 강요하였으나 응하지 않자 왜 떼를 쓰며 억지를 부리냐며 모욕감과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재차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이 문제에 대해 레슬링협회는 "사무처장 선임에는 문제가 없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에 해명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무처장 선임에만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다. 임원 선임에도 전횡이 드러났다.

    레슬링협회는 11월 15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원 선임의 건을 부의안건으로 상정했다. 임원 선임을 회장에게 위임하되 16개의 시·도협회에서 후보자 5명을 추천하고 이 가운데 최종 선임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이에 경북 지역을 제외한 15개 시·도협회는 최소 1명에서 최대 5명까지 추천서를 협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대전·광주·전남·울산·세종에서 보낸 추천인 명단에서 단 1명의 이사도 선임하지 않았다. 또 강원·충북의 경우는 시·도협회에서 추천한 사람이 아닌 다른 인물을 선임하고 전북·부산·경남·경기도는 2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내용과는 달리 독단적인 임원 선임을 단행했다. 이 회장이 자기 사람을 심어 협회를 좌지우지하기 위한 전횡이었다.

    ◇ '편파 판정'했던 사람이 심판위원장?

    편파판정과 오심을 저지른 심판들이 징계를 삭감 받아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협회에는 문제의 인물들도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다. 과거 입시 비리 및 편파 판정 등으로 징계를 받았던 인사들이다.

    특히 김오현 심판은 편파 판정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고도 협회의 심판위원장을 맡고 있다. 심판들을 총괄하는 수장이 판정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코미디같은 상황인 것이다.

    김 심판위원장은 칠곡군청 감독 시절 특정 선수의 승리를 위해 편파 판정을 해 지난 2014년 7월 자격정지 2년을 받았다. 그러나 협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설치해 심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해야 하는 정관을 무시하고 권한이 없는 심판위원회가 징계를 의결하고 해제하는 행태를 저질렀다.

    결국 김 위원장은 2014년 12월2일 부로 징계가 해제됐고 버젓이 협회의 심판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준진 부위원장 역시 전북체고 교사 시절 판정 오심으로 자격정지 6개월을 받았지만 김 심판위원장과 동일한 절차로 징계 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풀렸다.

    레슬링협회의 정관 제26조 (임원의 결격사유)에는 '체육회, 협회, 다른 회원종목단체, 시․도체육회, 시․도종목단체 또는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체육단체에서 1년 이상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사람(단, 승부조작, 폭력‧성폭력, 횡령,배임, 편파판정으로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시․도체육회, 시․도종목단체 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1년 이상의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영구히 임원에 선임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김 심판위원장의 징계가 해제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자리에 있을 수 없는 상황. 적법한 절차였다면 징계가 풀리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협회는 특정인에게 면죄부를 줘 주요 보직에 앉혔다.

    경기이사 선임에도 문제점이 포착됐다. 이중섭(국군체육부대 감독) 경기이사는 판정 오심으로 6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시작해 올해 3월에 끝이 나는 징계였다. 하지만 징계 중 경기이사에 선임됐고 이 문제가 발각되자 해임됐다가 징계가 끝이 나자 재차 선임되는 일이 벌어졌다.

    '서약서 제출 후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즉시 해임되며 영구히 임원에 선임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경기이사 자리를 그대로 넘겨준 협회다. 특혜를 받은 문제의 인물들이 여전히 주요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한레슬링협회. 구태가 여전한 협회 행정에 대한민국의 효자 종목으로 꼽혔던 레슬링이 멍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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