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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모 초등학교서 2차 학교폭력…충남교육청 파악도 못 해



대전

    천안 모 초등학교서 2차 학교폭력…충남교육청 파악도 못 해

    여전히 한 반에서 수업 받는 가해자와 피해자

     

    "내가 힘이 없어 슬프다. 내가 우리 반 남자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된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창피하다. 그리고 괴롭고 힘들다. 나도 000처럼 힘이 세고 대장이 되고 싶다. 학교에는 가고 싶다.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도 보고 싶다."

    지난 3월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3학년 동급생 6명에게 폭행 및 감금하는 등 집단 괴롭힘을 당한 A군이 쓴 자신의 '현재 감정'이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최근까지 동급생 4명에게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하며 2차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해 학생들은 수업 쉬는 시간마다 A(10)군에게 위협을 가하고 따돌림을 조장하는 등의 행위를 해왔다고 A군 부모는 전했다.

    이들은 싸이 노래 가사 중 일부인 '수박을 먹을 때는 씨 발라 먹어' 가사를 따라 부르며 A군을 흘겨보고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나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동급생 6명은 교실에서 일방적인 경찰 놀이를 통해 A군을 잡아 오고 책꽂이에 들어가게 하거나, 의자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또 억지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라고 강요하고 신체폭력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1차 학교 폭력이 발생한 가운데 최근까지 학교 폭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가해자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넘겨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가해 학생들과 피해 학생은 한 반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피해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내려진 조치 사항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서면 사과와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10시간), 학생 특별교육 4시간, 학부모 특별교육 4시간 정도였다.

    A군 부모는 가해 학생의 '전학'이나 '학급 교체'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한 반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A군 아버지는 "처음엔 가해 학생의 처분 사항을 보고 남의 아이 앞길을 망칠까 싶어 재심 청구를 안 했는데 너무 후회스럽다"며 "아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심장이 찢기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A군은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기타 반응'을 보이고 있다.

    A군이 지난 4월 받은 소견서에 따르면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 이후, 불안, 긴장, 가해 학생에 대한 회피, 두려움, 괴롭힘을 당한 장면에 대한 재현, 악몽, 불면, 자신감 저하, 정서적 억압, 감정 표현의 어려움 등의 소견을 보인다"고 돼있다.

    향후 장기간의 심리 치료적 접근 등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 달에 80만 원에 달하는 병원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는 A군 부모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

    A군의 아버지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또다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담임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아이를 신중하게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이는 학교도 못가는 상태고, 치료도 못 받고 있다. 그렇지만 가해 학생 부모들은 서면 사과 이후 단 한 차례의 전화나 사과도 하지 않았고 학교도 무관심하기 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도교육청은 2차 피해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해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충남도교육청 한 장학사는 A군의 2차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지역교육청에서 일괄한다"며 "집단 폭행이나 성폭행 등 큰 이슈가 되는 부분은 우리까지도 보고가 되는데 그 초등학교는 만족스럽게 다 마무리가 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한 반에서 지내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피해 입었다고 해서, 그 아이가 거슬린다고 다 학급 교체가 이뤄져야 하는가"라면서도 "판단을 해볼 문제"라고 말끝을 흐렸다.

    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을 두고 만족 못 한다면 충청남도청 지역위원회에서 재심을 청구하면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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