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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훔친 죄가 사형인가”…웜비어 사망, 미국 경악



미국/중남미

    “포스터 훔친 죄가 사형인가”…웜비어 사망, 미국 경악

    • 2017-06-20 11:43

    대통령, 국무장관부터 일반인까지 슬픔과 분노...북한 여론 최악, 여행금지령 떨어질 듯

    지난해 3월 북한에서 재판을 받으며 울먹이는 오토 웜비어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영상 캡쳐)

     

    평양 관광을 갔다가 북한에 억류됐던 20대 청년이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온데다, 불과 엿새 만에 사망하자 미국이 슬픔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는 물론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선전물 훔쳤다가...결국 사망까지

    지난해 1월 평양에 관광 갔던 20대 청년 오토 웜비어는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친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17개월 뒤인 지난 13일 미국 땅에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왔다.

    북한의 설명으로는 웜비어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계속 의식불명에 빠진 상태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북한이 이례적으로 미국을 접촉해 왔다. 그러고 일주일 만에 웜비어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미국에 돌아왔다.

    이후 40시간 동안 웜비어를 정밀검진한 신시내티 대학병원은 지난 15일, 웜비어의 뇌 손상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자가호흡만 하고 있을 뿐, 뇌세포가 상당부분 손상돼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물론 주변의 자극에도 반응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토 웜비어는 그로부터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족은 19일 성명을 통해 “오토 웜비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미국에 도착했을 때 오토는 말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너무 힘들어 보였다...이제 더 이상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겠지만, 오토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는 집으로 왔고, 우리는 그가 그 사실을 느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담담한 성명이었지만, 가족들이 느꼈을 여러 가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북한에 대한 원망과 분노도 빠지지 않았다.

    웜비어 가족들은 “우리 아들이 북한의 손아귀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는 우리가 오늘 경험한 슬픈 일 외에 어떠한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썼다.

    ◇ 슬픔과 분노 뒤덮인 미국

    가족들은 “우리는 편안하다”며 애써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은 슬픔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미국 대통령부터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생에서 부모가 자식을 잃는 일보다 더 비극적인 일은 없다”며 “오토의 가족과 친구들 그를 사랑했던 모은 이들에게 배려와 기도를 보낸다”고 조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시 한 번 북한의 잔혹성을 규탄 한다”고 말했다.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해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웜비어의 부당한 감금에 대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북한이 불법 구금 중인 나머지 3명의 미국인도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빌 리처드슨 전 유엔 대사도 “북한은 외교관들을 20여차례 만났지만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북한은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국제사회에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과 캐나다인 1명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북한 정권이 오토 웜비어를 살해했다”며 “미국은 적대세력에 의한 자국민의 살해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원색적으로 북한을 비난했다.

    미국 TV방송들도 웜비어 사망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출연진들의 분노한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특히 보수 성향의 폭스 뉴스에서 강경발언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폭스 뉴스 출연진이기도 한 미국 변호사 마크 에이글라쉬는 웜비어 사망 소식에 “포스터를 훔친 죄로 사형을 언도 받았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폭스 뉴스 진행자인 제시 워터스는 “이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 행위나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 북한 여행 금지령 떨어질 듯...북미관계 급속 냉각

    일단 이번 오토 웜비어의 사망으로 북한 관광이 금지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이미 미 하원에는 민주당 애덤 쉬프 의원과 공화당 조 윌슨 의원이 공동 서명한 ‘북한 여행 통제법’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미 국무부가 북한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국무부는 북한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하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김연호 선임연구원은 “웜비어 사망은 미국이 경악할 일”이라며 “북미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 목소리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에서 나머지 3명의 미국인 석방을 요구하고 나선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억류된 미국인 3명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억류 미국인의 석방을 위한 북미간 대화 채널이 가동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오토 웜비어의 사망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도 악재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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