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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밧줄추락 열흘 "아직도 밧줄 탈 때 무서워"



사회 일반

    양산 밧줄추락 열흘 "아직도 밧줄 탈 때 무서워"

    - 강심장? 매일이 두렵다
    - 갑자기 바람 불면 휙 날려 꽝
    - 음악 들으며 두려움 없애기도
    - 최저가 입찰구조…안전은 사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공 도색공 (익명)

     

    얼마 전 경남 양산의 한 15층 아파트에서 외줄에 매달려서 페인트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줄이 끊어지면서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분이 작업을 하면서 틀어놓은 휴대폰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면서 만취한 아파트 주민이 옥상으로 올라간 거죠. 커터칼로 줄을 끊은 거였습니다. 참으로 모두를 경악케 하는 뉴스였죠. 그러고 보면 줄 하나에 의지해서 고공작업을 해야 하는 분들의 안전문제는 우리가 진지하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이웃이자 소시민. 고공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죠. 17년간 고공 도색을 해 온 분이세요. 음성변조를 했다는 점 양해해 주시고요. 지금 만나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고공 도색공>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 일을 하신 지 17년 되셨다고요?

    ◆ 고공 도색공> 네.

    ◇ 김현정> 그러면 양산 아파트 사건 전해 들으시고는 남일 같지 않으셨겠어요?



    ◆ 고공 도색공> 네, 저도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도 옥상에서 누가 줄을 푸는 정도는 있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이나 아니면 용접공들에 의한 용접 불똥이 튀어서 줄이 타들어가면서 떨어지는 경우는 있는데 실제 누가 커터칼로 자른다는 것은 저희들도 사실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사실은 상상조차 하기 무서운 일이죠?

    ◆ 고공 도색공>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매일 고공에서 작업한다고해서 특별히 두려운 감정이 없다거나 그런건 아니시죠?

    ◆ 고공 도색공> 제가 17년 했지만 항상 이게 현장이 구조가 다 다르고 낮은 층수로 해가지고 우리가 공포감이 없는 게 아니고 5층도 옥상 구조에 따라서 저희가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아요.

    ◇ 김현정> 5층인데도 옥상 구조에 따라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고공 도색공> 줄을 타고 옥상에서 좌대에 타기까지가 사실 저희가 제일 겁이 나는 부분이고 그리고 내려가다 보면 안테나 달아놓은 집들도 많고. 그다음에 에어컨 실외기도 있고 장애물들이 상당히 있는 아파트들이 많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그런 것들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 소문에는 이거 강심장인 분들만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지만 실은 다들 공포감을 갖고, 17년을 해도 20년을 해도 공포감은 항상 두려움은 느낀다는 말씀이세요.

    ◆ 고공 도색공> 맞습니다. 그래서 줄을 항상 이중묶음을 해서 두려움을 좀 없애고자 자기 줄에 대한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또 하나 이해가 안 갔던 게 아무리 술에 취한 주민이 올라가서 줄을 끊으려고 한다고 한들 그 줄이 그렇게 쉽게 끊어지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집에 있는 커터칼 하나로 그렇게 쉽게 끊어지나요?

    ◆ 고공 도색공> 칼로 끊으려고 하면 끊깁니다, 줄은. 나일론 재질이기 때문에 저희가 층수에 맞춰서, 줄이 한 올이 200m되는데 그걸 층수에 맞춰서 잘라서 쓰지 않습니까? 15층짜리 아파트면 15층에 맞춰서 줄을 잘라야 하고. 자를 때는 저희도 커터칼을 씁니다.

    ◇ 김현정> 이게 줄을 하나 갖고 계속 쓰시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마다 잘라서 또 새 거 쓰시고 새 거 쓰시고 그러는 거예요?

    ◆ 고공 도색공> 네, 우리가 옷이 헤지면 구멍이 나듯이 줄도 크게 세 가닥으로 돼 있는데 그중에 한 가닥이 많이 헤졌다 하면 불안하니까, 다들 작업을 하다 보면 줄이 많이 상합니다. 옥상 이런 부분들이 모가 난 부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모가 난 데는 줄이 상하기 때문에 때때로 줄은 새 줄로 바꿔줍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아니, 그런데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해서 설사 줄이 끊어졌다 치더라도 안전장구가 있었으면 목숨을 잃는 거라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안전장구도 전혀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이 어떻게 줄 하나에만 매달려서 일하세요?

    ◆ 고공 도색공> 그런 안전장구를 챙겨가지고 일하는 데는 아마 없을 겁니다. 보조로프로 등 뒤로 해가지고 안전띠 착용해서 두 줄로 타고 내려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줄도 마찬가지로 같이 묶여 있기 때문에 위에서 사람이 끊으려고 하면 그거는 답이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거는 줄 말고 그러면 다른 뭔가 아래에다 뭘 깔아놓는다든지 망이라도 하나 쳐놓는다든지 아니면 몸에다가 안전장구를 한다든지 이런 방법은 없나요?

    ◆ 고공 도색공> 그런 식으로 설치 자체도 어렵고 그렇게 설치를 하려면 공사비가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보통 최저가 입찰로 하기 때문에 사실 그게 안 됩니다.

    ◇ 김현정> 방법이 없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결국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군요. 최저가 입찰로 그야말로 쥐어짜듯이 이걸 낙찰 받아가지고 하는데 거기다 안전장구 다 하고 망 설치하고 이러면서 한다는 게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씀?

    ◆ 고공 도색공> 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 정도 금액이 되는 것 같으면 페인트 자체를 친환경 페인트로 쓸 수 있겠죠.

    ◇ 김현정> 그 말이군요. 그러면 선생님도 17년간 일해 오시면서 사고날 뻔한 적이 있으세요,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 고공 도색공> 저도 초창기 때 제가 줄을 잘 묶은 걸 확인을 안 해서 그게 좀 느슨하게 풀어지면서 저도 떨어질 뻔한 적이 있습니다.

    ◇ 김현정> 떨어질 뻔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떨어지지는 않으시고?

    ◆ 고공 도색공> 네. 다행히 제가 고함을 많이 질러서 저희 팀장이 듣고는 와가지고 그 줄을 잡아줘서 제가 살았습니다.

    (자료 사진,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 김현정> 천만다행이네요. 실제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주 이례적인 게 아니라 종종 있나 봐요.

    ◆ 고공 도색공> 한 십몇 년 전에 부산 송도에서 아마 냉동 창고 어느 건물이 있는데 옥상에 올라와 있는 굴뚝 비슷하게 올라와 있는 거기에다 두 사람이 줄을 양쪽으로 묶고 저쪽으로 내려가고 이쪽으로 내려가고 했는데.

    ◇ 김현정> 굴뚝에다 묶고.

    ◆ 고공 도색공> 옆에서 용접하시던 분이 자기도 모르는 새 용접 불똥이 튀어서 이 줄이라는 게 나일론으로 돼 있기 때문에 용접불똥이 딱 튀면 쫙 타서 녹아요. 녹아들어갑니다. 그래서 안타깝게 두 사람이 떨어져서 죽었다는 그런 얘기도 들었고요.

    ◇ 김현정> 또 높은 곳에 갔을 때 바람이 불면 줄이 흔들흔들하겠어요.

    ◆ 고공 도색공> 많이 위험하죠. 저희가 바람이 너무 많이 불 때는 작업을 못합니다. 생명에 지장을 느끼기 때문에. 그런데 어느 정도 바람이 불어도 작업을 저희들은 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겨울철에 놀아야 되고 장마철에 놀아야 되고 남들 쉴 때 저희는 일해야 하고. 그렇게 안 하면 사실 생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게.

    ◇ 김현정> 어느 정도나 흔들려요, 바람 많이 불면?

    ◆ 고공 도색공> 바람은 계속 세게 불면 저희가 작업을 중단을 하고 철수를 합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그냥 선선하게 살살 불다가 갑자기 막 부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휙 날려서 쾅 부딪힐 수밖에 없죠.

    ◇ 김현정> 아주 아찔하네요, 그럴 때는.

    ◆ 고공 도색공> 예.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이 상당히 예민한 부분도 있고 날카로운 부분도 있습니다, 일하다 보면. 그런 부분들 때문에 또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의 곤두선 신경을 부드럽게 만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바람이 휘청휘청 불 때는 정말 앞에 가족들 얼굴, 자식들 얼굴 아른아른하시겠는데요.

    ◆ 고공 도색공> 그렇죠. 위험할 때는 순간적으로 가족들, 제가 살아온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쫙 지나가면서 이게 가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아찔하게 들 때가 있습니다.

    ◇ 김현정> 애환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절절하게 느껴지는 인터뷰였는데 끝으로 건설사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될 수도 있고 주민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될 수도 있고 끝으로 한말씀 하시죠.

    ◆ 고공 도색공> 임금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사실 못 따라가고 있고 통상 금액 자체가 사실 많이 오르질 않았어요. 그런데 15년 동안 지금 인건비라든가 자재비는 사실 올랐습니다. 그러면 일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어요. 서로 서로 경쟁하면서 자꾸 빡빡해지고 힘들어지고 그러다 보면 안전에도 무리가 가고 자꾸 팍팍해지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면 결국 공사비가 현실화가 돼야겠네요,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 고공 도색공> 꼭 거기까지 보장한다는 건 정말 너무 큰 금액이고 어쨌든 그 부분이 나아져야 된다는 건 사실입니다. 확실히 바뀌어야 된다는 건.

    ◇ 김현정> 확실히 바뀌어야 된다.

    ◆ 고공 도색공> 지금 너무 힘듭니다.

    ◇ 김현정> 마지막 그 말씀이 참 아프네요. ‘지금 너무 힘듭니다. 확실히 바뀌어야 됩니다.’ 안전보장을 확실히 해 주세요라는 말까지는 못하더라도 분명히 바뀌어야 된다라고 오죽하면 이렇게 말씀하실까.

    ◆ 고공 도색공> 정말, 안전보장을 확실히 해달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도 과거에 공사도 맡아보고 해 본 그런 입장에서 아직 우리나라 건설업계에서 그렇게 금액이 될 수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게요. 이번에 돌아가신 분도 아이가 다섯이나 있다고 해서 참 마음이 아팠는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입니다. 고공에서 일하시는 분들 힘내시고요. 반드시 환경이 개선되기를 저희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고공 도색공>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공에서 도색 작업을 17년간 해 온 분이세요. 익명으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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