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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VS 역(逆)검증…진화하는 '문자폭탄'



국회/정당

    검증 VS 역(逆)검증…진화하는 '문자폭탄'

    "달(MOON)님 건들지 마!" 왜곡된 팬심인가, '신상털기' 맞선 직접 민주주의인가

    청문정국이 계속되면서 야당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문자 폭탄' 공세도 덩달아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최근에는 의원 개인과 가족의 신상 정보를 빌미로 협박해 인사청문회 질의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야당 의원들을 무력화시키는 추세다. 노이로제를 호소하는 야당 의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문자폭탄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 의원들이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는 현상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한 야권 고위 당직자는 출입 기자들에게 바뀐 전화번호를 공지하며, "공개되면 폭탄이 또 날아드니 주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당초 문자폭탄의 시작은 19대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당시 여당 의원들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국정농단이 정국을 강타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의원들의 대대적인 번호 이동이 있었다.

    이들은 수백, 수천 건의 '문자 폭탄'을 도저히 못 견디겠다고 증언한다. 최근 쏟아지는 문자 폭탄의 경우 문 대통령과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 내용이 다수라는 것이다.

    한 야당 의원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문자폭탄'을 바라보고있다.

     

    야권의 한 의원은 1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를 하고 있으면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 별명) 건들지 마', '우리 달(Moon·문대통령의 姓)님 건들지 마'라는 식의 문자들이 순식간에 쏟아진다"고 털어놨다. 예전엔 단순히 충고를 하거나 욕설을 뱉곤 했는데, 각 의원들의 개인 정보를 시민들이 직접 '취재'하는 등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바뀐 점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이후 문자를 거의 1만 통을 받았다"며 "재산 액수를 대면서 '당신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적 없냐', '당신 아들 OOO에서 군복무하던데 잘 하고 있냐', '당신 배우자는 XXX 에서 근무하지 않냐' 는 등의 문자가 수도 없이 쏟아졌다"고 공개했다.

    그는 "그저 욕설이라면 무시하고 넘어가겠지만 가족 이야기를 하니..."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그런 문자를 받고 나니 청문회에서 질의를 할 때마다 생각이 나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의 개인정보를 취재해 대응하는 이같은 방식은 지난 이낙연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나타났다. 당시 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이 총리 당시 후보자에게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경 의원은 의혹 제기 이후 '당신 아들도 병역 면제이지 않았느냐'는 식의 문자 폭탄을 다수 받았고, 결국 그는 아들의 간질 병력까지 고백해야 했다.

    여야가 서로를 향한 '신상 털기' 대결 분위기로 흐르자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의 팬클럽을 지칭하는 '문팬'을 일컬어 '문빠'라며 비하하는 용어도 등장했다.

    문자 폭탄은 각 개인의 행위를 넘어 조직적인 대응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른 한국당 의원은 "수십 개의 다른 번호로 문자가 날아오기에 하나하나 똑같은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더니 '온라인으로 다 보고 있으니 똑같은 답장 보내지 마세요' 라고 답장이 왔다"고 전했다. 누군가 답문을 취합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특정한 기관에서 (지휘)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료가 있다"며 배후가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의원들의 피해 사례를 수집한 뒤 정치적 행동이라고 판단, 일부 번호를 특정해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부정적인 '문자폭탄' 대신 '문자행동' 브랜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문자폭탄이 청문회를 빙자한 야권의 과한 '신상털기'에 맞서는 합리적인 비판이나 각종 제보의 창구가 된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문제가 다분한 의원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일종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문자폭탄'을 '문자행동'으로 정정하자고 제안하면서 "문자행동은 칭찬도 질책도 가능하다. 혼자 할 수도 있고 여럿이 할 수도 있다"며 문자폭탄과 차별화했다. 문자폭탄의 부정성을 부각시키는 야권에 대한 반격이지만, 동시에 문자 보내는 행동 자체를 합리적 비판이나 조직화와 같은 방식으로 양성화하려는 전략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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