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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자는 정신질환자? 사회연결망 단절이 만들어 낸 외톨이"



강원

    "묻지마 범죄자는 정신질환자? 사회연결망 단절이 만들어 낸 외톨이"

    남녀노소 무차별 공격 위험, 예방 위해 모든 사회구성원 협력 절실

    - 막연한 편견과 부정적인 시각이 치료와 관리를 어렵게 해
    -'묻지마 범죄'라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이상행동범죄'로 용어 명확히 해야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카톨릭 관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신현주 교수

     

    춘천에서 40대 여성이 3세 아동을 아무 이유없이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지나가는 행인을 폭행하거나 또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묻지마 범죄 문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대상을 정해놓은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곤 하는데. 포커스 인터뷰에서 카톨릭 관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신현주 교수와 '묻지마 범죄'를 짚어봤다.

    다음은 신현주 교수와의 일문일답.

    ◇박윤경>2003년 191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때 언론에 등장하면서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인데, 먼저 어떤 건지 개념부터…?

    ◆신현주>묻지마 범죄는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90년대 생겨난 신조어 중 하나가 묻지마 관광, 묻지마 투자 대출 등이었다.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이후 여의도 칼부림 사건, 논현동 고시원 살인사건 등 모두 언론매체를 통해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하지만 이는 결코 학술적 용어가 아니다. 학자들은 저마다 연구목적에 따라 무동기 범죄, 증오범죄, 무차별 범죄 등 다양한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인간 행위에는 동기가 없는 행위가 없다. 그런데 묻지마 범죄는 그 동기가 표출되지 않거나 보통의 범죄 패턴과 다른 이상행동으로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결국 동기와 목적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범죄자와 피해자 간의 상호작용이 없는 불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폭력범죄인 것이다. 살인이나 상해 등 강력범죄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고 재범이나 범죄 전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카톨릭 관동대 경찰행정학과 신현주 교수(사진=신현주 교수 제공)

     

    ◇박윤경>이러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사회경제적 원인 등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원인이 있을지?

    ◆신현주>생물학적으로는 뇌기능 장애로 인한 충동조절장애로 인한 공격적·적대적 경향이 있다. 심리학적으로는 스트레스와 경제적 목표에 대한 좌절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분노로 표출된 걸로 볼 수 있다. 망상이나 정신분열도 하나의 원인이다. 사회학적으로는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미형성되거나 개인과 사회 간의 유대약화로 인한 심리적 고립감 등이 다양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국내 묻지마 범죄자에 대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만성분노, 정신장애, 현실불만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박윤경>별다른 죄책감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심리적인 상태와 가해자들이 가진 특징은?

    ◆신현주>보통 어린시절 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됐거나 사회경제적으로는 상대적 박탈감과 이로 인한 좌절, 욕구불만, 피해망상을 갖고 있다. 대인관계 능력이 부족하고 우울증이나 심리적 고독 등의 특징이 있고, 불우한 처지를 타인이나 사회에 돌리는 경향을 갖고 있다.

    ◇박윤경>최근 춘천에서 있었던 묻지마 폭행의 경우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였습니다만…그렇다고 묻지마 범죄를 정신질환자의 범죄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이 부분도?

    위 사진은 아래 인터뷰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신현주>정신질환자는 곧 범죄자이다? 이렇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부가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는 있지만 수치 매우 낮은 편이고 정신질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기 보다는 이들에 대한 지속적 치료와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박윤경>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다고는 하지만,피해자들을 살펴보면, 여성이나 아동이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신현주>묻지마 범죄에 대한 일반 시민의 공포가 그래서 심각한 것으로 느껴진다. 결코 동기가 없거나 정신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건 아니다. 실제 피해자 절반이상이 여성이나 아동이다. 자기보다 약한 취약 계층을 선택한 것이다. 범죄자 입장에서는 가장 합리적 선택이다. 남녀노소 누구 가릴 것 없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박윤경>묻지마 범죄가 무서운 부분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건데,또 이를 모방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신현주>모방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물론 있다. 언론 보도가 범죄 관련 정책을 변화시키거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하거나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범죄자에 대한 학습 효과가 있고, 수법의 모방 가능성이 많다.

    ◇박윤경>묻지마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이들에 대해서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지 일반 범죄와 다른가?

    ◆신현주>일반 범죄와 마찬가지로 폭행이 발생하면 폭행죄로, 살인이 발생하면 살인죄로 처벌한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면 처벌하지 않거나 감경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재범의 우려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경찰에서는 강력범죄자에 대한 우범자 관리를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법적 근거는 사실상 부재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증오범죄법이 있다. 다양한 정보수집과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영국은 다기관 협력시스템을 갖춰 강력범 전과자에 대한 재범 위험성을 분석해 지속적인 관리시스템을 가지고 리스크를 관리한다. 강력범죄의 예방이 경찰 한 기관에 의해서는 절대적으로 불가하다. 모든 단체와 기관, 시민이 협력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윤경>역시 중요한 것은 예방인데,묻지마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신현주>누구나 화를 내기도 하고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 근데 왜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에게 화를 분출하고 그 수준이 상해나 살인까지 이어지는 걸까. 결코 정신질환 아닌데. 요즘 세상이 각박하다. 치열한 경쟁을 해서 성공해야 하고 그러려면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사회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경쟁에서 밀리면 실패자로 낙인 찍히거나, 좌절을 경험하고 상대적 박탈감과 고독감을 느껴, 외톨이까지 되는 것이다.사회 불만이 타인을 공격하는 분노로 표출되는 건 결국 사회적 연결망, 네트워크가 단절된 것이 주요원인이다.
    최초의 사회집단인 가정에서 적절한 훈육을 통해 옳고 그름의 구별을 명확히 이해하고 부모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가족치료를 위한 사회지원도 필요하다. 성인의 경우 안정적인 자립과 대인관계 기능 개선을 위한 직장내 상담센터나 지역사회센터의 개입이 필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만 정신적인 병이 생기면 그 치료를 꺼린다. 신체든 마음이든 아프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막연한 편견과 부정적인 시각이 치료와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처럼 한 기관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기관과 단체, 시민이 관심을 갖고 협력하지 않으며 안 된다.

    ◇박윤경>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신현주>보통의 범죄는 예비, 음모, 실행, 종료라는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으나 묻지마는 정상 범죄를 벗어난 이상행동을 하는 것이다.이것을 이상행동범죄로 규명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묻지마 범죄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인한 명확한 개념정의의 오류와 불분명한 원인 규명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모색하는데 제약을 준다. 묻지마 범죄보다는 이상행동범죄라는 용어를 통해 명확한 해석과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박윤경>말씀 여기까지 듣겠다. 카톨릭 관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신현주 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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