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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걸리고, 안태근 빠져나간 이상한 '김영란법'



법조

    이영렬 걸리고, 안태근 빠져나간 이상한 '김영란법'

    학교에선 담임에게 꽃 선물해도 김영란법 위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돈 봉투 만찬사건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에겐 김영란법 위반죄(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를 물었지만,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김영란법 위반에서 면죄부를 받았다.

    검찰 안팎에선 식사비만 이 전 검사장이 지급했을 뿐 특수활동비를 이용한 '돈 봉투'는 두 사람이 각각 상대측에게 제공했는데 한 명은 '법'에 저촉되고 다른 한 명은 면책을 받은데 대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이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 1·2 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씩 모두 200만원을 지급했다. 반면 안 전 국장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와 부장검사 등 6명에게 각각 100만원과 70만원씩 총 450만원을 건넸다.

    그렇다면 이영렬 전 검사장은 되고 안태근 전 국장은 안되는 '이상한 김영란법'의 잣대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합동감찰반은 "이영렬 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등 특수활동을 실제 수행하지 않는 법무부 검찰국 1·2과장에게 특수활동비로 각각 100만원씩을 지급한 건 예산 집행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두 사람에게 사교, 의례 목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 제한 가격인 3만원을 넘는 9만 5천원의 음식물을 제공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즉, 100만원씩 들어 있는 봉투와 함께 9만 5천원의 식사비 등 두 사람에게 각각 합계 109만 5천원의 금품을 제공했기때문에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사진=자료사진)

     

    ◇ 안태근이 제공한 격려금은 '수사비'라며 '면죄부'

    그러나 합동감찰반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부장검사들에게 지급한 돈 봉투에 대해선 김영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합동감찰반에 따르면, 검찰국장은 법무부 장관 위임에 따라 검찰 행정에 대한 일선 검사 지휘 감독권과 예산 집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수활동비의 용도 범위 내에서 사용하는 수사비는 "상급 공직자 등이 주는 금품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영렬 검사장은 수사 분야와 관련 없는 검찰 1·2과장에게 돈을 줬지만, 안 전 국장은 '수사 분야'와 관련 있는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게 준 돈 봉투라는 얘기다.

    즉, 수사 검사에게 준 돈은 특수활동비 사용지침에 따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에 사용됐기 때문에 예산 지침을 어기지 않았고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떳떳한' 특수활동비 집행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합동감찰반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등 직무수행의 공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처신을 해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경고 조치를 했다.

    안태근 전 국장에겐 '떳떳한 돈'이라고 면죄부를 줘 놓고, 그 돈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은 "직무수행의 공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금품을 수수 했다"며 '깨끗하지 못한 돈'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준 사람에겐 '떳떳한 돈'이라 세탁해 주고, 받은 사람에겐 '깨끗하지 못한 돈'이라고 굴레를 씌우는 역설이 발생한다.

    검찰 관계자는 "합동 감찰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전형적인 자의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 학교에선 작년 담임에게 선물줘도 김영란법 위반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안 전 국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가 적법하게 사용됐냐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엔 1회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더라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이상이라면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당연히 처벌된다.

    예를들어 아이 소풍 때 담임 교사를 위하여 학부모가 도시락을 싸거나, 작년 담임에게 선물을 제공한 학부모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두 학부모 모두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작년 담임이라 하더라도 성적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안태근 전 국장은 돈 봉투 만찬을 갖기 나흘 전까지만 해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과 관련한 조사 대상자였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이근수 부장검사)는 4월 17일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렇다면 우 전 수석 사건을 지휘한 첨단범죄수사 2부장과 그를 지휘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그리고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3명은 안 전국장과 '직무 관련성'을 직접 맺고 있는 인물들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 백 번을 양보해도 그렇다.

    설사 이들 3명에 대한 각각의 액수가 1백만원 이하라 해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의심인 것이다.

    또한 안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에게 준 돈 봉투를 '수사비'로 규정하려면 안 전 국장이 다른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나 검사들에게 수사가 끝날때마다 '격려비'를 '정기적으로 일반적으로' 지급해 왔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왔다면 합동감찰반 설명을 수긍할 수 있지만, 검찰국장의 특수활동비 지급이 '일회성' 또는 '자의적'으로 이뤄졌다면 그 돈을 '수사비'로 판단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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