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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간판 철거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그 이후



대구

    입간판 철거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그 이후

    지난해 시뻘건 래커로 도배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 생가터 조형물은 성난 민심의 상징이었다.

    지역민의 분노를 비껴가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의 생가터 표지판이 철거된 지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쫓겨나 수감자 신세로 전락했다.

    예언하듯 박 전 대통령보다 앞서 철퇴를 맞은 생가터 표지판은 다시 복원됐을까.

    ◇박수치며 세운 표지판…3년 8개월 만에 쫓기듯 철거

    18대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에 세운 입간판. (사진=자료사진)

     

    꽃다발을 한아름 든 채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난 2013년 2월 25일 박 전 대통령의 생가터인 대구 중구 삼덕동 5-2번지에 세운 입간판 속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박근혜 대선 당선인의 생가터를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해달라"는 동네 주민의 요청에 따라 당시 중구청은 제작비 270만 원을 들여 생가터를 알리는 입간판을 마련했다.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열린 제막식엔 중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와 많은 시민들이 모여 그의 18대 대통령 취임을 축하했다.

    지역민의 뜨거운 환영 속에 세운 이 조형물이 돌연 철거된 건 지난해 11월 18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에서 성난 촛불 민심이 들불처럼 일어난 때로 대구에선 3번째 시국 집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시국 집회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터 입간판이 빨간색 래커로 도배됐다. (사진=자료사진)

     

    "국정농단으로 시국이 어수선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만을 품었다"는 50대 남성의 래커 세례에 입간판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중구청은 발 빠르게 수난 당한 입간판을 수거해갔다.

    또 "앞으로도 입간판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며 생가터 조형물을 당분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朴 생가터 흔적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입간판이 철거된 지 197일이 지난 2일 박 전 대통령의 생가터를 다시 찾았다.

    그곳엔 박 전 대통령의 생가터임을 알리는 그 어떤 표식도 남아있지 않았다.

    입간판을 들어낸 박 전 대통령의 생가터의 현재 모습. 이곳이 생가터임을 알리는 표식이 전혀 없는 상태다. (사진=자료사진)

     

    입간판이 서있던 자리는 잡초만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다.

    전직 대통령의 생가터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보잘 것 없는 풍경이었다.

    자취를 감춘 건 입간판만이 아니었다.

    생가터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까지 떼어진 상태였다.

    생가터와 40m 떨어진 전봇대에 붙어있던 표지판 2개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 전 대통령 생가터를 알리는 표지판도 모두 철거됐다. (사진=자료사진)

     

    중구청은 "입간판을 철거한 뒤 바로 안내 표지판도 떼어냈다"고 밝혔다.

    생가터 입간판 자체가 없어진 마당에 표지판이 불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조형물 재설치? "朴에 대한 거부감에 또 훼손될 것"

    생가터 인근에서 만난 지역민들은 과거 입간판의 존재를 어렴풋하게 기억했고 대다수가 조형물 재설치를 거부했다.

    한 시민(여·36·구미 거주)은 "다시 조형물을 세워봤자 누군가 또 훼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며 "조형물 제작에 국민의 세금이 드는데 굳이 반복해 설치하는 건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중학생(여·15·대구 거주)들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탄핵된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범죄자 아니냐"며 "범죄자의 생가터를 세우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생(남·25·대구 거주)은 "(박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차피 또 누군가 래커칠을 할 것 같다"며 "전례가 있었던 만큼 훼손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해 재판 중이지만 국정농단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본다"며 "박 전 대통령을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에 생가터 조형물을 다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찬성 하는 시민도 일부 있었다.

    4년 전 박 전 대통령 생가터에 입간판을 세운 중구청에 조형물을 다시 제작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재설치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행정 낭비도 우려되지만 무엇보다 지역민의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는 이유였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정 운영 능력이 안 돼 국민들로부터 탄핵 당한 사람을 기념하는 행위 자체가 일어나선 절대 안 된다"며 "조형물 복원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진행돼야 하는데 이 과정부터 시민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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