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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기가막혀…뒤바뀐 성희롱 피해자와 가해자



사건/사고

    인권위가 기가막혀…뒤바뀐 성희롱 피해자와 가해자

    "명백한 증거 없다" 가해자 입장 반영, 성희롱 면죄부에 2차 피해 속출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성희롱 증거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측 주장을 상당 부분 결론에 반영해 2차 피해를 야기했다. 조사 과정 중에는 피해자 측에 조정을 제안했다는 주장도 제기 돼 논란이다.

    인권위는 강원테크노파크 직원들이 이 모 원장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진정한 사건에 대해 지난 달 17일 "회식 문화를 개선하라"는 의견표명과 함께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직원들에게 "X을 잘치냐"며 언어성희롱을 하거나 행사 중 직원을 끌어 안은 것 등은 시간이 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러브샷 과정의 신체 접촉은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 결정이 났다.

    하지만 성희롱 사건은 시간이 지나도 인권위의 판단에 따라 직권조사가 가능한 만큼, 인권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진 성희롱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특히 러브샷 건의 경우 피해자 A 씨의 일관된 진술 외에도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이 증거로 제출 됐지만, 명백한 성희롱 증거가 없다고 봤다.

    ◇ 두 팔로 꼭 끌어안고…피해자 수치심에도 '성희롱 증거 없음'

    해당 사진을 보면, 이 원장은 자신보다 키가 작은 피해자 A 씨의 목 부분을 양 팔로 깊게 감싸 안았다. 그 바람에 이 원장의 몸에 밀착된 A 씨는 술잔을 잡은 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A 씨는 팀의 막내 직원으로 그 자리에서 러브샷을 거부하는 등 싫은 티를 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A 씨는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인권위 결정 이후 되레 “A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는 가해자 측 주장이 맞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CBS에 당시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피진정인(이 원장)과 피해자의 손 접촉 및 러브샷, 포옹 등의 과정을 피진정인이 일방적으로 주도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인권위의 결정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나 가해자에 해당하는 이 원장 측이 "신체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주장하는 등 A 씨 진술과 엇갈린다는 점을 '증거 없음'의 근거로 든 것 역시 인권위의 판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A 씨는 "인권위 결정이 나오자 오히려 제가 가해자가 돼버린 분위기"라면서 "건물도 크지 않고 현관도 같이 쓰다 보니 혹시 원장과 마주칠까 두려워 항상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 외에도 문제 제기의 주축이었던 노동조합 소속 비정규직 B 씨는 인권위 결정발표 뒤, 근무평가 최하위를 기록한 다른 동료 대신, 그 것도 유일하게 계약 연장이 파기됐다. 2차 피해다.

    게다가 인권위가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측에 조정을 제안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조사관과 면담한 노조사무국장 C 씨는 "이 원장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지길 바랬는데 '조정으로 문제를 원만히 풀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듣고 인권위도 우리 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권력관계에 발생하는 성희롱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를 구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려는 자세 대신,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인권단체들의 지적이다. 법인권사회연구소 이창수 대표는 "호소할 데가 없어 인권위를 찾은 약자에게 조정이 어떤 의미일 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특히나 강원도 산하기관이라면 공공영역인데, 문제제기에 대해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사회적 억제력을 만들려 하지 않고 행정 편의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약자 인권보단 '기계적 파단'

    이와 함께 인권위가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판단 대신 법에 근거한 기계적 결정만 내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권 관련 경력이 없는 최혜리 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 11명 중 8명이 법조인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줄곧 인권보다 정권 눈치를 보면서 피해자 구제라는 일차적 목표조차 충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진주의료원 강제퇴원 환자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긴급 구제 요청을 기각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경찰의 사찰 및 인권 침해 논란, 단식농성과 세월호특별법 이슈에 대해 직권조사는 물론 성명조차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권위 측은 "이미 내려진 판단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각하와 기각 모두 인권위 기준에 근거해 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과정의 조정 제안에 대해서도 "노조 측이 원하는 것이 위계적 조직 문화 개선 등이라고 하기에 조정의 방법이 있다고 알려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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