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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귀촌을 꿈꾼 당신에게



책/학술

    한 번쯤 귀촌을 꿈꾼 당신에게

    신간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 수업'

     

    '갈림길에서 듣는 시골 수업: 한 번쯤 귀촌을 꿈꾼 당신에게'에 소개된 여덟 사람은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도 끊임없이 지혜를 구하고 싶게 만드는 ‘성공한’ 귀촌인이다. 그러나 성공이란 단어를 오해하지 말자. 흔히 생각하는 축적된 재산, 높인 쌓인 명성, 알아주는 지위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이 가진 그대로에 자족할 줄 아는 힘,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아 나가는 지혜, 전진과 속도 대신 주위를 둘러보고 느리게 걸을 수 있는 진정한 여유를 가진 자유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내면의 풍성함. 두 중년은 이들을 인터뷰하고 내용을 기록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자신들처럼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으면서 한 번쯤은 귀촌을 꿈꾼 이들에게 그들이 얻은 값진 교훈을 전한다는 심정으로.

    이 책은 귀촌을, 시골살이를 권유하는 책이다. 귀촌 선배들의 말씀을 빌려 여행 가듯 가볍게 시골로 나서 보라고,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도시에서 숨은 재능이 시골에서는 환하게 빛날 수 있다고. 그런데 석연치 않다. 과연 귀촌이 말처럼 쉬울까.

    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라고 한다. 우리 가족 밥 굶지 않고 시골이라는 타향에서 살아 나갈 수 있는지가 귀촌을 결심하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은 이런 현실적인 고민에 단계별 귀촌 접근법을 나열함으로써 귀중한 답을 주고 있다. 가장 처음 해야 하는 건 모색. 시골이 과연 살 만한 곳인지, 지금까지의 내 삶의 패턴 및 재능을 가지고 살아질 수 있는 곳인지를 탐색해야 할 텐데, 이에 대해서는 전북 완주에서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나가며 대장장이로서 꿈을 키워 나가는 박용범 씨가 대답한다. 그는 뚜렷한 목표나 계획 없이 시골에 내려와 2~3년간 노는 듯 쉬는 듯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골을 몸소 겪어 알게 되고 그곳에서 전환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인생 후반에 대장장이라는 새로운 꿈을 갖고 도전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것은 “옆집에 마실 가듯 시골에 가서 살아 보라”는 것이다. 도시에서 이론으로 시골을 공부하려 하지 말고 시골에서 부대끼며 직접 살아 나가는 것이 귀촌에 다가가는 실제적인 한걸음이라 말한다. 모색의 시간을 겪는 동안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 시골이 가진 장점이라는 것을 체험하면서 말이다.

    이런 모색의 시간을 갖은 다음에는 자신에게 있는 재능을 알아가고 시골에서 이를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여기에는 건설회사 영업부서에서 일하다가 시골에 내려가 그간 쌓아 온 영업 감각을 유통 조합을 하면서 제대로 발휘한 충북 단양의 박형채 씨, 본업을 던지고 취미로 해 왔던 목공일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이제는 ‘나무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골의 삶을 즐기고 있는 강원 원주의 용형준?임주현 부부, 장 담그기라는 어쩌면 일상적일 수 있는 일에 대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장 사업을 전통방식으로 성공적으로 일구어 나가는 경남 밀양의 송남이 씨가 해답이 된다. 이들 모두 자신의 재능과 시골이 가진 장점을 조화롭게 맞추어 나가며 새 삶을 성공적으로 꾸려 가고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참았던 질문이 다시 튀어나올 것이다. 정말 우리 식구 손가락 빨지 않고 먹고살 수 있어요? 있다! '할머니 탐구 생활'의 저자 정청라 씨는 시골은 절대 굶어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딱 1년만 살아 보자’라고 홀로 내려왔던 시골인데, 그곳에서 시골의 생명력과 시골 사람들의 지혜를 배워 나가며 지금은 남편과 세 아이와 함께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시골이 어떠한 오염도 없는 진공 상태의 유토피아라서가 아니라 그곳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의연히 받아들이면서 벌이를 늘리기보다 생명을 가꾸고 소박함을 늘려 나가는 방식으로 마음도 생활도 풍요롭게 가꾼 결과다. 자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최대한 단순하게 사는 것이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그런데 먹고살면 다인가, 아이들 교육은? 시골 텃세는? 잠잘 집은? 너무 골치 아프니 이쯤에서 귀촌 결심을 접겠다고? 아직 이르다. 이 또한 지혜를 빌릴 수 있다. 경남 합천의 김형태·박미영 부부는 자녀 셋을 모두 홈스쿨로 키워 냈다. 어느새 성인이 다 되어 자신들의 밥벌이를 해 나갈 정도의 독립심과 소신 있는 철학까지 갖춘 세 자녀는 시골에서 자신들을 훌륭하게 키워 주신 부모를 존경하며 앞으로 아이를 낳는다면 그들처럼 홈스쿨로 양육하겠다고 말한다. 시골이건 도시건 가능한 것이 홈스쿨이지만 부부는 시골이라는 터전이 공부의 범위를 넓히고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 게 하는 좋은 자양분임을 확신한다.

    굳게 닫힌 철문과 높은 벽으로 구분되는 도시의 동네 풍경과 완연히 다른 시골이라는 공동체. 이 특수한 환경은 귀촌을 꿈꾸지만 막상 결심하는 데 큰 장벽이 되곤 한다. 그러나 어떠한 견고한 벽도 ‘진심’이라는 큰 힘을 막아 낼 수는 없는 법. 강원 원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명진 씨는 시골에 내려온 지 5년밖에 되지 않아 마을 이장이 되었을 정도로 빠르게 시골에 적응했다. 그러나 말 못할 속앓이가 많았는데, 결국 나와 이웃, 마을 전체를 하나로 만드는 것은 돈도 아니요 무리한 노력도 아닌 자연스럽고 진심 어린 마음에 있음을 강조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실패하지 않겠다는 도시적 목표의식을 버린다면 시골 또한 사람살이의 자연스러운 한 곳임을 이해하며 공동체를 일구어 나갈 수 있다고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내 한 몸 뉘일 곳은 있는가. 전북 순창에서 흙건축연구소 살림을 운영하며 집짓기와 고쳐 짓기를 가르치고 있는 김석균?이민선 부부는 큰 부담이 되는 집을 짓는 것 대신 ‘시골집을 잘 고르고 고른 집을 잘 고치는 법’이 먼저라고 말한다. 시골에 산다는 건 단순히 사는 거처를 바꾸는 것 이외에 시골의 삶을 체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니 도시 삶의 습성대로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기존의 시골집의 골격에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현명한 자세라고 한다. 경제적 이득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이 알려 주는 시골집을 고르고 고치고 또 여력이 되어 짓는 방법에 대한 책 속에 담긴 노하우는 실제 바로 실행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하다.

    박승오 , 김도윤 (엮음) 지음 | 신병근 그림 | 풀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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