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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마티네의 끝에서' …어른들을 위한 연애소설



책/학술

    일본 소설 '마티네의 끝에서' …어른들을 위한 연애소설

    히라노 게이치로 장편소설

     

    히라노 게이치로 장편소설 '마티네의 끝에서'는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연애소설이다.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는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 마지막 날 프랑스 RFP 통신에 근무하는 기자 고미네 요코를 만난다. 요코는 마키노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감독 예르코 소릿치의 딸이었고, 그녀는 기타리스트의 마키노 사토시를 팬으로서 좋아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열중하지만 요코에게는 이미 미국인 약혼자가 있었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마키노는 그녀를 향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 채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스스로의 연주에 만족하지 못하는 등 음악을 향한 열정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을 느낀다. 요코 또한 바그다드를 취재하던 도중 테러사건을 겪는데 간발의 차로 위험한 순간을 모면한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눈앞에서 마주한 충격으로 PTSD(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머나먼 이국에서도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불안감도 커져간다. 마키노는 마드리드 페스티벌 초청을 계기로 요코와 재회하고, 만나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요코 역시 그의 진심에 마음이 흔들리게 된다. 마키노는 요코의 대답을 기다리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공연을 시작하지만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결국 중도에 연주를 멈추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고 만다. 하지만 그날 밤 요코가 공연에 갈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요코의 마음이 자신과 같음을 확인한 후 함께하기로 약속하는데…….

    ‘이 사랑은 또 다른 하나의 사랑을 포기하는 데 상응할 만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마키노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되었다. 완전히 그가 원하는 그대로의 존재일 수만 있다면, 어쩌면 리처드에 대한 죄의식에서도 해방될 수 있을까.’

    '마티네의 끝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애틋한 로맨스이면서도 국제적 정치와 사회적 상황에 대해서도 동시에 다루고 있다. 이라크 사태와 함께 과거 유고슬라비아에서 일어난 이른바 ‘민족 정화’의 만행, 그리고 그 이전의 30년 전쟁, 나아가 나가사키 원폭투하 같은 인류사의 비극이 소설 스토리의 현재와 과거로서 미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대로 날아와 뉴욕 월 가의 ‘탐욕’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책 속으로

    요코는 마키노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불면의 밤에는 그와 포옹을 나눈 소파에 몸을 눕히고 오로지 그에 대한 것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단 1년 전의, 그와 만나기 이전의 자신을 신기한 마음으로 되돌아보았다.
    11월의 그날 밤, 그 얼마 전에 알게 된 레코드회사의 고레나가가 마키노의 콘서트에 데려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마키노를 사랑하자 않는 고미노 요코라는 인간으로 살았을 것이다.
    요코는 마치 출구가 수없이 많은 미궁 속을 헤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길을 잘못 들어서면 막다른 곳에 부딪혀 반드시 올바를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미궁보다 오히려 어떤 길을 선택하건 막다른 곳 없이 그대로 다른 출구가 준비된 미궁이 훨씬 더 잔혹하다.
    마키노의 사랑 속에서 현재의 나를 상실하고 싶다는 욕망 한편의, 그 사랑을 위해 나 자신을 잘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 그 모순된 생각에 따라 요코는 점점 찢겨갔다._224쪽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 양운옥 옮김 | 아르테(arte) | 496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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