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왼쪽 옷깃에 수인번호 '503번'을 달고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자신의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18가지 혐의를 또 다시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과 최순실 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에서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유 변호사는 "검찰이 추론과 상상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며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에 앞서 세가지를 지적했다.
그는 공소사실에서 기업들 강요에 의한 재단 출연금 등과 관련해 범행의 동기가 없는 점, 구체적인 공동사실의 범행이 없는 점, 증거의 상당수가 언론 기사로 돼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했다. 그 옆에 최순실 씨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유 변호사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받아내서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이익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재단의 돈은 관계 정부 부처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데 스스로 쓰지도 못할 돈을 왜 받아내려고 재단을 만들었겠냐"고 지적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사의 주장인데, 공소장 어디를 봐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공모관계가 써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모두 부인하는가'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 변호인의 입장과 같다"고 대답했다.
'공소장 내용과 관련해 재판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공소장을 읽어봤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검찰은 모두진술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범행에 대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권한을 남용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이념을 심각히 훼손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대통령은 오랫동안 개인적 친분관계를 맺어온 최씨와 공모해 공직자가 아닌 최씨에게 국가의 각종 기밀과 정보를 사사로이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고 권력을 남용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