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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어 '쌀' 한미FTA 아킬레스건…文정부엔 '뜨거운감자'



경제정책

    자동차 이어 '쌀' 한미FTA 아킬레스건…文정부엔 '뜨거운감자'

    국내 농업계, 즉각 수입 중단 요구…미국 쌀협회 '한국 추가 수출 촉구'

    문재인 대통령과 영부인 김정숙 여사. (사진=윤창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북한의 핵문제와 사드배치, FTA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내 농업 관련 단체들은 한미FTA 재협상에 따른 농업정책의 대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쇠고기와 돼지고기, 쌀 시장에 대해 추가 개방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밥쌀용 쌀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일부 정치권과 농업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할 경우, 국내산 쌀 수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수입쌀을 사용하는 김밥 집과 영세 식당 등에서 혼란이 예상되는데다 대미 FTA 협상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 韓, WTO 규정에 따라 외국산 쌀 연간 40만8700톤 의무 수입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외국산 쌀 40만8700톤을 해마다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 온 외국산 쌀은 밥쌀용이 5만톤, 나머지 35만8700톤은 가공용으로 수입됐다. 밥쌀용은 주로 김밥 집이나 외국인 전용 식당 등에서 소비되고, 가공용은 술을 만들거나 사료용 등으로 처리된다.

    이처럼 의무수입물량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산 쌀은 5%의 저율 관세로 수입돼 가격 경쟁력이 높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2017년도 2차 수입쌀 입찰에서 밥쌀용 쌀은 1톤당 770달러에 낙찰됐다. 이에 반해 주로 가공용 쌀은 톤당 801달러에 정해졌다.

    통상 밥쌀용 쌀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만, 최근 미국의 쌀 생산량 증가로 재고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입찰을 통해 국내에 수입된 쌀은 유통 마진이 붙어 밥쌀용 쌀의 경우 1㎏당 소비자가격이 1400원대에 판매된다. 국내산 쌀 가격이 1㎏에 평균 17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82% 수준이다.

    ◇ 한미FTA 재협상 테이블에 '밥쌀용 쌀' 올리나?

    전북지역 농민들이 지난해 10월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며 농협중앙회 전북본부 앞에서 나락을 적재하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임상훈 기자)

     

    여기서 문제는 밥쌀용 쌀이다. 정의당과 농민단체 등이 즉각 수입 중단을 요구하면서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쌀 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신정부의 대응과 해결책에 향후 5년의 농정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밥쌀용 쌀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밥쌀용 쌀 5만 톤 가운데 4만 톤이 미국산으로, 우선 당장 수입을 중단할 경우 무역 분쟁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쌀을 양허 대상에 포함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할 경우 협상 자체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미국 쌀 협회'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미국의) 통상대표부 대표가 상원의 인준을 받은 만큼 2007년 한미FTA에서 제외됐던 쌀을 재협상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쌀생산 농민들이 기존의 의무수입물량뿐만 아니라 FTA 재협상을 통해 추가 수출물량을 확보하라고 트럼프 정부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쌀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전체 한미FTA 무역 규모와 비교할 때 쌀은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미국의 농업계 쪽에서 보면 한국은 매우 안정적인 쌀 수출시장이다"며 "그런데 우리나라가 밥쌀용 쌀마저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그쪽(미국)에서 수용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최근 미국과 협상을 통해 쇠고기 시장을 개방한데 이어 유전자변형 농산물(GMO) 수입도 허용하기로 했다.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무릎을 꿇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물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서 2014년 12만3000톤에 달했던 것을 2015년에는 6만 톤, 작년에는 5만 톤까지 줄였다"고 전했다.

    ◇ 韓, 쌀 관세화율 513% 관철 '발등의 불'…미국 눈치보기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정부의 고민은 미국과의 쌀 개별협상에 국한돼 있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2015년 쌀 관세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현재 WTO와 진행 중인 관세화율 협상을 어떻게든 앞으로 5년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농식품부는 국내에 수입되는 쌀에 대해서 513%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은 더욱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쌀 관세율이 확정되기 이전에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하거나 물량 축소 계획을 밝힐 경우 미국과의 FTA 협상은 물론 WTO와의 관세화 협상 자체가 어렵게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가공용 쌀을 수출하는 중국까지 나서서 관세화율을 빌미로 추가 쌀시장 개방을 요구하면 사면초가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한호 서울대 교수는 "정서적으로는 밥쌀용 쌀의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국내에서 엄연히 수요가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볼 때 수입 중단은 불가능하고, 정부 대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히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미국이 FTA 재협상을 통해 쌀 문제를 건드릴 수 있는데, 미국이 바라는 것은 한국이 안정적으로 일정량의 미국 쌀을 수입하겠다고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도 미국에 대해 특정국가할당량을 정해 놓고 수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전체 의무수입물량 40만8700톤 가운데 미국쌀이 밥쌀용과 가공용을 포함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되면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제시한 쌀 관세화율 513%를 내리자고 요구할 수 없을 것"이라며 "관세율을 내리면 호주와 중국 등에서 저가의 쌀이 공급되기 때문에 미국이 경쟁력 면에서 좋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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