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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로몬] 누가 '정윤회 문건 불장난'에 춤췄나?



법조

    [쓸로몬] 누가 '정윤회 문건 불장난'에 춤췄나?

    '정윤회 문건'은 허위라고 결론 내린 검찰

    정윤회·최순실 씨(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쓸로몬은 쓸모 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 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형, BH(청와대)랑 싸워서 내가 이길 수가 없어."

    얼굴이 바싹 말라가던 동생은 변호사 비용조차 아까워했습니다. 애들을 부탁한다는 간곡한 당부를 남긴 채 그는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최낙기 씨의 동생 고 최경락(당시 45세) 경위의 얘기입니다.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 경위의 죽음에 대해 형은 '자살로 몰아간 타살'이라고 주장했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재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경찰도 최 경위 사건의 재수사가 가능한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고 최경락 경위의 형 최낙기 씨(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비선 실세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기까지 최 경위의 가족들은 얼마나 숨죽이며 울음을 삼켰을까요.

    국정농단 폭로의 희생자가 어디 그뿐일까요. 문건 유출의 첫 당사자로 지목된 한일 전 경위는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풀려난 후에도 정권이 두려워 병원에 입원까지 했습니다.

    대한민국 권력 서열 1·2위가 최순실·정윤회 씨라고 지목했던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구치소에서 '요주의 수감자'를 뜻하는 노란색 수번을 가슴에 달고 수감 생활을 견뎌내야 했죠.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찰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지인으로부터 받은 흉기를 소지하고 다닐 정도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고 합니다.

    박관천 전 행정관(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지난 2014년 12월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정윤회 씨는 정윤회 문건 사건을 '불장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실제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은 국정농단 세력이었음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죠.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있다면 그 불장난을 비호한 세력도 존재하겠죠. 당시 검찰이 정윤회 문건을 허위라고 결론 내린 과정을 다시 짚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적폐를 가려내야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까요.

    지난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 1면에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①정 씨가 비선라인을 통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을 퍼트렸고 ②이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문고리 권력 3인방 등 '십상시'가 관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③정 씨에게 인사를 부탁하려면 7억원 정도를 준비해야 하고 ④정 씨가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미행을 사주했다는 내용 등도 담겨 있었죠.

    해당 문건은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문건에는 정 씨의 부인이었던 최순실 씨도 언급돼 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이어서 세간의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2014년 11월 28일자 세계일보 3면 기사 캡처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이 세계일보를 고소하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문건 내용을 '찌라시'로 규정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뤄졌습니다. 검찰이 한 달여 만에 내린 결론은 '국정 개입은 없었다.'

    검찰은 정 씨가 십상시와 모임을 가졌다는 서울 강남의 중식당에 대해 "누구도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단정 지었지만, 지난해 11월 언론 보도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 씨 뿐만 아니라 최순실 씨 일가가 해당 중식당을 드나들었다는 중식당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당시 정 씨 등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대신 통신기록 1년치만 분석했습니다. 문건 작성 시기는 2014년 1월이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그해 12월이었습니다. 사실상 수사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통신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던 셈입니다.

    '정윤회에게 부탁하려면 7억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박지만 회장 미행 사주설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풍문이라고 일축했죠.

    왼쪽부터 이영렬 지검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안태근 국장(그래픽=강인경 디자이너)

     


    반면, 검찰은 청와대 문건 유출 책임을 물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 한일 전 경위를 모두 재판에 넘겼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었죠.

    이때 최경락 경위가 자살하면서 남긴 유서에는 민정비서관실의 회유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 부분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민정비서관은 검찰 조직을 서서히 장악해나가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었습니다.

    '돌고돌아 우병우', '법꾸라지'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의 책임을 늘 비켜 갔습니다. 한 전 경위가 민정비서관 쪽의 회유가 있었다고 증언한 이상 그는 정윤회 문건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간 부적절한 만찬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검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지휘했고,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수사 대상에 오른 지난해 7월부터 1000여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죠.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4일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정윤회 문건에는 최 씨의 구체적인 비리나 국정 개입에 관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었죠.

    다시, 정 씨의 발언입니다.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한다." 정 씨의 말마따나 불장난에 춤춘 검찰 인사들의 면면은 반드시 밝혀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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