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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양복 선생님 "웨이터 오해에도 고집하는건…"



사회 일반

    무지개 양복 선생님 "웨이터 오해에도 고집하는건…"

    - 등교길 지도, '빨주노초파남보' 정장입고
    - 무지개처럼 학생들에 희망주고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광국 (시흥고등학교 교사)

     

    경기도 시흥의 한 고등학교 정문에는요, 매일 아침 등교시간만 되면 빨간색, 노란색, 연두색. 마치 트로트가수처럼 현란한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난답니다. 이 수상한 복장의 남자는 바로 이 학교의 학생부장 선생님이세요. 유광국 선생님. 벌써 10년째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 양복을 입고 학생들을 맞이해 왔다고 하는데요. 오늘이 마침 스승의 날입니다. 이 특별한 선생님의 교육 철학은 도대체 뭔지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 엿들어보죠. 시흥고등학교 유광국 선생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유광국>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스승의 날 축하드립니다.

    ◆ 유광국> 감사합니다. (웃음)

    ◇ 김현정> 오늘은 도대체 무슨 양복 입으셨어요?

    ◆ 유광국> 오늘이 제36회 스승의 날이기도 하고요. 제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일 때는 또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열적인 빨간색의 양복을 입고 있습니다.

    ◇ 김현정> (웃음) 빨주노초파남보. 아니, 그런데 그냥 선생님도 아니시고 학생부장선생님이시라면서요.



    ◆ 유광국>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우리가 생각하는 학생부장 선생님이면 까만 양복을 차려 입고 근엄하게 교문을 지키는 그런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아이들 반응이 어떻습니까?

    ◆ 유광국> 아이들 반응이 굉장히 다양하죠.

    ◇ 김현정> 다양해요?

    ◆ 유광국> 미소를 짓고 웃는 그런 모습들, 저는 그 웃음을 굉장히 많이 사랑하거든요. 흔히 보지 못한 색깔이잖아요, 사실상은. 그러다 보니까 어떻게 저런 색깔의 양복을 입을 수 있지라고 웃는 것 같아요. 또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이 있을 거잖아요. 그러면 ‘선생님, 그거 제가 좋아하는 색깔이에요.’라고 하면서.

    ◇ 김현정> 친근하게.

    시흥고 무지개 선생님 유광국 씨. (사진=유광국 선생님 제공)

     

    ◆ 유광국> '선생님 양복 참 잘 어울리네요.' 얘기도 해 주고요. 물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죠.

    ◇ 김현정> 친근감을 아이들이 느끼면서. 그러면 뭔가 지적을 할 때도 오히려 더 잘 통하겠는데요, 아이들한테?

    ◆ 유광국> 요즘에 지적한다기보다는요. 사실상 아침에 여러 모습의 학생들을 보고는 하는데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힘들겠어요. 또 공부하고 저녁에 늦게 들어가서 아침에 밥도 잘 못 먹고 그래서 제가 아침마다 '힘내!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면 학생들이 좀 더 밝게 학교 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무척 좋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무지기색 양복만 입으시는 게 아니라 아이들한테 힘내, 아자아자. 이러시는 거예요?

    ◆ 유광국> 그렇죠. 소통하게 되는 거죠.

    ◇ 김현정> 선생님, 실례지만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유광국> 제가 올해 마흔여섯입니다.

    ◇ 김현정> 아니, 도대체 어떻게 처음에 이 무지개색 양복을 입을 생각을 하셨어요, 처음에.

    ◆ 유광국> 제가 2001년부터 임용고시를 준비했었는데요. 근처에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중학교가 있었어요. 보면서 남자 선생님들은 왜 어두운 옷만 입을까라고 생각했고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날 비가 많이 오고 난 다음에 비가 그친 후에 학교 교문 위에 정말 무지개가 예쁘게 수놓은 모습을 보았어요. 그 무지개가 얼마나 제 마음을 강력하게 터치하던지. (웃음) 그래서 교사가 되면 정말 무지개색 양복을 빨주노초파남보로 만들어서 학생들과 함께 즐거운 등교맞이를 한번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 김현정> 주변에 눈치주는 분들. '아니, 교사가 그래도 권위와 품위가 있어야지 저게 뭐야' 이런 얘기하는 동료나 선배들은 안 계셨어요?

    ◆ 유광국> 제 모습을 이렇게 보고 많은 선생님들이 약간 충격을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처음에는 충격받으시죠. 그럼요. (웃음) 저 같아도 받아요.

    ◆ 유광국> '레크레이션 하러 왔나?' 이렇게. (웃음) 그런데 이 학교로 부임온지 한두 달 지나면서 약간 색이 강하지 않은 옷을 입으면 좀 약한데 하고 적응을 잘하시더라고요.

    ◇ 김현정> 이렇게 양복 입고 다니시면 별의별 에피소드가 많았겠는데요?

    ◆ 유광국> 저희 자녀들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실상 제 아내는 좀 굉장히 싫어합니다. 당신 정말 정신감정 한번 받아봐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해서 약간 지적받은 적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제가 핫핑크나 이런 노란색, 진한 색의 양복을 입다 보니까, 외출해서 같이 길을 걸으면 '좀 떨어져서 걸어요. 자꾸 사람들 쳐다보잖아요' 막 이러면서 색깔 양복 (웃음)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부인의 반응이 그렇고 또?

    ◆ 유광국> 2008년도 때 생각이 나는데요. 선생님들하고 식사를 하러 나갔는데요. 나이트클럽의 웨이터분들이.

    ◇ 김현정> 아, 나이트클럽 가셨어요?

    ◆ 유광국> 아니 간 건 아니고요. 거리에 홍보하러 나온 분들.

    ◇ 김현정> 홍보하러 나온 분들, 길거리에.

    ◆ 유광국> 네. 그분들이 다른 선생님들한테는 놀러오세요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지나쳐버리더라고요.

    ◇ 김현정> 왜요?

    ◆ 유광국> 아마 동종업계 직원이라고 생각을 했나 봐요. 그래서 제가 왜 나는 안 주는 거야 이랬더니 한 선생님이 저에게 그러더라고요. 선생님이 밤에 웨이터 일하셔야 되는 어 아니야라고 해서 한바탕 웃은 기억도 있고요.

    ◇ 김현정> 재미있네요.

    ◆ 유광국>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좀 저희가 일산에 호수공원 아시죠?

    ◇ 김현정> 호수공원.

    ◆ 유광국> 거기 졸업앨범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였는데요. 일산 주변 학교에서 굉장히 많이 호수공원으로 졸업앨범을 찍으러 오게 되었어요. 굉장히 복잡하죠. 여기저기서 일일이 야, 여기 와, 이쪽이야라고 손짓하고 막. 그런데 저희 학교 학생들은 알아서 다 왔습니다. 제가 노란색 양복을 입어서 저 멀리에서도 저를 알아보는 거죠. '아, 저기구나!'라고 해서. 그날 아주 즐겁게 사진을 잘 찍었었죠.

    ◇ 김현정> 아, 재미있다. 이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선생님의 모습. 아이들과 뭔가 좀 장벽을 헐어보려는 이런 노력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오늘 스승의 날. 그런데 스승의 날에 선생님, 종이 카네이션도 안 된대요. 조금 선생님들 서운하시지는 않으세요?

    ◆ 유광국> 저도 조금 외로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스승의 날을 맞이해서 제가 어렸을 적에는 선생님 정말 축하 많이 해 주고 그동안 혹시라도 속상했던 거 있으면 죄송하다고 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할게요라고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주고는 했는데요. 지금은 스승의 날 맞이해서 재량휴업일을 지정해서 쉬고 있는 학교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김영란법 때문인지 몰라도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 유광국>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지금 이제 뭔가 합리적인 선을 찾아서 정착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저는 들어요.

    ◆ 유광국> 네네. 맞습니다.

    시흥고 무지개 선생님 유광국 씨 (사진=유광국 선생님 제공)

     

    ◇ 김현정> 그 선을 빨리 찾아서 선생님들도 서운하지 않고 또 학생들한테 부담 안 되면서도 마음은 전할 수 있는 이런 방법이 뭘까 고민해 봤으면 좋겠고. 그나저나 그 무지개색 양복은 퇴임하실 때까지 쭉 입으시는 거예요?

    ◆ 유광국> 무지개가 한 번 뜨고 안 뜨는 건 아니겠죠? (웃음) 비가 오면 언제든지 무지개가 다시 나타나잖아요. 그래서 저도.

    ◇ 김현정> 선생님. 국문과 출신이세요? 무슨 과목이세요?

    ◆ 유광국> 아닙니다. 제가 체육 과목하고 있고요.

    ◇ 김현정> 체육을 하는 선생님이신데 어쩜 이렇게 시적인 표현을 쓰세요.

    ◆ 유광국> 아닙니다. (웃음)

    ◇ 김현정> 멋쟁이십니다. 지지 않는 무지개.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선생님. 쭉 교단을 지켜주시고요. 항상 등불이 되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또 감사합니다, 선생님.

    ◆ 유광국> 이렇게 또 전화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도 교직에 있는 한 학생들 더욱더 많이 사랑하고 그리고 그 학생들이 더욱 미래를 위해 꿈을 꾸고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제가, 무지개 항상 열심히 노력할 하도록 하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 유광국> 감사합니다.

    ◇ 김현정> 스승의 날에 정말 울컥한 인터뷰였습니다. 시흥고등학교 무지개 선생님 유광국 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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