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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개성공단 재가동 vs 미국의 '햇볕정책' 트라우마



미국/중남미

    문재인의 개성공단 재가동 vs 미국의 '햇볕정책' 트라우마

    • 2017-05-10 15:10

    [워싱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까지는 첩첩산중…미국의 인식이 큰 걸림돌

    조선중앙 tv등 캡쳐사진 조선중앙tv 캡쳐

     

    "김/정/은" 미국 TV뉴스 앵커들이 예외 없이 정확하게 발음하는 이름이다. 한국 사람에게 발음 교정이라도 받은 것처럼 정확하다. 그만큼 자주 나온다. 그것도 항상 미사일 발사 장면과 함께.

    미국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김정은’이라는 이름에 민감하다. 북한이 3~5년 안에 미국 서부까지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고 다들 믿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ICBM에 핵탄두 또는 김정남 암살에 사용한 최악의 신경가스 VX를 탑재해 LA나 샌프란시스코로 날린다면? 과거엔 웃고 넘겼을지 몰라도, 지금 미국인들은 심각하다.

    미 국무부 외교관 출신이자 미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한국 전문가 데니스 할핀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객원 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TV뉴스에 하루가 멀다 하고 김정은이 나옵니다. 언제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과 함께 등장하지요. 지금은 미국 중부의 시골 농부나 공장 노동자들도 김정은을 알고 있어요. 마치 사악한 폭군 리처드 3세 같은 이미지라고 할까요."

    ◇ 북한·김정은에 미국은 늘 알레르기 반응

    리처드 3세는 왕위 계승자인 조카를 런던탑에 유배해 살해한, 예를 들면 영국판 수양대군 같은 인물이다.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희곡에서 매우 나쁜 인물로 묘사하는 바람에, 리처드 3세는 서양에서는 사악한 인물의 전형으로 통한다.

    김정은은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사를 해킹하면서 서서히 미국에 자신의 악명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삼촌인 장성택을 처형하고, 게다가 대공포를 사용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미국인들을 경악시켰다.

    급기야 초강력 화학무기를 사용해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까지 암살하면서, 김정은이라는 악명은 미국인들의 뇌리 속에 분명히 각인됐다.

    “저런 사악한 인간이 우리 미국 본토를 공격할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게다가 발사대에서 날아오르는 미사일 영상은 과거 ‘9.11’의 기억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의 불안한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그리고 이런 불안은 과거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기간에 벌어진 햇볕정책에 대한 ‘안 좋은 기억’과 섞여있다. 바로 북한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믿음이다.

    개성공단을 만들도록 허락해줬더니 우리의 본토를 노리는 미사일로 돌아왔다는 인식,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인식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부분에서 할핀 연구원의 지적은 매우 냉정하다. 그는 “좋은 얘기를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운을 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이제 북한과 경제협력을 해야하고 그래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심지어 공장 노동자들(대표적 트럼프 지지자)마저 이렇게 말할 겁니다. 김정은에게 LA를 폭격할 수 있게 돈을 준다고? 미쳤군.”

    게다가 이런 미국 유권자들의 인식을 반영하듯, 미 의회는 지난해 대북제재법을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강력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 법안’도 미 하원을 통과했다.

    새로운 고강도 대북제재법안의 핵심 내용은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국가를 미국이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 활용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과거 유엔 안보리 산하 전문가패널 멤버였던 윌리엄 뉴콤은 지난 3월 한미연구소(USKI)가 발간하는 워싱턴리뷰 기고를 통해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는 과거와 같은 조건으로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안보리 결의안도 결의안이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이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는 과거보다 협조를 얻어내기 더 어렵다는 것이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소식이 전해진 당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는 기류로 가고 있는데 이를 거스르려 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불행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대북정책 기조 확연히 다른 韓 문재인 정부와 美 트럼프 정부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물론, 공단을 3단계 2천만평까지 확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핵 폐기 문제가 협상테이블에 들어와 대화가 되는 국면이 돼야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조건부 재가동으로 입장을 일부 선회하기는 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 자체는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에 주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외려 사드 비용 청구서를 들이밀며 답부터 내놓으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일단 한미 양국이 북한의 위협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부분에는 동의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합의하는 방식으로 점차 신뢰를 쌓은 뒤에야, 문재인 대통령이 의도하는대로 천천히 평화 프로세스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도 적절한 상황에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오해를 풀고 친분을 다지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빠른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일성으로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공언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햇볕정책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그 가능성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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