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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엘롯기 동맹'은 왜 해체되려 하는가



야구

    선의의 '엘롯기 동맹'은 왜 해체되려 하는가

    KIA·LG 선두권 경쟁, 롯데는 5할 승률 붕괴

    '다같이 웃어야 하는데...' KIA와 LG는 올 시즌 개막 6주째인 지난주 나란히 5승1패를 거두며 상위권 경쟁을 이어간 반면 롯데는 주말 KIA전 3연패 등 2승4패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사진은 세 팀 사령탑인 김기태(왼쪽부터), 양상문, 조원우 감독.(자료사진=KIA, LG, 롯데)

     

    동맹에 서서히 균열이 가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 초반 상승세를 달리며 흥행을 이끌었던 '엘롯기'가 갈림길에 놓였다. KIA와 LG는 순위표 위에서 여전히 굳건하게 경쟁을 하고 있지만 롯데는 시즌 한 달여가 지나면서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KIA와 LG는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 6주째를 소화한 가운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두 팀 모두 지난주 6경기에서 나란히 5승1패를 달리며 10개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1위 KIA는 유일한 승률 7할대(23승9패, 7할1푼9리)를 달리고, LG도 개막 2주차 이후 근 한 달 만에 승률 6할 이상(20승12패, 6할2푼5리)으로 3위에 올랐다. KIA는 2위 NC에 2.5경기, LG와 3경기 차다.

    반면 롯데는 시즌 개막 6주 만에 승률 5할 밑으로 내려갔다. 개막 후 꾸준히 5할 이상 승률을 유지해왔지만 지난주 2승4패로 허덕이며 5할 벽이 무너졌다. 2000년대 암흑의 시대를 함께 했던 우울한 단어에서 올해 좋은 의미의 상징으로 쓰였던 '엘롯기' 동맹은 왜 한 달여 만에 균열 위기를 맞은 걸까.

    ▲'되는 집안' KIA

    KIA의 올해 상승세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겨우내 가장 알찬 전력 보강을 한 팀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4년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를 삼성에서 데려와 약점이던 좌타 거포 해결사 부재를 해결했고, 에이스 양현종을 눌러앉힌 데다 수준급 좌완 팻 딘을 영입해 헥터 노에시와 막강 3선발을 갖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가파른 상승세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올해를 우승의 적기로 판단한 KIA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불안 요소로 꼽히던 안방마님을 바꾸는 승부수를 띄웠다. 개막 후 6경기만을 치른 가운데 단행된 깜짝 트레이드였다. 포수 이홍구, 외야수 노수광 등을 SK에 내주고 역시 포수 김민식과 외야수 이명기 등을 받는 4 대 4 트레이드였다.

    결과는 대성공. 김민식은 짧은 적응기를 거쳐 완전히 호랑이 군단의 안방을 꽉 잡았다. 투수 리드는 물론 철통같은 도루 저지로 KIA의 보물로 거듭났다. 8일 현재 김민식은 도루 저지율 1위(47.6%)다. 21번 중 10번의 도루를 잡아냈다. 2위 양의지(두산)의 38.5%(21번 중 5번)에 크게 앞선다. 김민식은 타율은 2할4푼3리지만 득점권에서는 3할8푼9리로 타석에서도 쏠쏠하다.

    이명기 역시 맹활약 중이다. 타율 3할6푼(89타수 32안타) 1홈런 15타점 12득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에 살짝 모자라지만 타격 4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이적 초반 다소 불안했던 외야 수비도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호랑이 군단의 테이블 세터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깜짝 3인방' 올해 KIA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이적생 김민식(왼쪽부터)-이명기 듀오와 4선발로 맹위를 떨치는 임기영.(자료사진=KIA)

     

    4선발 임기영의 미친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KIA는 3선발 이후가 고민이었지만 임기영이 4승1패 평균자책점(ERA) 1.99의 어지간한 1, 2선발급 활약으로 해결했다. 선발 6경기 중 5경기가 퀄리티스타트 이상이고, 나머지 1경기도 4월12일 두산전 5이닝 1자책(3실점)이었고, 승리했다. 양현종, 헥터(이상 6승 무패), 팻 딘(2승1패)과 막강 4선발을 이룬다.

    김민식, 이명기, 임기영 등은 시즌 전 계산에 없던 선수들이다. 코치진과 프런트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이 최형우가 버틴 중심 타선과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 막강 3선발 등 기존 전력들과 이룬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KIA는 유독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 두산이 부진, 경쟁자가 없어진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NC, LG 등이 거세게 도전해올 시즌 중반 레이스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변수다.

    ▲'투수 왕국' LG

    LG 역시 올해 상위권으로 분류된 팀이다. KIA 못지 않게 스토브리그에서 주목을 받은 팀이다. 특히 4년 95억 원에 영입한 좌완 차우찬이 두산의 전성기를 연 '제 2의 장원준'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일단 차우찬은 연착륙에 성공했다. 지난달 4일 잠실 홈 데뷔전에서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완벽한 투구로 승리를 따낸 차우찬은 이후 패-승-패-승의 징검다리 행보를 보였다. 그래도 6경기에서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져주며 선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3승2패 ERA 2.52, 모두 10위 안이다.

    차우찬의 합류는 단순한 선발 1명의 가세 이상의 효과를 주고 있다. 당초 LG는 양상문 감독 부임 후 시행착오 끝에 세대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모자랐던 수준급 선발 1명 자리를 채워주면서 특히 마운드는 완성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기존 류제국과 헨리 소사에 차우찬이 가세한 LG 선발진은 임찬규가 드디어 잠재력이 터진 데다 김대현이라는 새 얼굴도 발굴되면서 리그 정상을 다투게 됐다. 여기에 차우찬이 공백을 메워줬던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까지 조만간 가세하면 KIA 부럽지 않은 선발진이 완성된다.

    'LG의 힘' 올 시즌 투수 왕국 LG를 구축하며 상위권 경쟁을 이끌고 있는 차우찬(왼쪽부터)-임찬규-신정락.(자료사진=LG)

     

    불펜에는 군 복무를 마친 신정락의 합류가 컸다. 신정락은 올해 7세이브(3위)에 3홀드 ERA 2.08로 2010년 1순위 신인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덕분에 마무리 임정우가 없어도 LG 불펜은 단단하다. 여기에 진해수, 김지용, 최동환, 정찬헌, 윤지웅, 최성훈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전성기를 맞은 자원들이 철벽을 형성한다.

    이런 마운드는 LG를 지탱하는 힘이다. LG는 올해 유일한 팀 ERA 2점대(2.78)다. 홀드(25개), 세이브(11개) 1위에 블론세이브(2번)는 세 번째로 적다. 피안타(평균 7.6개), 피홈런(0.7개)도 가장 적다.

    LG는 타선도 나쁘지 않다. 워낙 마운드가 강력해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이는 것뿐이다. LG는 팀 타율 2위(2할8푼3리), 득점권 타율 4위(2할8푼9리)다. 지난주 NC, 두산 등 강팀들을 상대로 특유의 응집력이 살아나면서 타선의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팀 홈런 10위(18개), 장타율 9위(3할7푼9리)로 득점이 6위(평균 4.8점)인 소총 부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변수다.

    ▲'1차 고비' 롯데

    롯데는 시즌 전 중위권 정도로 분류됐다. 지난 겨울 돌아온 거포 이대호를 4년 150억 원에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그것뿐이었다. 황재균(샌프란시스코)을 잃으면서 전력은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대호 효과'는 컸다. 이대호는 연일 맹타를 휘둘렀고, 이우민과 최준석 등 롯데 입단 동기를 비롯한 동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거구의 존재감을 뽐냈다. 이대호는 4월 중하순까지 공격의 거의 전 부문에서 수위를 다퉜다. 한 달 이대호는 26경기 타율 4할2푼4리 7홈런 18타점 19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롯데는 4월 동안 승률 5할을 내려오지 않았다. 특히 개막 2~3주 차까지 2위를 달렸다. 개막 2주를 소화한 4월 9일에는 공교롭게도 엘롯기가 모두 6승2패로 공동 2위를 형성하기도 했다. 다음 3주 차 때 롯데는 KIA에 2경기 차 뒤진 2위로 LG보다 1경기 앞선 순위였다.

    롯데는 그러나 4월 중순 이후 서서히 상승세가 꺾였다. 투타의 주요 지표들은 괜찮았으나 짜임새가 부족했다. 4월 한 달 롯데는 팀 출루율 1위(3할6푼)였지만 득점권 타율(2할5푼9리)이 9위에 그쳤고, 병살타는 두 번째로 많은 25개나 됐다. 마운드도 선발 ERA(3.69)와 불펜(4.55)의 격차가 적잖았다. 그래도 롯데는 4월 한 달을 승률 5할을 맞췄다.

    '난 살아났는데...' 롯데 이대호가 7일 KIA와 홈 경기에서 시즌 9호 1점 홈런을 날린 뒤 김민재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부산=롯데)

     

    하지만 5월 첫 주 승률 5할의 벽이 무너졌다. 지난주 롯데는 2승4패를 하면서 15승17패, 할 승률에 -2승이 됐다. 순위도 공동 5위에서 6위로 내려섰다. 주중까지만 해도 좋았다. kt와 수원 원정에서 2승1패 위닝 시리즈를 거뒀다. 그러나 사직 홈에서 KIA에 스윕을 당했다.

    이대호가 판정 문제로 흔들리면서 '복귀 효과'가 사라졌다. 이대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타선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이대호는 지난달 29일 두산전 '논란의 퇴장' 이후 6경기 타율이 1할대(1할7푼4리)였다. 특히 5, 6일 KIA전에서 모두 병살타를 때렸다. 롯데 타선도 덩달아 힘을 쓰지 못했다.

    7일 KIA전에서는 연패 탈출의 호기였으나 실책과 적시타 부재로 역전패를 안았다. 이대호는 홈런 포함, 4안타 2타점으로 부활했으나 타선 전체는 13안타에도 3점에 머물렀다. 롯데의 득점권 타율은 9위(2할5푼1리)까지 떨어졌다. 롯데에 닥친 1차 고비다.

    다만 롯데는 팀 ERA는 LG에 이어 2위(3.87)다. 마운드가 선전하고 있는 만큼 반등의 계기가 올 수 있다. 사실 롯데는 올해 우승권으로 분류된 게 아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부담을 던다면 다시 상승세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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