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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VS 불황 - 무엇이 경제 사이클을 움직이는가'



책/학술

    '호황 VS 불황 - 무엇이 경제 사이클을 움직이는가'

     

    '호황 vs 불황'은 경기변동을 이해하는 대중 교양서이다. 이 책은 경기변동의 원인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각 국면에서 개인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일상의 사례를 들어 풀어주는 친절한 경기순환 교과서라 할 수 있다.이 책의 저자는 독일 학자이자 실물경제 전문가인 군터 뒤크다.

    이 책이 경기변동의 원리를 얼마나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지 살펴보자. 저자는 누구나 다 아는 타자기의 라이프사이클을 예로 든다. 타자기는 등장 초기에는 신기술로 각광을 받았고 곧 만년필을 대체하며 시장을 장악한다. 그러나 컴퓨터의 등장으로 타자기 사용은 내리막을 걷고 마침내 박물관에 전시될 운명이 된다.

    경기변동은 이러한 라이프사이클의 총체적 확대이다. 여러 영역에서 한꺼번에 많은 신제품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 과거에 지배적이던 제품들이 쇠퇴하고 사라져간다. 이런 일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경기가 불황에 접어드는 상황이다.

    저자가 타자기 하나로 알기 쉽게 설명한 이 과정은 바로 경기순환이론의 선구자인 콘드라티예프나 슘페터의 ‘기술혁신에 근거한 경기순환이론’이다. 대단히 복잡한 경기변동의 원리가 한눈에 그려진다.

    이 책은 경기변동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설명해준다. 그중 하나가 유명한 ‘돼지 사이클’이다. 오늘날 경제현상의 많은 부분을 이 돼지 사이클로 설명할 수 있다.

    언젠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다. 축산 농가는 기뻐하고, 소득이 올라가자당연히 더 많은 돼지를 사육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새끼 돼지를 구입하고 그 결과 새끼 돼지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암퇘지를 팔지 않는다. 따라서 암퇘지 공급이 줄어들고 도축할 돼지의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며 물류업체의 냉동창고가 텅텅 비기 시작한다. 이때 판매상인이 사재기에 나서며, 결국 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소비자들은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로 소비형태를 바꾼다. 그동안 더 많은 새끼돼지가 태어난다. 당연히 사료 값도 상승한다. 많은 사료가 미리 생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료 값이 상승함에 따라 돼지의 사육비용도 상승한다. 이 모든 과정이 흐르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소비자는 높은 돼지고기 가격에 고통 받으며, 점점 더 적게 소비하게 된다. 이전보다 소비가 줄어들자 돼지고기가 시장에 넘쳐난다. 가격은 즉시 하락하고 축산 농가는 손해를 본다. 비싸진 사료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 돼지를 사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돼지 가격은 점점 더 빠르게 하락한다. 사료비용 때문에 축산 농가의 돼지 매도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돼지고기는 거의 헐값에 거래된다. 소비자들은 이제 기뻐하며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이제는 축산 농가가 돼지사육을 줄여버렸으므로 적은 수의 돼지만 자라난다. 그러나 소비자는 다시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따라서 돼지고기 가격은 다시 상승한다. -55~56쪽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경제적으로 생각하고 더 영리해지기 시작하지만 그러한 대응은 대체로 더 큰 변동을 촉발한다. 경기변동을 더 극심하게 만드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와 대응을 저자는 ‘국면적 본능’이라고 표현한다. 경기가 순환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도 사람들은 좀처럼 그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각 국면의 문제점을 심화시킨다.

    불황기 생존 투쟁에서 개인과 기업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경기변동의 원리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현실 경제에 좀더 밀착시켜 고찰하면 기업들의 좌표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 군터 뒤크는 이론에만 능한 강단의 학자가 아니라 독일 IBM 최고기술경영자를 지낸 실물경제 전문가이다. 저자는 동기부여, 인사관리, 제품 품질, 고객서비스, 마케팅, 판매, 혁신, 재정, 기업 정체성, 노동조합 등 기업 활동의 제반 영역을 하나씩 거론하며 호황기와 불황기에 이들이 각각 어떻게 변화하는지 눈앞에 슬라이드를 보여주듯이 생생하게 그려준다.

    예를 들어, 제품 품질이라는 측면에서 저자는 “가장 합리적인 제품은 불황 초기에 나온다”라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호황 초기에는 신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개발에 모두들 매진한다. 호황 후기에는 품질 개선은 한계에 이르고 외형과 디자인을 강조한 사치스러운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다 경기는 정점을 지나고 불황이 찾아온다. 불황 초기가 되면 상품이 안 팔리므로 가격 대비 가장 합리적인 제품에 매달린다. 시장이 더 얼어붙는 불황 후기에는 품질조차 포기하고 가짜와 싸구려 제품, 저가 덤핑공세 등 소위 레몬시장(불량 경쟁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매 시기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지만 크게 보면 이와 같은 경기변동의 각 국면적 특징에 함몰된다. 불황기를 벗어나려는 대부분의 경영방식은 앞에서 얘기했던 돼지 사이클의 진폭처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는 한다. 기업만 그러할까. 가계경제도 한 사람의 개인도 이러한 좁은 시야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의 원제를 영어로 옮기면 'Farewell to Homo Economicus'이다. 우리 스스로를 합리적 경제인이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환상이 오히려 극단적 경기변동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책 속으로

    종종 호황기에는 지나치게 복지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너무나 배가 불러서 윤리적 문제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집단적인 시각이 약해져서 더는 ‘배신자’ 혹은 ‘기생충 같은 삶’에 대해 커다란 문화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험회사의 비용으로 휴양을 떠나고, 자주 병가를 내고, 세금을 포탈하고, 상점에서 도둑질을 해도 어떻게든 용인된다.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야.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그 결과 공공의 윤리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마비되기 시작한다. 배부르고 부유한 시스템은 비열한 자들이 이익을 채우는 장이 되어버린다. 국민이 국가를 빨아먹고 노동자는 지속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한다. 그러고는 경기 하락이 시작된다. 이때 선각자들은 절제의 윤리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지만 사람들은 단번에 거절해버린다. 사람들이 자신의 자산에 손을 대게 하기까지는 먼저 그들에게 직접 어려움이 닥쳐야만 한다. 경제는 스트레스 단계로 들어서고 사람들에게 채찍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이성으로 돌아가라!” 하지만 엄청난 압박과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이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단지 사람들의 육체가 스트레스 상태로 넘어갈 뿐이다. -234쪽

    풍요로운 시기에는 재화에 대한 의무 따윈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잘 지낼 수 있는 충분한 재화가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책임을 지라고 강요받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이 어떤 요구도 없이 그를 돌본다. 이때는 각자가 원하는 대로 인간적일 수 있다. 불황 때는 더 강한 스트레스 상태에서 무언가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강하게 제기된다. 노동을 회피하는 사람은 가치가 없으며 통제가 강해진다. 성과는 정확하게 파악되고 능률이 저조한 사람은 경멸당하고 해고된다. 사회 시스템은 그런 사람을 배제시키고 개인에 대한 책임을 부정한다. 누군가가 길가로 나앉게 된다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다. 시스템은 오직 성과를 내는 사람들만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들은 성과를 내는 사람과 프레카리아트 혹은 프롤레타리아로 추락하게 되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호황기에는 시민사회의 중심인 중산층이 형성되는 반면에 불황기에는 부자와 빈자의 차이가 더욱 날카롭게 갈라진다. 불황기의 끝에 가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길가로 나앉고 이제 그들의 처지가 이렇게 된 것이 자신들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저항을 시작하고 다수로서 다른 정당을 선택해 지금까지 분노와 경멸로 자신들을 몰아냈던 공동체가 다시 그들을 돌보도록 압력을 넣는다. -239쪽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자는 더 좋고,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높은 결과를 쉼 없이 가져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직원들이 한탄하면서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해내란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라고 물어보면 대답은 이렇다. “창의적이 돼라. 무언가 생각을 떠올려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마라. 너무 과거의 관계들과 직장에 매달리지 마라. 그리고 능률을 거부하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임금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열정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당신을 인도 등지로 보내야만 하겠는가?” 그러면 직원들은 아우성친다. “그럴 수는 없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물어보지도 않는다. 구조조정이 우리를 괴롭히고 숨도 쉬지 못하게 압력을 가한다. 우리는 마치 분재된 나무처럼 이리저리 잘린다. 당신들은 그러면서도 커다란 열매를 맺으라고 말한다. 경영자들은 멍청하고 우리 업무의 핵심을 정말로 모른다. -321쪽

    군터 뒤크 지음 | 안성철 옮김 | 원더박스 | 392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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