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친절한 투표제도, 안 만드나 못 만드나



사회 일반

    친절한 투표제도, 안 만드나 못 만드나

    • 2017-05-05 08:00

    [선거문화 이제 바꿉시다 ⑤] 유권자 편의 떨어지는 본선거 제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로 치러지는 장미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우며 표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새 시대를 열겠다는 후보들의 다짐이 무색하게, 구태 선거문화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선거문화 이제 바꿉시다' 연속기획을 통해 시대적 요구와 괴리된 선거문화를 짚어보고 변화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촛불민심 어디가고…" 구태 선거범죄 판치는 장미대선
    ② 급증하는 '가짜뉴스'…"고모 카톡도 차단했죠"
    ③ "유세차 시끄러워"…21세기 유권자와 19세기 선거운동
    ④ "표가 안되니까…" 선거에서도 차별받는 장애인들
    ⑤ 친절한 투표제도, 안 만드나 못 만드나
    계속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사전투표는 신분증이 있으면 상관없이 전국 3057곳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할 수 있으며 투표시간은 오늘(4일)과 내일(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정해진 곳에서만 투표해야 하는 현행 대선 투표 제도를 어디에서든지 투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권자의 투표 편의를 도모할 뿐 아니라 투표율 자체를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원하는 데서 하면 안 되나요?"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시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사전투표는 신분증이 있으면 상관없이 전국 3057곳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할 수 있으며 투표시간은 오늘(4일)과 내일(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4일 사전투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서울역에는 각지에서 온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시민들이 사전투표소를 찾은 이유는 다양했다.

    거주지를 옮기지 않아 지역까지 가야 하거나 대선 당일에 일찍 출근하는 시민, 근처에서 일하다가 잠깐 짬을 내 투표소를 찾은 시민 등 각양각색이었다.

    지난 2013년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지정된 투표소를 찾아가는 것보다 비록 사전일지라도 원하는 곳에서 투표하는 방식에 익숙한 시민들이 늘고 있다.

    김 모(24) 씨는 "투표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인데 굳이 장소를 찾아다녀야 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며 "사전투표제가 훨씬 더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을 데리고 투표소에 온 이 모(39) 씨도 "불편하게 어디를 찾아갈 필요 없이 아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4일 사전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서울역. (사진=강혜인 기자)

     

    반면 본 선거에서는 최근까지도 지정투표소 때문에 크고 작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투표소 안내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잘못 알고 찾아가는 탓에 헛걸음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이뤄진 20대 총선 선거에서는 왕십리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투표소를 잘못 찾는 일이 일어났다.

    평소에 늘 투표하던 장소로 갔지만 투표소가 변경돼, 한참을 걸어 정확한 투표소를 찾아가야 했다. 그는 "무엇을 기준으로 투표소가 정해지길래 가까운 곳을 놔두고 멀리 가라고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사전투표처럼 원하는 곳에서 투표하면 안 되냐는 목소리가 시민들 사이에서 높아지는 이유다.

    직장인 박 모(26) 씨는 "본 선거 때도 아무데서나 투표하면 되는 거 아니었냐"며 "대선날 하마터면 헛걸음할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아직도 꼭 한 곳에서만 투표할 수 있게 하느냐"며 "급작스럽게 출장이라도 가면 투표는 꿈도 못 꾸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 A(63) 씨는 "하다못해 같은 구 안에서만이라도 여러 군데서 투표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주민등록등본을 뗄 때 구청에 가거나 동사무소에 가도 되는 것처럼, 투표도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기술은 있지만…사회적 논의 없어 아직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신분증이 있으면 상관없이 전국 3057곳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할 수 있으며 투표시간은 오늘(4일)과 내일(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전투표에서 유권자가 원하는 곳에서 투표할 수 있는 이유는 전국 투표소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해서 선거인 명부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통합선거인명부'다.

    이처럼 본 선거에서도 통합선거인 명부를 사용하고 나아가 전자 방식 투표까지 도입되면 유권자에게는 더욱 편리한 투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만 아직 전면 도입 계획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 선거에서 사전투표 방식이 도입되지 않는 배경에 대해 개표의 문제를 들었다.

    사전투표는 본선거보다 5일 전에 실시돼, 각기 다른 지역에서 한 투표를 해당 지역으로 가져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본 선거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틀간의 사전투표가 마무리되면 본선거 전까지 투표자들의 거주 지역을 분류해 해당 지역 개표소로 보내 선거 당일에 본선거 투표용지와 함께 개표한다.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시민들에게 투표용지를 건네고 있다. 사전투표는 신분증이 있으면 상관없이 전국 3057곳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나 할 수 있으며 투표시간은 오늘(4일)과 내일(5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그런데 본선거에서도 지역과 관계없이 투표하게 되면 유권자의 거주지가 섞여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의 후보자를 뽑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고,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뽑았는지나 지역별 투표율도 분석이 힘들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선관위 관계자는 "사실 대선의 경우는 크게 상관이 없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기술적 토대는 마련됐다는 의견이다. 이미 통합전산망 시스템이 가능하므로 유권자의 투표 편의를 높이기 위해 투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는 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통합전산망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유권자가 투표에 많이, 더 편리하게 참여하도록 사전투표제를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전자 투표 시스템으로 바꿔서 직접 투표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도 "의지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지만 아직 사회적인 논의가 제기되지 않고 있다"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