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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대선후보 여론조사 왜 우리나라만 깜깜이 일까?



선거

    [Why뉴스] 대선후보 여론조사 왜 우리나라만 깜깜이 일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5일 앞두고 4일과 5일 이틀간 사전투표가 실시된다. 그런데 3일부터 실시되는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된다. 그래서 일명 '깜깜이 선거'로 불리기도 한다. '블랙아웃 선거' 또는 '블랙박스 기간'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그렇지만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서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대선후보 여론조사 왜 우리나라만 깜깜이 일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 금지기간 중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하면 어떻게 되나?

    = 당연히 처벌받는다. 공직선거법 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 3항에 동법 108조 1항을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08조(여론조사의 결과공표금지 등) ①누구든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模擬投票나 人氣投票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이 條에서 같다)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하여 보도할 수 없다. 고 규정돼 있다.

    그러니까 19대 대선에서는 5월 3일부터 선거일인 5월 9일 20시까지는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되는 것이다.

    단, 5월 2일까지 조사된 여론조사는 그 시일을 명시하고 공표하거나 인용보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막바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2일 오후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서울역 대합실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조사 자체가 불법인가?

    = 여론조사는 가능하다. 정당이나 후보별로 조사를 할 수도 있고 언론사가 여론조사회사에 의뢰해서 조사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정당이나 여론조사 회사, 언론사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에도 개별적인 조사는 계속된다. 여론의 흐름 추세를 보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그 결과를 인용해서 보도할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공개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것이다.

    ▶ 실제로 처벌 된 적이 있나?

    = 1997년 15대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를 위반해서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다.

    한겨레신문 김종철 기자가 1997년 대선 직전 <한겨레21> 12월18일치의 '디제이 좀더 치고 나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결과를 분석해 지지도 격차 추이를 보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999년 대법원에서 검찰의 구형대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다. 김 기자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당시 헌재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했다.

    그렇지만 공직선거법 108조 1항은 2005년 개정됐다. 그 이전에는 선거운동기간 내내(대선의 경우 22일간)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지만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일 6일전'으로 단축된 것이다.

    사실 선거법에 여론조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년이다. 당시엔 대통령선거법, 국회의원선거법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대통령선거법에는 "누구든지 선거일공고일로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포함한다)의 경위와 결과를 공표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게 1994년 공직선거및부정선거방지법이 제정되면서 각 선거법이 통합됐고, 여론조사결과 공표는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의 투표마감시각'까지 금지됐던 것이다.

    ▶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가 우리나라만 적용되고 있나?

    = 우리나라만 그런건 아니지만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 알 권리 위해 여론조사 발표 기간에 제한 두지 않고 있다.

    제한하는 나라는 이탈리아가 선거운동기간 동안 공표를 금지하고 있고, 프랑스는 선거전날과 선거 당일에만 공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 캐나다는 연방선거법에 투표일 2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캐나다의 한 신문사가 연방최고재판소에 제소했고 재판소는 98년 5월 신문사의 손을 들어줬다. 여론조사 공표가 제한없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캐나다 연방최고재판소는 "정부는 유권자가 성숙하고 교양있는 시민이라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1995년(헌재 1995. 7. 21. 92헌바177등, 판례집 7-2, 112)과 1999년( 98헌바64, 판례집 11-1, 33 )) 두 차례 결정을 내리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쳐 국민의 진의를 왜곡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한 부분과는 차이가 너무도 크다.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일인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왜 우리나라만 이렇게 '깜깜이 선거'를 하도록 하는 것이냐?

    = 한마디로 하자면 국민을 주권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로 낮춰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분명하고 규정돼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피니언라이브 윤희웅 여론분석센터장은 "정치권에서 국민을 주인, 주체로 보지 않는 문화때문"이라면서 "국민의 주체적 역량이 부족하니 막판 정보에 휘둘리는(밴드웨건이나 언더독 효과) 존재로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국민이 주인이고, 알권리를 누려야하는 주권자이고, 소신있게 주체적으로 정보를 참조해 의사결정한다는 문화에서는 규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를 유지하는 건 과거의 낡은 방식이라면서 "시대가 바뀌었고 국민의 여론이 성숙된 만큼 이제는 공표금지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국회에서 법개정의 필요성을 못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기고 있는 쪽은 현재 추세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는 쪽은 가짜뉴스를 통해 역전했다고 판도를 흔들 수 있으므로 법 개정에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왜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를 폐지해야 하는 거냐?

    =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조항을 폐지해야 하는 첫번째 이유는 '가짜 뉴스'가 판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는 이미 홍수 사태라고 할 정도로 넘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는 여론조사 형태로 포장된 온갖 가짜 뉴스가 더욱 판을 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강철구 대표는 "여론조사 공표가 여론을 왜곡 조장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공표금지기간동안 가짜 여론 조사 결과를 각 후보진영에서 유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국민들의 알권리와 올바른 선택을 위해 금지기간을 없애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이기 때문이다.

    사실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기간에도 각 정당이나 후보진영에서는 여론조사를 계속한다. 그래서 정당에 소속됐거나 취재기자들 정부관계자나 심지어 대기업 등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는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결과 공표 금지는 정보의 차별성만 강화할 따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는 당연히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면서 "여론조사는 이 기간동안 계속 실시되므로 일부는 여론의 향방을 계속 알 수 있기 때문에 평등의 원칙에도 벗어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시대가 변했다. 1960년대나 1980년대에는 이른바 세몰이 정치였다. 여론조사가 활성화 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통합 공직선거법을 만들 당시에도 여론조사가 활성화 되지도 않았고 여론조사 결과는 언론보도가 아니고서는 일반 유권자들이 상세하게 알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여론조사가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고 있고 국민들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언론보도가 아니더라도 충분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고 있다.

    최창렬 교수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 이전에 선거판의 혼탁를 막고, 표심을 왜곡 시키거나 교란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폐지가 맞다"고 밝혔다.

    네 번째를 들자면 여론조사회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결과가 다르더라도 일주일 사이에 추세가 변했다고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선 전날까지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된다면 여론조사회사들이 지금보다 더 치밀하게 여론조사를 설계할 것이고 신뢰도도 더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인숙 박사는 "메이저 여론조사 기관들이 공표금지 기간 실시된 여론조사 데이터를 선거후 공개해야는데 하지 않고, 공표직전 여론조사 데이터와 실제 투표 결과를 비교하면서 일주일간 여론이 요동쳐 여론조사가 틀리게 됐다고 변명거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포스터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를 폐지할 게 아니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은데?

    =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상당수의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폐지가 대세라고 말한다. 물론 보완적으로 최소한으로 완화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최창렬 교수는 "법을 만들때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반드시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KSOI 강철구 대표는 "폐지가 맞다"고 말했고,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외국의 사례처럼 규제를 완전히 없애거나 D-1, 혹은 D-2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우리 국민의 정보역량과 의식이 매우 향상돼 제한이 불필요하거나 하루정도로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제한함으로써 얻는 긍정적 효과보다 폐해가 더 큰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제 페이스북으로 의견을 물어본 결과 40명이 넘는 답변 중 여론조사 공표금지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70~80%를 웃도는 걸로 보이고, 완화하자는 쪽이 10~20% 정도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쪽이 10%에 못 미치는 정도였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는데 지금도 그걸 유지하자는 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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