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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 유럽의 근대를 연 여덟 인물의 이야기



책/학술

    주경철, 유럽의 근대를 연 여덟 인물의 이야기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권'…잔 다르크부터 마르틴 루터까지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1권'은 근대 국가의 성립을 재촉하고, 근대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대륙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정신세계를 연 여덟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천사의 목소리를 듣고 국왕을 도와 백년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이단 판정을 받고 화형당한 잔 다르크와 유럽 대륙 중심부에 거대한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을 품었던 부르고뉴 공작들, 세계를 아우르는 기독교제국을 꿈꾼 카를 5세와 강력한 왕조국가를 만들기 위해 여성 편력도 마다하지 않은 헨리 8세. 이들은 아직 중세의 사고방식과 허황된 꿈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실제 그들의 행위는 근대 왕조국가와 근대 국가체제 성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근대를 향한 발걸음은 유럽 대륙을 넘어서기도 했다. 실제로는 기이한 중세적 종말론자였지만 바다를 건너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신대륙에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탄생시킨 코르테스와 말린체는 대륙의 발견을 넘어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었다. 또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정신세계와 신념을 만들어낸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마르틴 루터도 있다. 새로운 문화의 탄생과 종교 개혁은 한 시대를 뒤흔들며 근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는 이번에 출간된 '1권 중세에서 근대의 별을 본 사람들'에 이어 '2권 근대의 빛과 그림자', '3권 세계의 변화를 주조한 사람들'로 구성된 3부작으로, 연내 완간될 예정이다.

    책 속으로

    잔 다르크는 누구인가? 그녀는 역사상 가장 신비한 인물 중 하나다. 역사가들은 잔 다르크와 관련된 일들을 어찌 설명해야 좋을지 난감해한다. 17세 소녀가 어느 날 청와대에 나타나서 자신이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저에게 군사를 맡겨주시면 곧 휴전선을 허물고 남북통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상상해보자. 이와 거의 비슷한 상황인데, 프랑스 왕이 실제 그런 말을 믿고 군사를 맡겼더니 아닌 게 아니라 잔 다르크라는 소녀가 잉글랜드와의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미루어오던 왕의 대관식을 주선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프랑스는 백년전쟁 중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정작 그녀는 포로로 잡혀 종교재판에서 이단 판정을 받고 1431년 19세의 나이로 화형을 당했다. 백년전쟁이 끝난 후에야 이전 판결을 뒤집는 재판이 열려 그녀는 복권되었고, 20세기에 들어와서는 교황청이 그녀를 성녀로 서품했다. 그러니까 잔 다르크는 마녀에서 성녀로 변신한 인물인 셈인데, 이는 전무후무한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다. …… 잔 다르크는 너무나 많은 조명을 받는 역사적 인물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까마득한 신비의 어둠 속에 잠긴 숨은 매력의 소유자이다. ― 〈잔 다르크, 성녀인가 마녀인가〉(17~18쪽) 중에서

    담대공 샤를의 유일한 후손인 19세 된 딸 마리가 누구와 결혼하느냐가 당시 유럽 정치사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야말로 세기의 결혼이라 할 만하다. 가장 유력한 측은 프랑스 왕 루이 11세와 신성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3세였다. 이들은 모두 미혼의 장남이 있어 마리를 며느리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이때 루이 11세는 선수를 친답시고 군사를 동원하여 공격했는데,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다 보니 혼인 협상이 어려워졌고 그 결과 황제가 자신의 아들 막시밀리안을 그녀와 결혼시킬 수 있었다. 매사에 능수능란했던 루이가 중요한 때에 그토록 어리숙하게 일처리를 한 것은 정말로 의외였다. 루이는 그의 오랜 참모인 필리프 드 코민에게 이 결혼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이 자신의 최대 실수라고 한탄했다. …… 유럽 최고의 신붓감인 ‘부자’ 마리가 후일의 황제 막시밀리안과 결혼하여 그 사이에서 필리프가 태어났다. 똑같은 이름이 많다 보니 구분을 위해 또 다른 별칭이 필요하다. 이 필리프는 생긴 게 훤칠하여 별칭이 미남공이 되었다. 그는 별칭이 광녀인 카스티야 공주 후아나와 결혼해 후일 카를 5세가 되는 아들을 낳는다. ― 〈부르고뉴, 유럽판 무협지〉(87~88쪽) 중에서

    18세에 잉글랜드의 왕위를 차지했을 때 헨리 8세는 매력적이고 지적이고 세련된 젊은 국왕이었다. 그러던 그가 점차 비대하고 못생긴 데다가 악의 가득한 늙은이로 변모했고, 부인들을 차례로 죽이거나 내쫓는 동화 속 ‘푸른 수염’ 같은 인물이 되었다. 그는 평생 985명을 사형에 처했는데, 그 가운데에는 왕비 두 명, 추기경 한 명, 대법관 한 명, 공작 12명, 남작 18명, 수도원장 77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가공할 폭력을 통해 그는 절대주의 체제를 이루어갔고 국제적으로는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간 중재자 역할을 수행했으며, 영국 국교회를 만들어냈다. 무지막지한 폭군이 근대 영국사를 주조한 것이다. …… 튜더 왕조 이전의 잉글랜드는 유럽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주변국으로서 기껏해야 양이나 쳐서 양모를 대륙에 파는 가난한 국가였다. 그런데 16세기 이후 잉글랜드는 일취월장하여 18~19세기가 되면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는 중심국가로 떠오른다. 잉글랜드가 그 찬란한 발전의 도상에 오르게 한 선구자가 폭군이자 편집증 환자이자 호색한인 헨리 8세다. 별로 기분 좋은 말은 아니겠지만, 역사의 발전은 반드시 선한 인물에 의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 〈헨리 8세, 근대 영국을 출범시킨 호색한〉(137, 169쪽) 중에서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34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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