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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한 목소리로 "카드 수수료 인하" 주장



경제정책

    대선후보, 한 목소리로 "카드 수수료 인하" 주장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문제다.

    각 대선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수수료 인하 공약을 내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1.3%에서 1%로 낮추고 우대 수수료가 적용되는 중소가맹점 기준을 연매출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영세가맹점 기준을 2억 원 이하에서 3억 원 이하로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약속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연매출 5억 원 이하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온라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우대수수료 적용 가맹점의 매출액 기준을 상향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체크카드 수수료를 0%로 내리고 전체 카드 수수료의 1%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각 대선후보들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공약을 내걸고 나선 것은 300만에 이르는 가맹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가맹점 단체들은 이번 대선에서도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골목상권소비자연맹,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가맹점단체 대표들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나라 신용카드의 역사는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전가한 수탈의 역사"라며 중소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인하를 촉구했다.

    이들은 "소상공인들이 매출은 높아 보여도 이익률이 크게 낮아 대부분 카드수수료에 부담을 느낀다"며 "연매출 5억 원 미만의 중소가맹점은 수수료율 1% 이하로, 3억 원 미만은 0.5% 이하로 일괄인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결집된 소상공인들의 힘을 바탕으로 대선 이후 카드수수료 문제해결을 위해 총력전을 기울일 것이라며 규탄집회와 특정 카드 불매운동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나갈 뜻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점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선 후보들이 모두 카드수수료 인하공약을 내걸고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약은 카드수수료체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고민없이 나온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우리나라의 카드수수료체제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법을 통해 연매출 2400만 원 이상인 사업자는 모두 카드가맹점이 돼야 하고 카드가맹점이 되면 카드수납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카드의무수납제를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를 냈을 때 현금사용 때와 가격차별을 못하도록 카드사용에 대한 가격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 아래서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 가맹점은 수수료에 대한 아무런 협상권도 가질 수 없고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수수료율에 따라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엄밀하게 말해 그 수수료는 고객이 내야 하는 것이다.

    카드로 결제할 경우 지급결제일까지 물건을 외상으로 구입하고 누적포인트나 할인 등 각종 부가서비스까지 받는 등 혜택을 누리는데 따른 수수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은 연회비 외에는 수수료에서는 자유롭고 가맹점이 고객 대신 수수료를 내고 있다.

    물론 가맹점이 고객에게 물건값을 받을 때 수수료를 더해서 받을 수도 있지만 법에 카드결제 때현금결제 때와 차별을 금지하고 있어 카드사용자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가맹점들은 고객 대신 수수료를 내고 있고, 그것도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수수료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모든 가맹점에 대해 카드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데서 비롯됐다.

    한마디로 가맹점 수수료의 문제는 정부 정책에 의해 시장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다시말해 시장이 실패한 구조에서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결정하고 있다는데 근원이 있다.

    이렇게 시장이 실패한 구조에서는 가격결정에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

    가맹점단체들이 이번 대선을 포함해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을 향해 수수료 인하를 주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시장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시장이 실패한 상황에서 적정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초 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한 바 있다.

    그런데도 가맹점 단체들은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아직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수수료를 추가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8개 전업계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도보다 1992억 원(9.9%) 줄어든 1조813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초 단행된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라 67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지만 손실 폭을 크게 줄여 선방한 것이다.

    이로 볼 때 카드사에 수수료 추가 인하여력이 있는 것으로 가맹점 단체들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지난 2007년부터 계속된 수수료 인하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 이상 낮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기업으로서 어떻게든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추가로 인하되면 마른 수건에 물기를 짜듯이 어떻게든 긴축을 통해 버텨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여력이 없는 일부 카드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것은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카드론과 같은 금융서비스의 수익을 늘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순익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것은 신용판매의 손실을, 제1금융권을 이용할 수 없어 금리가 비싼 카드론 등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열악한 사람들에게서 만회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의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을 돌아보지 않고 대선 후보들이 가맹점들의 표를 의식해 무턱대고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거는 것은 무책임할 수 있다.

    공약대로 인하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추가적인 인하압력과 함께 그에 따른 공방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대선후보들이 중소가맹점에 협상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겠다고 공약을 제시하는 편이 더 나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라리 우대수수료를 낮춰주고, 우대수수료가 적용되는 매출액 기준을 상향하는 것보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의 틀이나 제도를 바꾸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공약에 가맹점 수수료 체계나 제도를 바꾸겠다고 했으면 중소가맹점에 협상력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이런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카드수수료 체제가 갖고 있는 시장실패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맹점 수수료체제가 갖고 있는 시장의 실패를 시정하지 않고 계속 수수료만 낮추도록 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실패를 해소하는 것부터 먼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카드수수료 사태가 빚어진 것은 시장실패 때문이고 이것은 정부가 가맹점에 카드를 받으라고 하면서 시작된 문제이니까 정부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신용카드를 계속 기본결제수단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왜 계속 복잡하고 값비싼 신용카드를 기본결제수단으로 삼으면서 수수료만 낮추려고 하는지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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