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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가는 시인들 "이제 문학서클은 사라졌지만…"



문화 일반

    모교 가는 시인들 "이제 문학서클은 사라졌지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응교 (시인)

    그러고 보면 저를 포함한 뉴스쇼 제작진이나 시를 참 좋아합니다. 시와 관련한 뉴스가 나오면 지나치지를 못하는데요. 이런 뉴스가 또 하나 보이네요. 한국작가회의와 시인들이 뭉쳐서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하고 있답니다. 시인들이 각자의 모교를 찾아가서 그 학생들에게 후배들에게 시를 읽어주는 그런 프로젝트라는데요. 참 요즘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데 오늘 이 시간만큼은 시 한 편 들으면서 한 템포 쉬어가죠. 오늘 화제 인터뷰 김응교 시인 연결이 돼 있습니다. 김 작가님, 안녕하세요?



    ◆ 김응교>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김응교 작가님은 모교가 어디십니까?

    ◆ 김응교> 경복고등학교입니다.

    ◇ 김현정> 경복? 그 유명한 경복고등학교.

    ◆ 김응교> 네, 광화문에 있는 경복고등학교입니다.

    ◇ 김현정> 졸업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 김응교> 지금 37년이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럼 얼마 만에 학교 가시는 거예요?

    ◆ 김응교> 그러니까 80년에 졸업했는데요. 제가 외국에 있다가 오고 그래서 갈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37년 만에 갑니다. (웃음)

    ◇ 김현정> 졸업 후에 37년 만에 다시 고등학교 교정을 가시네요.

    ◆ 김응교> 네네.

    ◇ 김현정>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잠잘 시간도 없이 공부에 치여 사는데 그 고등학생들에게 시험 잘 보는 법 강의하러 이런 게 아니라 시를 읽어주러 간다?

    ◆ 김응교> 네, 한국작가회의와 서울시에서 하는 건데요. 중고생들이 시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참 적은 거죠. 영상시대니까 영화만 본다든지 핸드폰만 본다든지. 이 취지가 그것이고 또 낯선 사람이 이렇게 가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도 우리 선배 중에 시인 선배가 있다는 것이 더 익숙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를 비롯한 최영미 시인, 곽효환 시인, 박준 시인... 여러 시인들과 함께 그런 만남을 계획해서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김응교 시인님은 작가님은 학교 다닐 때 그때도 꿈이 시인이셨어요?

    ◆ 김응교> 아니요, 저는 상상도 못했어요.

    ◇ 김현정> 그래요?

    ◆ 김응교> 네, 저는 독서동아리에 있었는데 독서서클에. 글을 읽는 사람이었지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글 잘 쓰는 친구들이 부럽고 어떻게 저렇게 글을 잘 쓸까 생각을 했는데 대학교 2학년 때쯤에 갑자기 나도 써볼까, 그리고 작가로 살아도 되겠다 이렇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책을 읽은 게 이렇게 토대가 돼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김응교 시인 (사진=황문성 작가)

     

    ◇ 김현정> 친구들과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이러면서 문학과 가까워졌다, 시와 가까워졌다고 하셨는데 그러고 보면 그 당시에는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삶의 풍성함 같은 것이 있었어요.

    ◆ 김응교> 맞아요. 너무 신기했어요. 책을 저 혼자 읽고 가면 저는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읽고 해부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다른 애들이 저게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을 상징적으로 해부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거 말고 다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이거에 너무 충격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처음 그런 경험을 한 거죠.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 김응교> 그래서 자기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모여서 책을 읽고 또 글을 써도 서로 고쳐주고 지적해 주고 이런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가서 우리 후배들에게 체험하게, 함께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좋습니다. 아이들이 그 예전에 37년 전의 김응교 시인이 느꼈던 문학의 충격, 문학의 향기를 좀 느꼈으면 좋겠는데요. 가서 어떤 시 읽어줄지 정하셨어요?

    ◆ 김응교> 저는 제 자신의 시는 좀 부끄럽고요. (웃음) 학생들에게 올해가 윤동주 100주년이라서 윤동주 시를 좀 읽어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들이 많은데 그중에 한 편을 뉴스쇼 청취자들과 함께 미리 좀 나눠보면 어떨까요?

    ◆ 김응교> 네. 윤동주 시 중에서 가장 밝은 시가 있어요, 사실은. 동시들이 재미있고 밝은 시가 많지만 ‘새로운 길’이란 시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시를 학생들에게 낭송하고 같이 대화를 해 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학교 가시기 전에 뉴스쇼 청취자들께도 한번 낭송 부탁드릴게요.

    ◆ 김응교> 네.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김현정> 아... 좋네요.

     

    ◆ 김응교> 매일 매일이 새로워야 된다는 그런 메시지죠. 그리고 또 고개나 숲이나 이런 것들이 장애물이 아니라 그것도 넘어서 가고 즐기며 가는 그런 아주 희망에 찬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가 힘들지만 그 고개를 넘으면 마을이 있다... 그 감성이 풋풋하게 느껴지는 그런 시.

    ◆ 김응교> 그렇죠.

    ◇ 김현정> 아이들한테는 이 시 읽어주면서 무슨 얘기해 주고 싶으신 거예요?

    ◆ 김응교> 굉장히 어두웠던 시대인데요. 윤동주 시인이 1938년에 입학했을 때 딱 입학하자마자 조선어 금지령이 내려져요.

    ◇ 김현정>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대에 입학하자마자.

    ◆ 김응교> 네네. 조선어 사용도 금지되고 교육도 금지되는데 이렇게 한글로 순한글로 깔끔하게 쓴, 한자도 없고, 우리나라 말로 아름답게 자기의 희망을 깨끗하게 표현한 시죠. 그래서 어렵고 특히 오늘의 시대가 또... 우리가 5월 달에 이거는 우리 학생뿐만 아니라, 아직 학생들은 선거권이 없지만 우리 국민들, 이 방송을 듣는 분들도 우리 시대가 새로운 내일이 열리는 5월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5월 10일날. 5월 9일날이 선거잖아요.

    ◇ 김현정> 그런네요.

    ◆ 김응교> 그 다음 날 모두 이 시를 읽으면서 우리가 기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웃음)

    ◇ 김현정> 멋있습니다. (웃음) 모교 방문 잘하고 오시고 아이들에게 꿈을 좀 심어주고 오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응교>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김응교> 좋은 아침입니다.

    ◇ 김현정> 김응교 시인, 모교 방문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시인들 가운데 한 분 만나봤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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