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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27년 만에 공개… 작가명 표시 안해



공연/전시

    '미인도' 27년 만에 공개… 작가명 표시 안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균열'에서 전시

    미인도, 1977, 화선지에 채색, 29x26cm, 도판=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고 천경자 화백이 그린 작품인지를 놓고 논란을 벌여온 '미인도'가 27년 만에 공개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과천관에서 열리는 '소장품 특별전: 균열'에 포함시켜 19일부터 전시한다. 이 작품은 1990년 전시 이후 27년 만에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다.

    '미인도'는 최근 검찰의 진품 판정에소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의 진위 여부를 비롯해, 국내외 작품 감정 전문가들의 갑론을박, 작가 측과 미술관의 대립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해묵은 논란에 비해 전문가들조차 이 작품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던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 작품의 공개는 반드시 작품의 진위 여부를 결정하거나 특정한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미술관은 작품을 비롯해 관련된 주요 논쟁과 자료들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공적인 담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정보의 공개와 열린 토론으로 소모적 논쟁을 건강한 담론 형성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장품 특별전: 균열'의 맥락에서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진위 여부가 아니라 특정 작품이(심지어 의도하지 않았어도) 세상에 일으킨 파장과 균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진위 여부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미인도'는 미술작품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되짚어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작품에 관한 가장 정통성 있는 권위자는 작가인가, 미술관을 비롯한 공인된 기관인가, 화랑협회 등의 전문가 혹은 감정기관인가 혹은 대중의 믿음인가.

    미술관 측은 '미인도' 작품에 작가명과 작품 이름을 표시하지 않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유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또한 진위 논란 자체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기 위해서다. 유족 측이 '미인도' 공표를 반대하고 있는데 대해 미술관측 박성제 변호사는 "이 작품에 대한 소유권이 미술관측에 있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전시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정환, 어느 시인의 낮꿈, 1994.

     

    '소장품 특별전: 균열'은 '몸'과 '믿음'이라는 두 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94점의 소장품을 선보인다. 균열은 공고하게 구축된 권위와 강요된 질서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근·현대미술 작가들이 은밀히 혹은 공공연히 추구했던 핵심적 가치 중 하나였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그 견고한 토대에 균열을 낸다.

    박정환(1952~)의 '어느 시인의 낮잠'(1994)은 대형 두상들이 바닥에 어지러이 놓여 있다. 몸뚱아리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남겨진 머리는 깨지고 비어 있다. 깨진 머리는 마치 봉합수술이라도 막 끝낸 양, 철조망으로 거칠게 묶여 있다. 이 작품의 모델은 황지우(1952~) 시인이다. 작가와 시인은 '80년 광주'라는 시대의 아픔을 함께 앓은 세대다. 그렇다면 이 머리들은 황지우의 시 '화엄광주'에 등장하는 "부활도 하지 않고 죽지도 않는 목 없은 돌부처들"의 잃어버린 머리인 것일까?

    전시 기간: 2017.4.29- 2018.4.29
    전시 장소: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 3,4 전시실(2층)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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