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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휴일에도 '학원 뺑뺑이'…무너지는 아이들



교육

    주말·휴일에도 '학원 뺑뺑이'…무너지는 아이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 논술 학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학원에서 문제집 20장을 이틀만에 풀라는 숙제를 내줘 힘들어요. 학교에서 학원 숙제 하다가 선생님에게 걸리기도 하구요.”

    “친구 중에는 새벽 2,3시까지 숙제하느라 힘들어 하는 애들이 있어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공부에 짓눌리고 있다. 극한적인 대입경쟁에 내몰리면서 학습량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세계 각국 청소년들의 주당 학습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주당 49시간으로 일본과 미국의 30시간과 OECD평균 33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교육 시간이 주당 5시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길다는 것.

    이에 따라 청소년들에게 쉴 시간을 주고 사교육도 줄이자는 취지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이 ‘학원 휴일 휴무제’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과 '좋은교사운동' 등이 추진하고 있는데, ‘일요일을 포함해 법정 공휴일에는 교과 학원 영업을 금지시키자’는 내용이다.

    사교육걱정은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모금운동을 벌여 학원 휴일 휴무제를 법제화하라는 광고를 주요 일간지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사교육걱정 송화원 활동가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의 과도한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주5일제 근무를 법제화해 노동시간을 줄였듯이 학원도 주6일제를 규정해 학습노동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는 “한국 청소년 주당 학습시간 49시간에는 대학생들도 포함이 돼 있다”며 “중고등학생들만 초점을 맞춰보면 중학생이 주당 52시간, 일반 고등학생들이 70시간, 특목고 학생들은 80시간까지 학습시간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주당 80시간을 채우려면 평일 하루에 12시간을 공부하고 주말에도 각각 10시간 정도를 더 공부를 해야만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공부로 인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소극적 휴식은 물론 적극적 여가활용에 취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세계 아동종합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아동의 결핍지수가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고 특히 ‘정기적 여가활동’ 항목에서는 우리나라 응답자의 52.8%가 ‘없다’고 대답했다.

    학원휴일휴무제를 추진하는 또다른 이유는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어보자는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이 가계부담을 증가시키고 계층간 이동을 막는 것은 물론 초저출산과 노후빈곤의 주요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 지난해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와 사교육 시간, 사교육 참여율 등 각종 사교육 지표가 지난 2007년 정부가 사교육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사교육걱정의 송 활동가는 “학부모들이 (불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시키는 것을 멈추게 하자는 것”이라며 “앞사람을 앉게 만들면 뒷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앉게 되듯이 학원 휴일 휴무제를 사회적으로 합의해 법제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신정동의 한 학원밀집 빌딩 앞에서 학생들이 귀가 차량에 오르고 있다. (자료사진)

     

    하지만 학원 휴일 휴무제 추진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다. 우선 학원 영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 우려와 이에 따른 위헌 논란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이병래 부회장은 “학원휴일휴무제는 위헌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특히 직업선택의 자유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는만큼 위헌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제화를 추진하는 측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와 15세 미만 청소년 심야 인터넷 게임 ‘셧다운제’의 사례를 내세우며 위헌시비를 반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원 휴일휴무제 도입방안 연구’에서 “사교육종사자의 직업의 자유는 폭넓은 제한이 가능한 직업수행의 자유에 해당하고 학부모 학생들의 자녀교육권 등은 헌법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기본권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논란은 ‘대입경쟁 등 근본적인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은 한 학원이 휴일에 쉰다고 해도 아이들의 학습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풍선효과로 인해 일요일 고액 과외 등 음성적인 사교육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휴일 휴무제를 주장하는 측도 ‘공교육을 정상화하면 자연스럽게 사교육도 사라질 것’이라는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와 같은 사교육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교육의 수요를 유발하는 대입서열화와 줄세우기 입시 등을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되 사교육의 공급도 차단해야 할만큼 긴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학원이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 지역의 경우 사교육이 실제로 27% 정도가 줄었다는 조사결과에서 보듯 풍선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무성하자 국회도 조심스런 입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에게 학원 휴일 휴무제의 취지를 설명하면 그 뜻에 동의하면서도 ‘내가 나서기는 부담스럽다. 다른 의원이 법안을 대표발의하면 따라 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한번도 발의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은 “대선 주자들이 큰 틀에서 학원 휴일 휴무제를 제안해야 법제화가 수월해질 것”이라며 각 당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계 ‘큰손’이 돼버린 사교육 단체의 압력 등으로 인해 ‘학원 휴일 휴무제’를 당론 또는 대선 공약으로 채택한 원내 정당은 현재로서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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