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수개월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먹을 간식비를 빼돌린 돌봄교실 전담교사가 적발됐다. 해당 교사는 아이들에게 저가의 불량식품 등을 먹여온 것으로 드러나 해고됐다.
◇ "부실한 간식에 아이들 늘 더 먹고 싶어해"
8일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에 따르면, 서울남부교육지원청은 지난달 말 인사위원회를 열어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교사 A 씨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렸다.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돌봄교실 한 반을 운영하며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먹을 간식비로 자신이 먹을 식료품 등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 돌봄교실은 소외계층이나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의 보육 기능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저소득층·맞벌이 가정의 자녀 가운데 저학년인 1~2학년 아이들이 주로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한다.
특히 문제가 된 돌봄교실에는 지역 특성상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가로챈 간식비는 이들 학부모가 자녀를 학교에 맡기면서 지불한 돈이었다.
A 씨와 같이 근무했던 다른 교사 B 씨는 "100원, 200원짜리 초저가의 간식들이 수도 없이 아이들에게 나갔다"고 증언했다. 그는 "하루에 한 번 먹는 간식인데, 간식이 너무 부실하게 나오니까 아이들은 늘 더 먹고 싶다고, 더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를 감사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A 교사가 자질이 없었다며 해고의 이유를 밝혔다. 공익제보센터 이득형 상근시민감사관은 "횡령을 한 번만 한 것이 아니라 관행적으로 계속해서 하다가 들통이 났기 때문에 교사의 자질이 없는 것"이라며 "중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준 부분이다. 선생이 아이들 먹는 것 가지고 그런 식으로 횡령하는 건 용서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주먹구구식 관리 시스템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이같은 비위가 가능했던 것은 애초에 관리 시스템이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돌봄교실 전담 교사는 각 학교 행정실에 매달 기안을 올려 간식비 예산을 받아온다. 이때 제출되는 서류는 간식비 집행 계획에 불과하고, 전담 교사는 차후에 영수증만 첨부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교사가 달리 마음을 먹기 시작하면 얼마든지 사적으로 횡령이 가능한 셈이다. 특히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입찰을 통해 간식 집행을 업체에 위탁하지만 규모가 작은 학교는 돌봄교사 1명이 직접 인근 가게에서 간식을 구입한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아동복지전공 구희정 교수는 "개인이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인근 마트 등과 입을 맞춰 개인 물품을 살 위험이 있다"며 "현재 돌봄교실 아이들의 간식에 대해선 관련 제도나 행정 방침이 규정된 바가 없는데, 적어도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라면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남대학교 교육학과 김성열 교수는 "교사가 아이들의 간식비를 빼돌리는 행위는 결국 잠재적 교육에도 좋지 않은 부분"이라며 "선생의 비위 행위를 보면 어른들은 범법을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할 우려가 있어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