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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 취급하는 환경, 제대로 치료 받기가 힘들다"



인권/복지

    "미친 사람 취급하는 환경, 제대로 치료 받기가 힘들다"

    • 2017-04-07 06:00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조현병…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이 치료 방해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신 모(35) 씨는 왕따를 당하던 학창 시절 입시 스트레스까지 겹치자 술에 의존하게 됐다. 결국 20대 중반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신 씨는 "조현병은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면서 "그런데도 조현병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미친 사람', '특이한 사람' 취급을 한다"고 하소연 했다.

    신 씨는 자신의 병을 숨기려는 부모님이 할머니 장례식에 친척들을 부르지 않은 것을 보고 움츠러 들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가족들조차 편견이 있고 주위에서도 나를 이상하게 보니 병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신 씨는 점차 고립돼 갔다.

    # 평범한 학생이었던 A(47) 씨 역시 브라질에서의 유학 생활에서 조현병을 얻었다. 낯선 환경과 학위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옆방의 문 닫는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불안해 하는 증상이 생겼다. 한국으로 돌아온 A 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지만 그 사실을 철저히 숨기기로 했다. 조현병을 '정신병자'로 이해하는 한국 문화 탓에 취업이 불가능해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간신히 직장을 잡았지만 병을 숨기느라 치료를 제 때 못 받은 A 씨는 결국 불안증세가 심해져 회사를 그만뒀다. 폐지를 주워 팔고 꽃게잡이 배를 타는 궁핍한 생활이 이어졌다. A 씨는 "의사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자살할 수 있다고 경고 했지만,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병원에 다닐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일뿐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된 바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이처럼 조현병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발병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지만 최근 초등학생 살해 범죄의 배경 등으로 알려지면서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은 치료를 제대로 받으면 일반인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만큼, 사회적 편견이 되레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카톨릭대학 이용표 사회복지학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약물치료는 당뇨병 환자가 매일 약을 먹고 식단 관리를 하는 것과 같다"면서 적절한 식단, 즉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현병 환자들의 범행이 미디어를 통해 잇따라 노출되면서 이들을 '잠재적 살인자'로 보는 시각까지 생겼지만 객관적 통계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에 따르면 전체 범죄 중 정신질환자 범죄는 0.3~0.4%로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복용하지 않을 때보다 1/4로 떨어지는 등 치료의 효과도 크다.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최성국 사무국장은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 하는 '착한 사람들'이 조현병에 걸린다"며 "조현병 환자들은 사회에 적응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편견은 환자들로 하여금 조현병 자체를 숨기게 하고 결과적으로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심지어 이들을 상담하는 사회복지사조차 편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조현병 환자들의 경험담이다. 조현병 환자 B(50) 씨는 관련 시설에 있을 때 사회복지사에게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가 "무슨 조현병 환자가 공부냐, 토익 점수는 얼마나 되냐"는 반응에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음지로 숨어든 조현병 환자들은 자기방어 수단으로 공격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다. 진짜 문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주변의 압박이 계속될 때 망상 증세를 보이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 의도치 않게 상대가 자신을 공격하는 악마나 귀신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이용표 교수는 "환자들을 병원에 격리시켜 억압하는 것보다는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지역마다 있는 정신보건센터에서 환자들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소통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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