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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준표에게 과연 기개(氣槪)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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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홍준표에게 과연 기개(氣槪)는 있는가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현재 법적으로 공무원 신분이다. 경남지사직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에 대선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참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원내 제2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는데도 혹시나 선거법에 저촉될까 마음 놓고 단상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6일 광주를 방문해 자유한국당 호남·제주권 선대위 발대식 등에 참석했지만 마이크를 잡고 공식적으로 발언을 하지는 못했다.

    홍 후보의 이같은 어정쩡한 처지는 공무원 사퇴 시한과 맞물린 복잡한 정치적 셈법에 기인한다.

    우선 5월 9일 대선에 출마하려는 자치단체장 등은 30일 전, 즉 4월 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공직자 사퇴 시한은 선거일 전 60일인데, 5월 9일 대선은 보궐선거인 만큼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된다.

    또한 단체장의 사임 효력은 해당 의회 의장과 관할 선관위에 그 사유가 통지된 날부터 발생한다.

    사퇴했다 하더라도 의회 의장과 선관위에 통보하기 전에는 법적으로 사퇴가 아닌 것이다. 이 규정은 경남지사 보궐선거 실시 여부의 기준이 된다.

    즉, 홍 후보의 경남지사직 사퇴와 사퇴 사실의 선관위 통보가 모두 4월 9일 자정 이전까지 이뤄져야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5월 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질 수 있는 것이다.

    (사진=윤창원 기자)

     

    문제는 "보궐선거는 없다"는 홍 후보의 '몽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 4월 9일 밤 11시 59분 59초에 지사직을 사퇴했을 경우 4월 9일 안에 선관위에 사퇴 사실을 통보할 방법은 없다.

    당연히 날짜는 4월 10일로 넘어가고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실시되지 못하게 된다. 법률의 미비점을 교묘하게 이용해 보궐선거를 막으려는 검사 출신 법률 전문가의 나쁜 '꼼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본인의 피선거권은 챙기면서 400만 경남도민의 참정권은 무시해버리는
    반민주적 행태인 것이다. 홍 지사 본인도 2012년 김두관 당시 경남지사가 사퇴하자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를 통해 지사에 당선됐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는 "300억 원 이상의 도민 혈세가 낭비되며, 경남 도민 대부분도
    보궐선거를 원하지 않는다"는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홍 후보가 5월 9일 대선 결과에 따른 자신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또 현실적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악화된 민심을 볼 때 자유한국당 후보가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결국 이대로라면 경상남도는 내년 6월 30일까지 무려 14개월 20일 동안 도지사 공백사태가 빚어지게 된다.

    당장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홍 지사를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홍 지사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선관위도 "선거일로부터 자치단체장의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는 때는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정신(201조 1항)"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선관위는 그러나 보궐선거를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눈치를 보고 있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홍 지사가 하루 이틀 안에 사퇴의 결단을 내리면 쉽게 해결될 사안이다.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400만 경남 도민을 위한 대의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당연히 치러져야 한다.

    정치인 홍준표의 좌우명은 '척당불기(倜儻不羈)'다. 이 말은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척당(倜儻)'은 씩씩한 기상과 굳은 절개를 가리키는 '기개(氣槪)'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그의 막말과 삿대질은 소신과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이른바 '홍트럼프'로 비춰지는 이미지 또한 고도의 선거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집권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후보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기개는 고사하고 꼼수와 몽니를 부리는 소인배로 비춰지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그는 지난 2005년 자전적 수필집 '나 돌아가고 싶다'에서 60여 편의 후회스런 순간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 책은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정치인 홍준표의 반성과 다짐을 담았다.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막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홍 후보의 정치 인생에서 또 하나의 후회스런 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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