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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최명기, 대선주자 5인 심리 분석



문화 일반

    정신과 의사 최명기, 대선주자 5인 심리 분석

    [선택 길라잡이 ③] "'제 잘못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욕먹을 각오 된 대통령 뽑자"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했습니다. 조기대선을 한 달여 앞에 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입니다. 한국 사회는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지도자 검증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학습했습니다. 우리는 대선주자들의 어떠한 면에 주목해야 할까요. 길라잡이가 될 만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대세 문재인에게, 심리학자 김태형이 건네는 '쓴약'
    ② 경제학자 강수돌 "대선주자들, '덫'에 걸렸다"
    ③ 정신과 의사 최명기, 대선주자 5인 심리 분석
    <끝>

    왼쪽부터 대선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정신과 전문의)은 4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각당 대선주자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그는 먼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내'를 꼽으며 말을 이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가장 커다란 단점은 결단력이 없는 것처럼 비쳐질 때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문 전 대표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본인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어서 지금도 표현은 안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조심조심하고 있을 것 같아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최 소장은 "불안 레벨이 낮은 분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요즘 들어 안 전 대표가 자신감을 표현하는 데는 스스로에게 그런 모습을 보임으로써 용기를 끌어올리려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안 전 대표는 뭔가 일이 안 돼도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번에는 꼭 (대통령이) 되고 싶을 거예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당 부분 위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 의원이 국민들에게 와닿았을 때는 자기보다 센 상대와 붙었을 때였어요. 본인의 강점인 외교 등으로 크게 한방 걸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러다가 잘못되면 어떻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센 한방을 걸어야 하는데 말이죠."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의 경우 잃지 않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 소장의 평가다.

    "홍 지사는 '꼭 대통령이 안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당내 경선에 참가했을 때 모습을 보면, 대선 후보가 돼 정치적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점이 작용했을 겁니다. 앞서 설명한 후보들 못지 않게, 어쩌면 제일 포석을 잘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이번 대선에서 득표율이 몇 %가 나오든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잃을 것이 가장 적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는 마지막으로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 대해 "굉장히 속상하고 답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당 일체감(개인이 특정 정당에 대해 갖는 일체감)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사람 보고 뽑았으면 과거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나 자유선진당에 있을 때나 비슷한 득표율을 얻었어야 하는데, 아니잖아요. 심상정 대표의 경우 이번 선거에 임하면서 '정의당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인식돼야 하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 "내 편과 네 편 가르고, 안 되는 일 되게 하려 하고, 국민 원망하는 대통령 위험하다"

    최명기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왼쪽)과 그의 저서 '대통령의 조건' 표지(사진=최 소장·지음미디어 제공)

     

    최 소장은 최근 책 '대통령의 조건'(지음미디어)을 펴낸 데 대해 "우리는 대통령의 주장을 보고 뽑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가치중립적이고 매일매일 해야 하는 자그마한 일상사"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들, 작은 일들, 가치중립적인 일들, 행정적인 일들을 잘 처리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해 왔어요. 책을 통해 대선주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를 배제한 상태에서 그들을 평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최소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미국 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 때 프랑스가 미국에 베트남전 참전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아이젠하워는 참전하지 않았어요. 질 것이 뻔했으니까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은 것이죠. 이후 35대 대통령 케네디, 36대 존슨으로 이어지는 와중에 결국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치명적인 실수가 벌어져요. 우리나라 역시 안보 등 많은 면에서 불안한 상황이니, 멋진 일을 주도하는 것보다 최소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어 "유권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고는 나중에 '나는 너를 이만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왜 좋아해 주지 않냐'고 배신감을 느낀다"며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은 애초에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결정을 하지 말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 소장은 경계해야 할 대통령의 모습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대통령'은 위험합니다. 대통령이 된 순간은 답답하더라도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국민으로 생각해야 해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국민이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두 번째,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려는 대통령'도 위험해요. 대통령이 된 다음에 안 되는 일을 되게 하겠다며 돈을 쏟아붓는 대통령은 지금 시대에 맞지 않아요. 세 번째로 '대통령직을 어떠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뜻을 위해 대통령이 되면 이와 관련한 일을 할 때는 재밌어요. 하지만 갑자기 사고가 생겨 수습해야 할 때나 자신을 미워하는 특정 계층의 일을 해결해야 할 때는 재미가 없어요. 마지막으로 '국민을 원망하는 대통령'도 좋지 않습니다. 나라가 잘못됐을 때 국민 탓을 하거나, 때려치우고 싶다고 하는 대통령 말이죠."

    결국 "대통령직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는 말인데, "자기 잘못이 아니어도 '내 탓입니다'라며 국민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최 소장의 당부다.

    "인간은 믿고 싶은 것을 믿습니다. 만약 어떤 대선 후보가 나와서 '제가 대통령이 돼도 여러분의 살림살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이 됐을 때보다는 살림살이가 나빠지는 정도를 줄이겠다'고 말하면 아무도 그 사람을 뽑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처한 현재의 사회·경제 구조를 보면서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그러한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삼는 구조를 갖고 있어요.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국민들이 '이 일은 대통령 잘못이야'라고 할 때, 대통령이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하면 국민들은 속상합니다. 자기 잘못이 아니어도 '내 탓입니다'라며 국민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대통령은 아직 없었다고 봅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국민들이 '네 잘못'이라고 했을 때 '내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강변하는 대신, '그래요. 이게 대통령 팔자예요. 제가 잘못했다고 하면 마음의 위로가 되시겠죠'라고 여기는 사람이 등장해야 할 시점입니다."

    ◇ "우리가 느끼는 세월호 슬픔, 대통령이 '내 일 아니'라고 여겼을 가능성에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17 대선주권자행동 발족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최 소장은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로 "욕먹을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을 꼽았다.

    "'욕먹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겠다'는 지도자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욕먹고 비난받을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자신을 지
    지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임기 내내 비난 받더라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해요. 우리가 세월호에서 느끼는 슬픔은 '대통령이 그 일을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다 대통령이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어요. 갈등 자체가 주는 비용이, 갈등을 해결해서 얻는 이익보다 항상 크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는 책 '대통령의 조건' 말미에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것들로 '대통령직을 사랑하라' '여론을 신경 쓰지 말고 역사를 신경 쓰자' '국민을 탓하지 말자'고 주문했다.

    "먼저 '대통령을 사랑하라'는 것은 일을 즐기라는 말이에요. 대통령의 일은 절반이 정치, 나머지 절반이 행정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다 파악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대통령은 중간에 한 번쯤 지칠 수밖에 없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일 자체를 좋아해야 합니다."

    두 번째, '여론을 신경 쓰지 말고 역사를 신경 쓰자'는 주문은 "여론과 싸우지 말라는 의미"라고 최 소장은 설명했다.

    "대통령의 모든 결정은 그 당시에는 항상 역사적 결정이라고 얘기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역사적 결정으로 남는 것은 몇 개 없습니다. 대통령도 인간입니다. 대통령의 결정이 좋은 결정이 될지, 나쁜 결정이 될지는 대통령 본인도 몰라요. 이때 여론이 뭐라 한다고 해서 매번 소송 걸고 그러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 '국민을 탓하지 말자'에 대해 최 소장은 "결국 대통령의 임기는 국민의 절반이 싫어하는 상태로 시작된다"며 말을 이었다.

    "옛날처럼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초반 지지율이 70%까지 올라가는 허니문은 없어요. 애초에 '국민의 절반은 나를 싫어하고 나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해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싫어하는 국민들을, 대통령은 싫어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말에서 '국민'이 자신을 좋아하는, 지지했던 사람만을 뜻하면 안 된다는 말이죠. 이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국민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는 비뚤어진 생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에요."

    최 소장은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은 일정 부분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유권자 입장에서 가장 실수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후보를 선택할 때는 그 사람이 좋아서 뽑아야 해요. 그래야만 그나마 후회가 덜합니다. 그런데 '특정 후보가 되는 것이 싫어서 이 사람을 뽑았다'는 것은, 차라리 선거를 아니한 것만 못한 선택이에요. 예를 들어 안철수 전 대표가 싫어서 문재인 전 대표를 뽑아도 안 되고, 문 전 대표가 싫어서 안 전 대표가 별로 좋지도 않은데 뽑는 것은 안 됩니다. 그럴 경우 틀림없이 대가를 치르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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