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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과 안철수의 '장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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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문재인과 안철수의 '장미 전쟁'

    (사진=윤창원 기자)

     

    2012년 11월 6일 백범기념관. 문재인과 안철수가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박근혜에 맞설 제1 야당의 대선주자를 한사람으로 만드는 자리였다.

    두 사람은 흰색 천이 덮인 커다란 원탁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불빛이 연신 번쩍이자 두 사람은 일어나 악수를 나눴다.

    그 순간. 두 사람 뒤 벽면 아래에 부착된 비상구 표지판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공교롭게도 아니 놀랍게도 비상구 표지판에 그려진 화살표 방향이 문재인 쪽으로 돼있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고 문재인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진 2012년 대선. 비상구 표지판에 그려진 화살표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두 사람에게 지난 5년이라는 세월의 더미는 정치적으로 쉽사리 용해(溶解)될 수 없는 앙금의 두께다.

    이제 두 사람은 5월 9일 '장미(薔薇) 대선'으로 불리는 리턴매치를 앞두고 있다. 말 그대로 '장미 전쟁'이다.

    서로를 겨냥한 두 사람의 가시 돋친 설전(舌戰)은 마치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가 아니라 '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식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15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랭커스터 家와 요크 家 사이의 왕위 쟁탈전을 연상시킨다. 두 가문의 쟁탈전이 '장미 전쟁'으로 불린 유래는 랭커스터 家의 문장(紋章)이 붉은 장미, 요크 家의 문장이 흰 장미였던 데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어느 쪽으로 '화살표'가 향할까? 화살표는 어쩌면 각종 여론조사로 후보들 간 희비가 교차되는 '지지도'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전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날을 전후로 발표된 잇단 여론조사 결과에 문 후보 측이 발끈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내용은 '양자대결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긴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문 후보 측은 '비상식적인 왜곡 조사', '안철수를 띄우기 위해 질소를 과자봉지에 집어넣은 것' 등으로 언론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또 양자구도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안철수와 적폐세력 간 연대'로 규정하며 안철수 후보를 깎아내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선관위에 조사를 의뢰하겠다며 내세운 문 후보 측의 반박 논리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언론에까지 두 눈을 부릅뜨고 나선 것은 대세론을 펴는 선두주자 답지 못한 옹졸과 오만함이다.

    오히려 문 후보 측이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는 데 따른 조바심을 드러낸 측면이 크다.

    물론 표면적으로 이번 대선은 주요 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는 다자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있는 생물'인 정치 무대에서 선거구도의 변화 가능성은 상존한다.

    또 선거비용 전액을 환급 받는 기준이 득표율 15%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제외한 여타 후보들의 지지도에 비춰볼 때 사실상 문재인 對 안철수의 양자구도라는 언론의 프레임에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 탄핵 뒤에 실시되는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다짐하는 선거여야 한다.

    링에 오르는 선수들은 상대 탓, 심판 탓, 관객 탓을 해서는 안 된다. 상대 깎아내리기가 아니라 자신을 차별화하는 진정한 실력 대결로 장미 대선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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