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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 쓰고 취업이라 읽다" 현장에 내몰린 학생들



전북

    "교육이라 쓰고 취업이라 읽다" 현장에 내몰린 학생들

    [현장실습 불편한 진실 ①] 특성화고 취업 희망률 80%, 취업률 30%대의 비밀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다 숨진 홍수연(17) 양의 사건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실습은 직업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이라고 '교육'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취업'에 다름 아니다. 성년이 되기 전 고교생이 저임금 노동자로 미흡한 법적 보호 속에 노동현장에 투입돼 '제2의 홍수연 양'이 될 우려가 크다. 현장실습의 3주체인 학교와 기업, 학생들의 입을 통해 3차례에 걸쳐 현장실습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교육이라 쓰고 취업이라 읽다" 현장에 내몰린 학생들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한 고 홍수연 학생에 대해 담임교사가 작성한 순회지도결과. 교사는 '업무 스트레스가 약간 있으나, 극복하려 하며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함'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임상훈 기자)

     

    홍수연 양은 지난해 9월 8일부터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인 LB휴넷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홍 양의 담임교사는 지난해 12월 21일과 올해 1월 9일 두 차례 홍 양을 찾아가 면담 등 순회지도를 했다.

    홍 양의 담임은 "수연이가 '칭찬 많이 받고 잘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다"며 "업무 스트레스가 약간 있지만 스스로 극복하려하고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홍 양은 담임교사의 두 번째 방문으로부터 불과 13일 뒤인 1월 22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의문은 홍 양 또래인 다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말을 통해 풀릴 수 있었다.

    지난 달 현장실습생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B 양은 입사 일주일 동안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업무가 힘들었다고 했다.

    B 양은 "선생님이 저를 어떻게 취업시켜줬는지 잘 알고 있어 함부로 그만둘 수 없었다"며 "선생님은 힘들면 얘기하라고 했지만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고 털어놨다.

    홍 양 사건 이후 전북교육청은 현장실습생이 학교 취업부장이나 담임교사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감정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B 양은 기자와 가진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에서 "학교 다닌 3년 동안 취업에 대해 이렇게 길게 얘기하고 고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입학 때부터 취업이 목표가 돼 버린 대다수 학생들에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교육과 더불어 학생이 적성과 취업의 필요성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필요해 보인다.

    전북지역 특성화고, 마이스터고와 전문계 학과 설치 일반고 현황. (자료=전북교육청 제공)

     

    ◇ 취업 수요와 공급 격차, 원치 않는 취업처로

    교사에게 힘들다고 말하지 못한 홍 양이나 B 양의 심경을 이해하는 데는 전주공업고 김상기 연구부장이 지난해 삼례공고 재직 시절 학생 712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가 적절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 학생 87.6%가 입학 때부터 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교육청이 2016년 특성화고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취업 희망자는 68.7%로 나타났다. 3학년의 경우 자격증 미비 등 현실적 여건으로 취업을 포기한 학생이 늘어 희망률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6년도 4월 기준 전북지역 특성화고 학생 중 취업을 한 학생은 34.6%로 취업 희망과 실제 취업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취업한 학생 중 전북지역은 51%, 타 시도는 49%로 나타났다.

    취업 희망 학생은 많지만 취업처가 많지 않다보니 학생들은 취업 기준을 낮출 수밖에 없고 노동조건이 좋지 않아도 참고 버티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북지역 한 특성화고 교사는 "입학생의 절반가량이 급식비 지원 대상일 정도로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입학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 사라진 '직업교육', 현실은 '취업'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현장실습'을 직업교육훈련생이 향후 진로와 관련하여 취업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 및 태도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직업현장에서 실시하는 교육훈련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실에서도 정의가 유효할까?

    전북지역 한 현장실습 기업체 관계자는 "현장실습생을 돈으로 환산해 실습생을 받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며 "학생들을 기술적으로 성장시키고 급여는 맞춰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장실습생 출신 임모(21) 씨는 "현장실습을 원한 친구들을 보면 직업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80% 이상이 빨리 취업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적은 취업처에 비해 학생들의 높은 취업 욕구는 전공에 맞춘 현장실습의 가능성을 낮출 수밖에 없다.

    특성화고 애완동물과를 다녔지만 콜센터 상담원으로 현장실습을 한 홍 양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특성화고의 취업처 발굴은 취업부장이 기업체를 직접 접촉해 현장실습 자리를 찾거나 기업이 요청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홍 양이 일한 LB휴넷은 특성화고에 현장실습을 요청한 경우다. 또 LB휴넷은 재직자가 친구 등을 상담원으로 소개해 일할 경우 25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LB휴넷 근속연수는 0.86년에 불과하다.

    전주영상정보고 김수정 취업부장은 "현장실습은 상당수가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좋은 조건을 갖춘 기업에서 현장실습하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눈높이에 맞는 기업은 많지 않아 대학 진학으로 생각을 바꾸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전북지역은 올해 2월 1일 기준으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1995명이 961개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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