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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학술

    낸시 프레이저, 반세기 페미니즘의 쟁점 분석

    '전진하는 페미니즘: 여성주의 상상력, 반란과 반전의 역사'

    '전진하는 페미니즘'은 정치철학 비판이론가 낸시 프레이저가 25년 동안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로서 실시간으로 펼친 다양한 논의를 한데 엮은 비평집니다. 1970년대 이후로 페미니즘에서 문제가 되어 온 뜨거운 쟁점들을 모두 다루면서, ‘분배-인정-대표’ 프레임과 낸시 프레이저가 내놓은 탁월한 분석과 제안들이 각 장마다 촘촘히 실려 있다.

    각 장을 구성하는 논문들은 그가 1985년부터 2010년까지 제2물결 페미니즘의 다양한 담론장에 실시간으로 뛰어들어 참여한 기록이기도 하다. 각 장마다 하버마스와 푸코를 상대로, 또는 라캉과 버틀러를 상대로, 크리스테바 혹은 폴라니를 상대로 낸시 프레이저는 더 포괄적이고도 적확한 페미니즘 이론화를 위해 분투한다.

    이 한 권에 담긴 25여 년 동안의 전진과정에서 단적으로 관찰할 수 있듯, 내외적 수정보완을 멈추지 않는 프레이저의 이론은 최근의 것은 최근에 쓰인 대로,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생생한 시사점을 던진다.

    각각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 페미니즘이 희구하고 쟁취한, 혹은 포기하거나 빼앗긴 각종 권리, 분배, 인정, 충족, 개혁, 해방 등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의미화하는 것이 옳을지도 이로써 새롭게 보인다.

    전체를 이루는 세 부는 제2물결 페미니즘의 역사적 국면과 성취와 패배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해 준다.

    총 3부, 10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제1부가 페미니즘 운동이 젠더 부정의와 자본주의의 남성중심주의에 본격 대항해 급진적 사회변혁운동에 합류하던 시기의 논의들이라면, 2부에서는 신자유주의와 공모하는 사태까지 무릅쓰며 ‘분배’에서 ‘인정’의 정치로 선회하던 시기의 페미니즘을 씁쓸하게 조명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1, 2부의 한계점을 성찰한 결과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극복해 낼 급진적 페미니즘의 부활을 전망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서구사회는 2차대전 후로 수정자본주의 경제를 통해 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전대미문의 번영을 누렸지만, 그런 이상이 가능했던 건 사실 젠더, 인종, 민족, 종교 차원에서 타자들의 희생과 배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1부에서 살피는 페미니즘은 부르주아 이성애가족주의를 문제 삼고 자본주의 사회의 남성중심주의를 공격했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 국민국가라는 근본적 이상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 건 아니었다. 낸시 프레이저는 이 지점을 이 시기의 아쉬움으로 짚는다.

    한편 1990년대부터 펼쳐진 신자유주의의 득세는 역사의 물길을 완전히 바꿔 놓아서 페미니즘은 그때부터 ‘정체성의 정치’로 대표되는 문화운동을 지향하며 신자유주의와 타협하게 된다. 프레이저는 문화적 인정투쟁의 의의와 성과는 긍정하면서도, 신자유주의 시기에 분배정의의 문제를 완전히 놓아 버린 것은 엄청난 불행이었음을 안타깝게 지적한다.

    그 결과 초래된 현재의 극단적 양극화 시대에 이르러 낸시 프레이저는, 일찍이 페미니즘이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비판하며 제기했던 경제적 분배에 대한 관심과 새롭게 주류가 된 문화적 인정 투쟁의 성과를 연결시킬 정치적 개입, 즉 ‘대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즉 경제적 분배, 문화적 인정, 정치적 대표로 요약되는 삼각 프레임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내세운 계급/젠더 이중체계론을 대체하는 이 입체적 페미니즘 정의론은 ‘분배냐 인정이냐’의 허구적 이분법을 피해갈 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낸레이저가 이 책에서 내놓고 있는 대표적 제안이다. 이 책에는 이처럼 기성 담론의 이분법을 벗어나 내내 간과되고 있던 제3항을 찾아내는 산뜻한 해결책들이 몇 가지 제시된다.

    낸시 프레이저 지음 | 임옥희 옮김 | 350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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